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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방향이 없다면 당신은 게으른 사람

bthong 2007. 5. 9. 12:35
  • 병원 정신과에 두 사람이 찾아왔다.

    5년째 공무원을 하고 있는 K씨: 그녀는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늘 자기 자리가 아닌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한의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험난한 과정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은 사그라진다. 그녀는 공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자기계발을 위해 늘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렇지만 늘 남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열등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대학생 L군: 그는 가족들에게 끌려오다시피 병원에 왔다. 그는 사행성 게임에 빠져 한 한기 등록금을 다 써버렸다. 그는 삶에 대해 회의적이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살기 싫다고 했다. 그는 노장사상과 니체를 들먹이며 삶의 덧없음을 이야기했다. 자신은 게임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일부러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게임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  

    두 사람 중 누가 게으름 환자일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게으름’의 정의부터 시작한다. 대학생 L군처럼 빈둥거리는 것만이 게으름인 것은 아니다. 공무원 K씨처럼 늘 바쁘고 부지런하더라도 방향성 없이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열심히 매달리는 것 역시 게으름이다.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를 하지 않고 열심히 책상정리를 하는 것이 부지런한 것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게으름은 ‘삶의 에너지가 저하되거나 흩어진 상태’이며, 게으름을 판단할 때는 삶의 지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혹시 이렇게 항변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듯하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책을 썼고, 피에르 상소는 ‘게으름의 즐거움’을 말했다. 마르크스의 사위인 폴 라파르그는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도 ‘느림’을 찬양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이들이 말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속도 중독’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정신없이 사는 이들이여, 이제 그만 멈춰 서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는. 정작 게으름을 찬양한 이들은 무지하게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러셀은 9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매일 3000단어 이상의 글을 써낸 초인적인 인물이었다.

    게으름은 사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저자는 최고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개인의 게으름을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이 사회는 이제 ‘보통’이 아니라 ‘최상’이 기준점이 되어 버렸다. 최상에 미치지 못하면 만족할 수 없는 그런 시대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보통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바로 불행한 사회인 것이다.”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1부에서 여러 가지 게으름의 모습을 검토하고 2부에서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나는 열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두려움과 자기비난을 넘어서라’ ‘긍정적 습관을 만들어라’ ‘능동적으로 휴식하고 운동하라’ 등이다. 늘 그렇듯 해법은 단순하지만 실천은 간단하지 않다. 저자는 다시 열가지 열쇠를 아우르는 ‘마스터 키’를 제시한다. 처방은 ‘일기 쓰기’다. 고작? 그러나 저자는 “2개월 이상 꾸준히 해나간다면 분명히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 게으름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봄이 일찍 찾아와서일까? 따스한 바람결에 온몸이 나른하다. 여건만 된다면 마냥 게으름 피우며 빈둥대기 딱 좋은 요즘. 이를 예견한 듯 서점가엔 ‘굿바이! 게으름’ ‘게으른 남편’ ‘게으른 건강법’ 등 ‘게으름’을 다룬 책들이 인기다. 그렇다고 게으름이 봄(春)과 관련 있다는 뜻은 아니다. “춘곤증은 계절적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게으름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정신과 전문의)씨는 “다만 병적으로 게으른 사람들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대해 ‘상대적 위축감’ ‘자책감’을 느껴 더더욱 게을러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 ◆눈코뜰새없이 바쁜데 게으름뱅이라고?

      일단 자신이 게으른지 아닌지 진단해보는 게 중요하다. 6가지 ‘게으름뱅이들의 단골 레퍼토리’는 이렇다. ▲첫째, 게으름을 신중함으로 미화한다. “아직 확실치가 않아. 실패하면 큰일이니 좀 더 알아보고 다음에 해야지”라며 선택과 시작을 미룬다. ▲둘째, 눈앞의 즐거움에 집착한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 잘 살자!’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흔한 변명. ▲셋째, 게으름을 효율성으로 미화한다. ‘닥치면 다 하게 돼 있어’ 하며 마감이 닥쳐야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 ▲넷째, ‘게으름은 우리 집안 내력이야’ ‘회사 일이 워낙 바빠서…’ 하며 게으름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경우. ▲다섯째, 게으름을 철학으로 미화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 해!’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인생? 즐기면서 사는 거지’ 등등. ▲게으름을 여유로 위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여유와 게으름은 다르다. ‘여유’란 할 일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능동적 선택’이지만, ‘게으름’은 할 일도 안 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선택 회피’에 불과하다.

    • ◆자기 비난이 게으름의 원인…‘변화일기’ 쓰세요

      그럼 어떻게 해야 게으름에서 벗어날까? 문요한씨는 “우선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게으름도 떨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세부 준비에만 급급하다 시간을 다 허비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원인. 당장 시험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꼼꼼하게 책상 정리하고 색연필로 멋진 계획표를 짜는 게으름뱅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비난도 떨쳐버려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미루는 데 능하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도 게으름.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잠시 하던 일을 중단하자. 변화를 위해서는 ‘이행기’ ‘혼란기’가 필수다. ▲‘변화 일기’를 쓰는 것도 한 방법. 하루 5개씩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짧게 답한다. 삶에 질서를 부여해준다. “제 환자였던 50세 남성은 알코올 중독에 벗어나기 위해 매일 성경책을 필사했어요. 1시간을 쓰기도 하고 어떤 날엔 7~8시간씩 써내려 갔고요. 성경구절을 적든, 일기를 쓰든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을 꼭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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