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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 배미에 땀 한 말… 108층 계단논

bthong 2007. 6. 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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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김용우기자 yw-kim@chosun.com
    입력 : 2007.06.01 23:50 / 수정 : 2007.06.02 03:05
  •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위의 좁고 긴 논배미(논두렁으로 둘러싸인 하나하나의 구역). 손 주름에 밴 마늘내가 채 빠지기도 전에 늙은 농부가 모심기를 한다. 엊그제 마늘 수확을 끝낸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의 다랑이(산비탈 등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논)에 모심기 계절이 찾아왔다.

    기계소리 울리며 좁다란 논배미 모내기를 단박에 끝낼 법도 한 데, 이곳 농부들은 한 뼘 두 뼘 재어 심는 손놀림에 허리가 휜다. 일하던 소도 한눈 팔면 절벽으로 떨어진다는 이 다랑이에선 모심는 기계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산이 바다로 곧추 내리지르는 듯한 가파른 비탈에 언제부터인가 석축을 쌓았다. 한 계단 두 계단 쌓아온 억척스러움이 지금은 108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궜다.

    작게는 3평부터 크게는 300평짜리 논이 절벽을 따라 잇고 있는 풍광은 경상남도 남해군에선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의 명소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위의 좁고 긴 논배미(논두렁으로 둘러싸인 하나하나의 구역). 손 주름에 밴 마늘내가 채 빠지기도 전에 늙은 농부가 모심기를 한다. 엊그제 마늘 수확을 끝낸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의 다랑이(산비탈 등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논)에 모심기 계절이 찾아왔다.

    기계소리 울리며 좁다란 논배미 모내기를 단박에 끝낼 법도 한 데, 이곳 농부들은 한 뼘 두 뼘 재어 심는 손놀림에 허리가 휜다. 일하던 소도 한눈 팔면 절벽으로 떨어진다는 이 다랑이에선 모심는 기계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산이 바다로 곧추 내리지르는 듯한 가파른 비탈에 언제부터인가 석축을 쌓았다. 한 계단 두 계단 쌓아온 억척스러움이 지금은 108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궜다.

    작게는 3평부터 크게는 300평짜리 논이 절벽을 따라 잇고 있는 풍광은 경상남도 남해군에선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의 명소다.

    옛날에 한 농부가 일을 하다 논을 세어보니 한 배미가 모자랐다.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 배미가 숨어 있었다는 ‘삿갓배미’의 전설을 이곳을 한번쯤 찾은 사람에겐 금방 와 닿는다.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산비탈을 깎아 석축을 쌓고 다랑이를 만들었던 마을 사람들의 농심(農心)이 그대로 전해지는, 배 한 척 없는 바닷가 가천마을만이 간직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