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좋아하는 음악

실용음악감상법

bthong 2010. 1. 27. 11:01

 

 

 마음을 다스리는 실용음악감상법

“한 감정의 힘은 그 감정의 원인에서 비롯되므로, 이 감정은 그 원인이 계속해서 우리를 같은 방식으로 변용시키는 동안은 우리 안에 존속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원인이 우리에게 가하는 작용이 더 강력한 적대적 원인, 그러니까 애초의 감정에 대립되면서 더 격렬한 감정을 우리 안에 유발하는 원인에 의해 저지되거나 제거되지 않는 동안은, 그 감정은 계속된다.”
(피에르 마슈레,『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335쪽)


산다는 것은 많은 사건들을 겪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우리 감정은 권태와 짜증, 분노에서 기쁨, 환희, 보람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대체로 이런 정서의 상태는 외적인 원인에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적인 원인에 따라 우리 정서는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오르락내리락하길 반복하는 것이죠. 가령 점심시간에 기가 막히게 맛있는 요리를 먹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을 것 같은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을 때, 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 환희를 맛보고 사무실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상사가 아침에 올린 보고서를 가지고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우리를 코너로 몰아넣습니다. 5분전까지 맛보았던 환희는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기운이 센 사람이라면 상사에 대한 불만으로 분노의 정서가 솟구칠 테고, 자기기운이 약한 사람이라면 자학의 정서가 온몸의 세포들을 점령할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정서는 그것과 반대되는 정서를 통해서만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칸딘스키 作 <콤포지션 no.7>


_ 칸딘스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재료로 하는 음악이 순수하게 추상적이라고 생각했고, 미술에서도 음악과 같은 순수한 표현성이 성취되길 바랐습니다. 음악이 리듬, 음색, 멜로디 같은 형식들로 감정을 표현하듯이, 미술도 색채와 선의 다양한 배열을 통해 공포, 비애, 환희 같은 내적 경험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서의 흐름은 음악과 아주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시간’에 상당히 영향을 받습니다. 어느 순간을 포착해서 ‘이것이 바로 현재!’라고 하기 어렵죠. 모든 음악은 조금 전까지 들었던 음(音)들, 그 이전까지 들었던 음들이 지금 듣고 있는 음들과 엮이고, 앞으로 나올 음들을 계속 잡아당기며 진행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지탱하는 역할은 리듬이 맡고 있습니다. 마치 ‘골격’같은 것이죠. 우리가 가진 기질이 ‘리듬’이라면, 그때그때 닥쳐오는 사건이 만들어내는 정서의 흐름을 ‘선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음악과 정서가 가진 이러한 동형성을 이해하고 나면, 음악을 아주 유용하게,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특정한 정서가 우리의 신체를 점령하고 있을 때, 우리들 자신을 정작 그 정서를 보지 못합니다. 화를 내고 있을 때, 자신이 화를 내고 있다는 점만 알고 있어도 화가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화낼 땐 전혀 화내고 있는 점을 자각하지 않은 상태로 분노에 사로잡혀 있죠. 이쯤 되면 내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화가 화를 내고 있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이때 ‘자기’는 어디 있을까요? ‘화’를 표현하는 것은 바로 자신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줄 모르고 있다면, 이 상황 속에서 ‘자기’는 사라지고, ‘화’만 남게 되죠. 그리고 ‘정서’는 굉장히 전염성이 강해서 주변에서 자신과 관계 맺고 있던 모든 이들을 부정적인 정서로 몰아갑니다. 화내는 것이 나쁜 이유는 사태를 폭력적인 양상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 부정의 정서를 퍼트린다는 데 있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7번 1악장>


_ 제가 화가 나거나, 좌절했을 때 주로 듣는 음악입니다. 걸으면서 들으면 더 좋습니다. 기분 좋게 걸을 때 생기는 리듬이랑 아주 잘 맞는 곡이죠.


자기의 상태를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어떤 상황에서 자신을 견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음악은 정서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한 정서에 끌려가다보면 그 정서가 이끄는 힘이 너무 강해서 밖으로 빠져나오기가 아주 어렵습니다.(분노하다가 갑자기 기쁨에 들뜨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미쳤다’라고 합니다.) 음악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선율을 쫓아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인 정서는 사라지고, 긍정적인 정서가 신체를 점령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들뜬 상태를 가라앉히는 데도 음악은 아주 유용합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음악을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자신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어떤 음악을 어떤 정서 상태에서 듣는 게 좋은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양자는 서로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자신의 정서를 함께 보면서(觀) 스스로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동시적인 과정인 것이죠.

 

 

레몬 젤리 <In the bath>


_ "What do you do in the bath?" 말고는 멀쩡한 가사가 없는 곡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느끼고 싶을 때 듣곤 합니다. “너 지금 뭐하고 있냐?”라고 묻는거죠.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에 따라서 보자면, ‘교양’이라는 것은 사교를 위한 것도, 단순히 자기만족을 위한 것, 대졸자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상식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히려 ‘교양’은 어떤 컨텐츠를 자기 상태와의 관계 속에서 활용하는 능력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이게 원활하게 된다면, ‘취향’의 제약을 넘어서 모든 음악과 감응할 수 있고, 정서의 현상태를 넘어서 다른 ‘자신’으로 쉽게 변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음악을 듣는 다른 방법도 아주 많습니다. 그냥 몇시간이고, 손에 잡히는 대로 들으면서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경우는 자신의 ‘자의식’, ‘자존심’에 스스로 상처 입었을 때 아주 좋습니다. 혹은 여러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자기를 홀랑 놔버리고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다음번에는 음악을 듣는 다른 방식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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