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강쪽지

癌도 벌벌 떠는 `웃음 바이러스`

bthong 2016. 2. 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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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우울한 경제 전망, 짜증과 불쾌감을 주는 정치권, 해결 기미가 없는 청년 취업난 등은 우리에게서 웃음을 앗아가고 있다. 사소한 일에서 웃음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정신건강은 그만큼 피폐해진다. 우리나라는 항우울제 처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 중 27위에 올라 있다. 한 해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성인이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577만명(2011년 기준)이다.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7.6%로 성인 10명 중 3명꼴로 정신장애를 경험했다. 미국도 성인 22%가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우리의 병든 정신은 자살로 이어져 10만명당 29.1명(2015년 기준)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내 자살사망률은 OECD 평균(12.0명)보다 2배 이상 높다. 특히 65세 이상은 10만명당 64.2명으로 세계 최고다.

'건강' 하면 일반적으로 암, 치매, 뇌질환, 심장병, 요통, 피부병 등과 같은 신체질환을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건강은 신체건강과 더불어 정서가 안정되고 정신이 맑아야 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적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 신체적으로 아무리 건강해도 환자로 분류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신체는 멀쩡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갑자기 버럭 화를 내거나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지만 넓은 의미의 정신장애 범주에 속한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신체건강만을 생각하고 운동과 음식에만 관심을 보여왔다"며 "새해에는 정신적·사회적·영적인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한다. 영국 정신건강 전문가인 패트릭 홀포드 박사는 "건강은 그저 통증이나 긴장으로부터 해방되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건강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최적영양연구소가 100% 건강하다고 믿는 사람의 상위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행복하다'고 했고 78%가 '삶의 목적의식과 방향감각이 뚜렷하다'고 응답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정신질환을 10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정신(분열)증, 성격장애, 불안증, 기분장애, 물질 관련 장애 및 알코올중독,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ADHD) 등이다.

외형적으론 멀쩡하지만 자주 사고를 치는 성격장애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WHO는 "그동안 성격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분류해 왔지만 사실상 정상 성격과 이상 성격은 연속선상에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7% 이상이 성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성격장애는 뉴스에서나 보는 반사회적인 범죄나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형태도 있지만, 평소에는 정상인의 성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감정변화가 극단적이고 자기학대적인 사람, 은둔형 외톨이, 남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 상대에게 지나치게 무책임한 사람,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 등도 성격장애가 있을 수 있다.

분노 조절을 못하고 화를 내는 것도 성격과 관련이 있다. 화나 분노가 무서운 것은 바로 '중독성'과 '전염성'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 발달과 사이버공간 확장으로 더욱 촘촘한 네트워크로 묶여진 현대사회는 한 사람의 잘못된 화풀이나 분노 표출이 주위 사람들에게 엄청난 정신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불같이 폭발하는 A형 스타일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는 B형 스타일 △화를 느끼지만 적절히 조절하고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는 C형 스타일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다혈질인 A형은 혈압이 올라가거나 갑자기 쓰러지기 쉽고, B형은 울화가 쌓여 신경성 질환에 잘 걸려 화병과 소화불량, 두통을 앓는 경우가 많다. C형 스타일은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교수는 분노가 생기면 스스로에게 △이 상황이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가 △이 분노가 정당하고 의로운가 △화를 내는 것이 문제해결에 효과적인 방법인가 등 세가지를 자문해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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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는 관심과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성격장애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제 관심과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성격장애는 다른 정신질환과는 달리 일단 치료되면 재발하는 경우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성격은 소심, 내성적, 외향적 등과 같이 평가를 받지만 개인이 속한 문화, 주변 환경, 개인의 역할에 따라 언제든 변화될 수 있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nature)과 길러지는 것(nurture)이 각각 영향을 주고 동시에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는 얘기다.

신체건강은 운동과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듯이 정신건강은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마음가짐이 우리의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질병에 맞서 싸우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인생관이 결국 건강과 장수에 좋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주 웃으면 면역계를 튼튼하게 하여 암을 예방한다. 혈당 수치도 낮춰준다. 웃음은 백혈구, 그중에서도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데, 이 세포는 암세포와 싸우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행복세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웃음은 최고의 영약(靈藥)이다. 사람이 크게 한번 웃으면 몸속의 근육 650개 중 231개 근육이 움직여 목·가슴·복부근육이 강해진다. 웃음은 1분 동안 실컷 웃기만 해도 10분 동안 에어로빅이나 조깅,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10~15분 동안 웃으면 약 50㎉가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은 혈압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트레스호르몬 수치도 낮춰준다.

웃음은 호흡기 감염도 줄여준다. 웃음은 폐를 최대한 가동시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폐는 위쪽의 3분의 1만 사용하게 돼 몸으로 흡수되는 산소의 양이 제한된다. 그러나 웃으면 폐 전체를 사용해 더 깊은 호흡을 하기 때문에 몸을 깨끗이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웃음은 또 1000억개에 달하는 뇌세포를 자극해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향상시켜준다. 유머가 섞인 강의나 대화가 더욱 잘 기억되는 것도 자주 웃어서다. 웃음은 전염성이 강해 내가 웃으면 주변 동료가 웃고, 나아가 모두가 웃게 된다. 성격장애, 불안증, 우울증 등도 자주 웃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 많은 도움이 된다. 웃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을까? 코미디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잘 웃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미국 의료계는 팀을 만들어 웃음을 질병치료에 적극 활용(Laughter Therapy)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질병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해야 할 개인문제라고 치부한다. 정신질환을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여기는 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다.
계급사회일수록 정신질환은 군기가 빠졌거나 나사 풀린 정신상태 때문에 생겼다며 핀잔을 준다. 일반 직장에서도 괴팍한 정신장애자나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들을 일종의 '또라이'쯤으로 무시해버린다. 정신질환에 대한 불감증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우종민 교수는 "모든 정신질환은 기본적으로 뇌에서 발생한다"며 "성격장애나 분노조절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범죄율 감소와 사고, 자살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