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식

조선ㆍ철강ㆍ기계…굴뚝株가 상승 이끌었다

bthong 2007. 6. 6. 20:42
◆한국증시의 힘 (1)◆

주가지수 1700선을 넘어 질주하는 한국 증시가 상승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의지와 저금리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한국 증시의 숨가쁜 랠리는 상장기업 전반적 상승이라기보다 조선, 철강 등 일부 주도주가 상승을 견인해 온 측면이 크다.

◆ 기업 설비투자 중요성 확인 =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은 지수가 1434.46을 찍은 작년 말 기준 704조5875억원에서 종가 기준 1716.24를 기록한 1일 835조1193억원으로 130조531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수 상승의 주역이었던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9조5760억원에서 23조8260억원으로 늘어났다.

648개 코스피 상장종목 중 현대중공업 1개 기업의 지수 증가 기여율이 10.9%에 달한 것이다.

포스코는 9.8%, 삼성중공업은 4.4%, 두산중공업은 4.0%에 달한다.

상승 기여율 상위 30개 종목 중 플랜트 투자 비중이 높은 조선, 철강, 기계, 화학업체는 12개에 달하고 지수 상승 기여율은 42.3%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중국의 산업 성장과 실적이 직결된 `중국 관련주`라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산업이 공급초과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이른바 `굴뚝주`로 불리던 기업들이 지수 상승의 주역이 되고 있다는 것이 우연만은 아니다"며 "결국 산업에서 플랜트와 숙련된 기능공의 수작업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현상이 자동차와 IT 마케팅 등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다임러벤츠가 대량생산에 치중하면서 숙련공의 `소프트터치`를 포기한 것이 BMW에 뒤처진 원인이 됐고 삼성전자와 노키아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남미, 중국, 인도지역 등의 글로벌 마케팅 채널 구축 열세 때문"이라며 "기업들의 과감한 설비 및 인력 투자, 마케팅 채널 확보 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이 소극적인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국내 30대기업 설비투자(유형자산의 취득)는 2006년 30조9979억원으로 2005년(31조1032억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금리 상승 여파 주시해야 = 수급 측면에서 한국 증시는 저금리라는 막강한 원군의 덕을 봤다.

저금리가 개인투자자들의 펀드 투자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증시 직접투자를 촉발시키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잇따른 규제도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부채질하는 데 한몫했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금 금리를 통상 4.5%로 봤을 때 투자 원금의 100% 수익률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년이지만 코스피200 기업의 작년도 순이익 기준 PER는 13배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는 증시에 투자하면 저축보다 훨씬 빠른 13년 내에 회수할 수 있다는 결론이어서 금리와 기업 PER 간의 갭이 존재하는 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이 증시 수급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HSBC은행이 금리 5%짜리 예금 상품을 내놓은 것이 금리 상승의 단면"이라며 "표면상 시중 금리 상승은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저해하겠지만 그만큼 돈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어 금리 상승만큼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금리 상승은 당분간 지수 상승에 마이너스 효과라기보다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