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분재

생각하는 정원

bthong 2008. 10. 4. 22:27

왜 '생각하는 정원'이라고 이름지었을까요?

 

이런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하든지 먹고사는 방편으로 하든지

이름모를 화방에서부터 '예술의 전당' 같은 근사한 전시공간에서

수없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단체전을 하든지 개인전을 하든지

그 전시물의 주인들은 말없이 전시장에서 자기들의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을 살피곤 하지요.

자기 작품앞에 서서 진지한 자세로 말없이 머물거나 서성이거나

토론을 한다면 더 없이 기쁘고 고무될 것입니다.

반대로 그러지 않고

일행들과 수다나 떨면서 휑 못 본듯이 지나친다면

아무리, 수준없는 것들이라 자위를 하더라도

아!!! 그 참담함이란--- ---

 

제가 머무는 동안 많은 무리들이

재빠르게 나무나 분재옆에서

기념사진을 박고(정말 박는 것이지요, 많이 박아서 그만 박아도 될텐데--- )

휑하고 주차장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이 정원의 주인 입장에서는

비록 이 공간이 입장료를 받고 구경시키는 공간이지만

자기 인생의 많은 부분을 고백해 놓은 정원을 

감탄사 몇마디에 그냥 지나치지 말고

제발 잠시동안이라도

인생에 대한 속깊은 생각을 하고 가라고 지은 이름 아닐까요?

 

'생각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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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새와 같이 완고한 이런 담이 왜 필요한 지 의문이 갔지만

이 안의 정원을 들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수긍을 했습니다.

그나마 제주도만이 갖고 있는 기막힌 돌의 질감과 느낌이

이런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것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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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국적 풍경이야 제주도에 가면 흔한 풍경이지요.

다만 한해한해 잎을 떨어뜨리고 올라가는 이 나무의 높이로 보아

지난 세월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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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인공으로 조성한 폭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의 느티나무 수형이 정원사의 감각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 정원구성의 큰 맥은 소구릉(Mounding)인 듯 합니다.

전시동선의 확보와 공간 구획, 그리고 제주도의 바람막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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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정원이나 수목원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는 원로의 포장입니다.

도대체 나무와 풀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와는 맞지가 않는 재료들이지요

그러나 제주도의 현무암 석재가 바닥과 담장에 까지

각기 다른 색과 농도, 질감으로 정원의 분위기를 깊게 하고 있습니다.

이돌들 이제 반출이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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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사물이라도

조건에 따라, 환경에 따라, 내 마음에 따라 느낌이 틀리지요.

이 동백은 애절하지 않고 꿈꾸는 것 같군요.

'꿈꾸는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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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백은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들어버린

'동백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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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입니다.

향이 천리를 간다니요.

뻥이지만

봄날의 이 향기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라 부친 이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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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른 뻥 있습니다.

꽃잎이 세겹 정도 됩니까?

그렇지만 이 정도면 만첩이라 하지요.

'만첩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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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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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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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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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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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매화.

가지가 늘어진 나무들은 대충 능수를 접두어로 붙이면 맞을걸요.

능수버들, 능수벚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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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

 

자연적인 매화나무에서는 이런 그림이 잘 나오지 않지요.

매화나무 분재에서나 볼 수 있는 절제된 그림 아닐까요?

혹자는 분재는 인위적이라 싫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생각합니다.

이미 정원이라는 것이

주인의 기호에 맞춰 길들인 공간이니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때묻지 않은 원시림을 구경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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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

 

나무를 기르는 것,

정원을 가꾸는 것이 사람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자식들 지 잘나서, 지 알아서 커는 듯 하지만

부모의 인내와 보살핌, 주변의 보이지 않는 도움, 척박한 환경

심지어 견디기 힘든 국가적 현실 조차도

인간을 견실하고 공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기부하고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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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

 

볕이 잘 들고 너무 수분이 많으면

웃자란다 하지요.

기름진 흙에서 피는 꽃은 향기가 진하지 않지요.

그런 마음으로  

이 집의 정원사는 분재를 키운 것입니다.

그 마음을 이 곳에 표현한 것이지요.

작은 형상이지만

그 자체가 세월이고 경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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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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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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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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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유자나무 아래 정원전경.

