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사진

고사리 꺾기 체험

bthong 2007. 5. 1. 09:15
 이맘 쯤이면 연례행사처럼 제주들녘을 누비는 이들이 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휴일이면 놓칠세라 중산간 들녘을 찾아다니는 그들은 바로 향긋하고 씹는 맛이 일품인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는 이들이다.

 집에서 제사를 모시는 이들은 제삿상에 올릴 고사리나물을 위해 온가족이 총출동하기도 한다. 촉촉한 새벽이슬을 머금은 고사리가 주는 신선함과 풍성함 때문에 때가 오면 찾아나서는 이들도 있다. 또 봄 햇살이 너무 찬란해 집을 나서 가족소풍삼아 도시락과 간식을 담은 가방을 들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고사리를 꺾는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찾아나선 '노다지'는 다름 아닌 '고사리'다.

 한국양치식물연구회장을 지낸 김정근 서울대교수와 고사리 재배 경력 20년이 넘은 방한숙 제주방림원장, 김영란 정릉고사리원장이 함께 펴낸 책 '꽃보다 아름다운 고사리의 세계'편에 보면 "고사리는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고 변치 않는 영원함과 은은함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미학적인 고사리 감상을 떠나서라도 제주사람들에게 '고사리'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자가 고사리를 꺾어 보려고 주변의 추천을 받아 제2산록도로 중턱 쯤 찾아 나섰다. 꽤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여지없이 고사리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띈다.

 

 

 

 

 

 

 

 

 

 

 

 

 

 

그곳에서 만난 강춘화할머니(77)는 "수십년간 고사리를 꺾어왔다"며 "고사리를 제대로 꺾으려면 새벽에 나서야 한다"고 일러준다.

 "새벽에 고사리를 보면 빛이 나지. 그러다가 해가 내리쬐면 고사리잎은 펴지고 잘 보이지도 않아." 강 할머니의 말처럼 기자에게'고사리 찾기'는 '숨은 그림 찾기'보다 어렵다. 기자가 '숨은 고사리'를 찾고 '노다지'를 캐듯 고사리를 꺾는 동안 고사리를 낚아채듯이 꺾어내는 할머니들의 손놀림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꼬불꼬불한 고사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초록색이라고 생각했던 고사리 색깔이 너무 다채롭다. 초록색, 황록색, 백록색, 흑록색 등.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또 싹이 틀때 말려있던 고사리가 잎이 펴지려는 모습은 생명의 신비로움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1시간쯤 흘렀을까. 고사리를 꺾다보니 점점 그 맛을 알 것 같다. "아, 이래서 고사리를 꺾으러 오는 구나." 하나라도 놓칠까 앉은 자세로 땅만 보다보니 시간이 금새 흘러간다. 그리고 중턱을 내려오는데 왠지 남겨진 고사리들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고사리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꺾는 재미를 안겨줄 고사리 축제가 올해에도 28~29일 열린다. 고사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행사라는 것이 준비위원회의 설명. '고사리'가 그리운 이들이라면 꼭 가보길 권한다.

                         한라일보  /이현숙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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