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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필 무렵

bthong 2008. 3. 13. 08:09

장돌뱅이가 물레방아간에서 잠을 자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깨어났습니다.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선녀처럼 아리따운 처녀가 물레방아 간으로 들어오더니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돌뱅이는 목욕을 마친 처녀를 덮쳐 버립니다. 장돌뱅이는 꿈같은 시간을 보낸 처녀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찾지 못합니다.


노년에 접어든 장돌뱅이가 우연히 한 청년과 메밀꽃이 만발한 시골길을 동행합니다. 이 청년의 내력을 들은 장돌뱅이는 자기 자식이 아닌가 생각하며 그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동행합니다.


메밀꽃 필 무렵을 거칠게 나열해 보았습니다.

메밀꽃이 피면 일대는 하얀 꽃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낮 뿐인가요? 메밀꽃이 하얀 까닭에 밤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합니다. 마치 꽃밭에서 하얀 옷을 입은 천사라도 나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제 메밀꽃 필 무렵을 유채꽃 필 무렵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밀꽃이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고 맛있는 메밀묵이 가치가 떨어져서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노오란 유채꽃밭이 더 장관을 이룰듯 싶은 것입니다. 지금도 구리시나 제주도 등에서 유채꽃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농토가 넓고 대체작물이 긴요해진 호남지방에 유채꽃이 더욱 장관을 이룰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농림부는 올해부터 2009년까지 29억원을 들여 1,500h에 유채꽃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2014년까지 재배면적을 10만ha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시범지역을 전남(장흥, 보성), 전북(부안), 제주(제주, 서귀포시) 등 3곳을 선정하였습니다.

 

농림부의 시범단지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자체 자체적으로 유채꽃 시범 사업을 벌이는 곳도 있습니다. 충남 태안 600ha(유채, 해바라기), 경북 100ha, 전북 정읍 33ha(유채, 옥수수, 메밀) 등.


농림부는 무엇 때문에 유채꽃 시범단지를 운영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디젤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바이오 디젤 원료는 유채씨를 비롯해서 콩, 감자, 옥수수 등과 부산물인 왕겨, 미강, 과수원 전정가지, 축산 분뇨, 산림 잔재, 갈대 증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각 재료에 따라 어느 정도 상용화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고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유채를 원료로 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등에서 기존에 재배되는 유채품종은 유채씨 생산량이 10a 당 250kg 가량으로 10a 당 400kg 이상 생산해내는 유럽품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품질도 차이가 났습니다. 


그러나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선망’이라는 품종을 개발하여 생산량이 10a당 400kg으로 향상되어 유럽품종과 견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선망을 시범 재배하고 있습니다.

 

 ▲ 전남 무안 목포시험장에서 재배 중인 유채밭. 유채 씨를 짜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바이오 연료를 비롯한 대체에너지의 보급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풍력이나 태양광이 전력을 생산하는데 반해서 바이오 디젤은 운송수단의 대체연료로서 유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우증권 에널은 대체에너지를 산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서 손색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재경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재경부의 임재현 소비세제과장은 “한국의 경우 원료가 대부분 국외에서 수입돼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는 유럽·미국과 경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1/4의 교통세를 부과해도 경유값보다 약간 싸다”며 “바이오디젤의 비용과 성능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면세를 연장할 순 없다”고 말했다.] - 2007. 7. 16. 한겨레 신문 -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육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벼룩의 간을 내먹듯이 세금 부과할 생각부터 하고 있습니다. 뿐입니까? 떠드는 말로 치면 정유사 사장 말로 들리지 공정성을 가진 정부 관리로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바이오디젤은 대두유·유채유·폐식용유 등 식물성 유지를 섞은 연료로, 친환경 에너지의 하나로 각광받아 왔다. 2002년부터 ‘비디20’(바이오디젤 20%+경유 80%)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벌였던 산업자원부는 지난해부터 정유업계 자율협약 형식으로 주유소에서 파는 모든 경유에 바이오 원액 0.5%를 섞은 ‘비디5’를 보급해 왔다. - 2007. 7. 16. 한겨레 신문 -


재경부만이 아니라 산업자원부도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고양이 쥐 생각하듯이 정유업계 자율협약으로 맡겨두면 정유사가 알아서 바이오 디젤 보급에 앞장서 줄까요? 아니 오히려 산업자원부도 정유사의 이해에 사로잡혀 ‘비디20’을 ‘비디5’로 감축한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혼합비율을 줄이면 당연히 바이오 디젤 설비의 가동율 저하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농림부대 재경부와 산자부, 이렇게 엇박자롤 보여도 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