내시경 검사
오염된 장비, 균 감염 위험 있어… 미국선 다제내성균 사망 사례도
진정내시경, 약물 과량 쓰면 독성… 의사協, 지침 마련해 안전 강화
한국인은 위암·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이다(세계암연구재단). 위암과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시경은 카메라를 통해 위와 대장을 직접 들여다보면서 암을 찾아내는 가장 확실한 검사법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은 2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받고, 5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분변잠혈검사를 한 뒤 이상 소견이 있으면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검사하면 조기 발견을 통해 암을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

내시경 검사의 유용성이 알려지면서 위진단내시경 검사는 2015년 기준 340만6204건, 대장진단내시경 검사는 186만2981건이 이뤄졌고, 매년 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시경 검사가 증가하면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내시경을 통한 감염관리이다. 내시경은 일회용이 아니고 소독을 거쳐 여러 사람의 입과 항문을 통해 삽입된 후 검사와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균의 감염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김용태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내시경 감염은 보통 180만건당 1건으로 드물게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내시경은 정확한 진단만큼 세척과 소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척·소독에 소홀할 경우 타액·소화액·분변·혈액 등에 오염된 내시경이 감염질환 전파의 원인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내시경을 통해서 위암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이뤄질 수 있고, B형간염·C형간염·에이즈 같은 중증 감염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2015년 시행된 진단 내시경 건수 / 진정(수면)내시경 비율](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23/2016082301749_1.jpg)
내시경에 의한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널드레이건 메디컬센터에서 췌담도내시경을 받은 179명의 환자 중 7명이 항생제로 치료가 안 되는 다제내성균에 감염됐고 이중 2명이 사망했다. 시애틀 버지니아 메이슨 메디컬센터에서도 2년에 걸쳐 32명의 내시경 감염환자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내시경 소독과 함께, 진정내시경(수면내시경) 시 마취제를 적절히 쓰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위는 53.5%에서 대장은 75.2%에서 진정내시경을 시행하고 있다. 진정내시경 시 쓰이는 마취제 '프로포폴' 등은 적절히 쓰면 문제가 없지만, 과량 사용하면 호흡이 억제되고 심혈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최근 프로포폴 관련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프로포폴 사용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정혜경 교수는 "진정내시경을 할 때는 환자의 혈압이나 산소포화도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어 깨우면 일어나야… 깊은 수면은 호흡 마비 위험
[진정(수면)내시경 Q&A]
마취제 사용은 환자 선택의 문제
관찰 시간 충분·시술 가능 '장점'
심장·호흡기질환자는 권장 안 해
믿을 수 있는 내시경 검사, '우수내시경실' 확인하세요
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학회서 시행… 서울 36곳 등 전국 135곳 인증

내시경 검사는 소독 관리를 철저히 하고, 진정내시경 시 환자 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해야 하는데, 환자가 이런 곳을 알기란 쉽지 않다.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2012년부터 병의원을 대상으로 우수내시경실 인증제를 시행해 환자들의 병원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수내시경실 인증제는 먼저 병의원이 인증을 받겠다고 신청을 하면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직접 현장에서 인력, 시설·장비, 과정, 성과, 감염·소독 등 총 5가지 분야 61개 항목을 평가해 인증한다. 이 중 필수 항목 47개는 100%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유효기간은 3년이고 3년이 지나면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류지곤 총무기획이사는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6년 8월 기준 우수내시경실 인증을 획득한 의료기관은 전국 135곳으로 서울이 36곳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 경기도 22곳, 부산 15곳, 경상남도와 대구가 각각 8곳, 강원도 7곳, 광주 6곳 그 외 지역은 모두 5곳 이하다. 인증의료기관은 우수내시경실 인증제 홈페이지(www.goodendoscopy.or.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졸피뎀(수면제) 부작용 무섭다는데, 먹어도 될까?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취업 스트레스 탓에 불면증이 심해져 수면제인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최씨는 '졸피뎀은 부작용이 심하고, 자살까지 유발한다' '졸피뎀은 마약류로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지인들의 말에 약을 쉽게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졸피뎀처럼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 중 의존성이 있어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물을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하는데 최근 이 약과 관련된 사고가 자주 보도되면서 최씨처럼 약에 대해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향정신성의약품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명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존성 있지만 불안·우울 완화 효과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존성이 강해 국내에서는 마약, 대마(大麻)와 함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의사나 환자가 오남용하면 처벌을 받는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모든 약물을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항우울제 등은 중독성과 내성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크게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졸피뎀), 식욕억제제(펜터민), 불안장애 등에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안정제(발륨·알프라졸람 등), ADHD 등에 쓰이는 각성제(메틸페니데이트)로 나뉜다. 대부분 뇌의 중추신경에 작용해 뇌 신경물질의 분비를 조절해 불안·불면 완화, 충동억제, 항경련 등의 효과를 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의존 위험이 있어 일정 기간·일정량 이상 복용하지 못 하도록 한다. 약을 장기간 과다복용하면 뇌 신경에 이상이 생겨 불안, 초조, 환각, 어지럼증,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전홍진 교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중독, 부작용 위험이 있지만 급성으로 나타난 불안·경련 등 증상을 빠르게 안정시켜서, 환자가 안정적으로 다음 단계의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 관리 안 되고, 환자 경각심 낮아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감시 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DUR(의약품안심서비스)시스템을 적용,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환자가 최근 해당 약물을 처방받은 날짜와 처방량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병원에서 DUR시스템의 감시를 피해 향정신성의약품을 비급여(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치료)로 과량 처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한 방송에 따르면 한 달에 28정까지만 처방 가능한 졸피뎀을 일부 병의원에서 비급여로 한 번에 40~50정씩 처방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정신성의약품 제조자는 1년에 한 번만 제조량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 약의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온라인 등으로 불법 유통되는 사례들이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경각심도 문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광연 교수는 "일부 환자들이 더 빠른 약효를 보길 원하거나, 약이 주는 심리적 쾌락을 얻기 위해 원래 처방된 양의 5~6배에 달하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환자가 아닌 사람이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등 본래 치료 목적과 다른 용도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문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보조제' 인식 중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7년 11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시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강주혜 연구관은 "약마다 바코드를 부착해 약이 현재 제조·수출입·유통·사용 중 어떤 과정에 있는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며 "만일 향정신성의약품이 과도하게 한 곳에 많이 몰려 있는 경우 불법 유통을 의심하고 현장 확인 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보조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의 경우 수면제로 불면 증상을 완화시킨 상태에서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수면무호흡증·스트레스·우울증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