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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그리스도 믿는데 교회는 왜 여러가지일까 ?

bthong 2014. 1. 24. 09:28

 

우리나라에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학교에서 들었어요.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며, 나중에 교황으로 뽑힐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추기경이 나온 게 세 번째라면, 지금 교황은 과연 몇 번째일까요? 성당에 다니는 영석이에게 묻자 영석이가 엄마께 전화해 보더니 자랑스럽게 대답했어요."지금 로마에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266번째래!"그러고 보니 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에 우리나라에 올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봤어요. 가톨릭(Catholic)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되었기에 교황이 266명이나 나왔을까요?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께 여쭤봤지요."엄마, 첫 번째 교황은 누구예요?""가톨릭에서는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여긴단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다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고 해. 당시 로마제국은 크리스트교를 금지하고 있었거든."가톨릭은 그리스도를 믿는 크리스트교 중 하나라고 해요. 엄마 덕분에 호기심은 풀렸지만, 내친김에 공부를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역사책을 뒤지기 시작했지요. 베드로 교황이 순교한 것은 약 2000년 전이었어요. 그 뒤로 265명의 교황이 더 나왔으니, 한 사람이 평균 7년 남짓 교황 자리에 있었던 셈이네요. 베드로 교황이 순교하고 나서도 로마제국은 계속해서 크리스트교를 탄압했어요. 폭군인 네로 황제는 로마에 큰불이 일어나자 크리스트교 신도들을 범인으로 몰아 마구 처형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크리스트교 신도들의 믿음은 꺾이지 않았고, 1600년 전쯤 마침내 로마제국이 크리스트교를 받아들였지요.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북쪽에서 게르만족이 밀려 내려오고, 로마제국은 멸망했어요. 이후 게르만족도 크리스트교를 받아들였는데, 이때 게르만족이 세운 나라들이 오늘날의 영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이어졌지요. 그래서 지금도 이 나라 사람들은 크리스트교를 가장 많이 믿는답니다."왜 같은 크리스트교인데 이름이 달라요?"이 의문은 마침 퇴근하여 집에 오신 아빠께서 풀어주셨어요."크리스트교는 서기 1000년쯤 되었을 때 두 갈래로 나뉘었단다.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쪽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한 동쪽의 교회가 서로 비난하면서 갈라졌지. 그때 로마 교황이 이끄는 서쪽 교회는 가톨릭, 동쪽 교회는 정교회라고 불리게 되었어."가톨릭은 '보편'을 뜻하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천주교'라고도 불린대요. 아하, 그래서 성당을 천주교회라고도 하는구나! 아빠의 설명이 더 이어졌어요."그 후로 500년쯤 더 지나서 가톨릭은 다시 둘로 나뉘었어. 가톨릭교회의 지도를 받지 않고도 그리스도를 믿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 개혁가들이 나타난 거야. 루터(Luther), 칼뱅(Calvin) 등 종교 개혁가를 따르는 사람들은 가톨릭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나름의 교회를 세우고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지. 이렇게 새로 나타난 교회들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고 한단다."프로테스탄트는 우리말로는 '개신교'라고 해요.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여러 교회가 여기에 속하지요.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 등의 크리스트교가 존재하게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영석이랑 개신교를 믿는 소영이가 서로 자기네 교회가 좋다며 입씨름을 벌이던 기억이 나요. 똑같이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왜 그러나 했더니, 아빠 말씀을 들으니까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아요."엄마, 교황(敎皇)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교회의 황제'라는 뜻이겠지.""그럼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요?""글쎄….잘 모르겠네. 교회는 'church', 황제는 'emperor'니까, 'The Emperor of Church'가 아닐까?""땡! 틀렸어요! 그냥 'pope'라고요. 척척박사인 엄마도 모르시는 게 있네요."'pope'가 무슨 뜻이냐고요? 이탈리아에서 교황을 부르는 'Papa(아빠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앙의 지도자를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이랍니다. 이렇게 친근한 이름을 '교황'이라는 무거운 호칭으로 번역한 것은 일본 사람들이었어요. 그 번역을 우리나라에서도 받아쓰게 된 것이지요. 저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보다 '파파(Papa)'가 더 가깝게 느껴져서 좋아요. 더구나 교황은 황제처럼 대를 이어 세습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뽑는 지도자 아닌가요?지금은 각 나라 가톨릭의 대표자인 추기경들이 밀실에 모여 새 교황을 뽑지만, 옛날에는 신자들이 한데 모여 적합한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고 해요. 여러 신자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하늘의 뜻으로 여겼답니다.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선거방법이지요? 학급회장 선거도 그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날 밤, 저는 우리 반 아이들이 입을 모아 제 이름을 외치는 꿈을 꾸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