이집 정원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이 조그만 언덕은 자연지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흙을 주인이 퍼날라 만든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이만한 흙을 구할려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요.

땅 파면 돌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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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바닷가를 볼 수 있는 망루일 수도 있겠고 종자건조장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이 높은 담이

바람과 도둑을 막아주겠지요.

도둑? 그까짓 나무라 하지만 이집 것은 상당히 비싸 보이고

또 금전으로 가늠하지 못할 것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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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향나무.

이 정도면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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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능수매화는 한쪽에는 백매가,

한쪽에는 홍매가 핍니다.

소위 접을 붙여 키운 것이지요. 아이노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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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여있는 수피의 숫자에서 이 정원의 나이를 봅니다.

1968년 부터 조성해서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그렇지요 정원의 완성은 없습니다.

40년 동안 네다섯번 갈아 엎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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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분재들은 주인만이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왠지 '합창'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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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향.

나이가 많이 먹었습니다.

가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주대도 설치되었고요.

아쉬운 것은

어리면 이래도 저래도 견디는데

제주도의 돌출적인 기상에 견딜 수 있을 지 걱정되네요.

제주도에서 이렇게 말짱한 날이면 재수 좋은 것이지요.

1년에 60일이 채 안된다네요 맑은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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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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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느릅나무.

세월과 풍상이 많이 느껴지지요.

그렇지만 이 나무는 그리 먹지 않아도 오래된 듯 하여

인기가 좋은 분재용 수목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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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형상적으로 희귀적이라 해야겠지요.

뿌리를 노출시켜 줄기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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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

흔히 분재로 쓰는 나무지만 수형이 대단합니다.

뒤편의 느티나무도 분재처럼 날렵합니다.

이 세월의 가지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즈음이 감상하기에는

좋은 시기라 생각됩니다.

거기다 여린 새잎이 조금 나면 금상첨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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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분재

 

 크~~~

명품입니다.

대부분이 한그루 그루터기가 제몸을 뽐내지만

넘어가는 저녁햇살에 숲이 보입니다.

쥬니퍼드라이진과 노르웨이의 숲.

이 나무, 드라이진 양주의 향료로 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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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매화 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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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형상이 이리 될라면

돌틈 사이에 아주 힘든 세월을 살든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인고의 환경을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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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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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노리나무.

제주도가 원산지랍니다.

5월에 하얀 꽃이 피고 열매가 빨갛다네요.

상상만 해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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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만 있는 담팔수 밑에 단풍.

정원을 즐기려면 봄에도 가을을 보고

겨울에 봄을 그릴 수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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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나무.

덩치 작다고 꽃과 열매도 같은 비례로 작지 안답니다.

매화도 모과나무도 다 보통 것과 같습니다. 

산딸나무꽃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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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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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또한 세월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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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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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삭.

8월에 먹을 수 있어 이름이 이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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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귤.

흔히들 낑깡(금감)이라 부르는 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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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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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곳에서는 희망자에 한해서 파티를 연다는군요.

외국 같으면 이렇게 근사한 곳이 없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술 좀 들어가면 일단 노래 부르러 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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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분재의 다른 점은

온실이나 거실에서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비바람 맞으며 같이 자란다는 것입니다.

비록 분재지만 온실 속의 화분이 아닌

자연의 분재를 가꾸는 정원사의 철학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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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라는

휴테크 이론을 주장하는 대학교수가

자신의 독일 유학시절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국관광객을 가이드하는 아르바이트 시절 이야기였습니다.

보통 2주 동안의 투어를 마치고 임대한 차를 반납하면

어김없이 물어보는 확인질문이 있답니다.

 

"한국사람들이지요!?"

 

2주동안 5천km를 주행하는 여행객들은 한국인들밖에 없다는군요.

'기념사진여행'

세상은 아무리 급하게 돌아보아도 어차피 시간은 모자랍니다.

 

제주도의 흙과 돌.

이국적 정원수와 토박이 수목들,

세월을 담은 분재와 언덕,

정원사의 인생과 철학이 함께 묻어나는 곳.

 

천천히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공감할 때

서로를 배려하고

진정으로 놀 줄 아는 것입니다.

 

 

 

 

<꿈꾸는 정원사> 김연숙 -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