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행 좌석 왜 없나 했더니…국제선으로 돌렸구먼

bthong 2007. 5. 20. 21:07
    • 제주행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5월 김포-제주노선 예약률은 대한항공이 95%, 아시아나항공 92%로 조사됐다. 평일 낮 시간까지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주말에 탈 수 있는 비행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려워 아예 제주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왔다. 지난 3년간 비행기를 이용해 제주를 방문한 여행객 수는 2004년 1064만명, 2005년 1075만명, 2006년 1121만 명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제주도에서 주말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골프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5월은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객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제주도에서는 ‘피크시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을 실어 나르는 항공사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4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의 제주노선 운항편수는 총 9401편, 좌석은 180만석 가량 줄어들었다. 양대 항공사가 국내선 편수를 줄이거나, 국내선에 배정된 대형항공기를 국제선으로 돌리고 중소형 비행기를 국내선에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다.

    • 양대 항공사는 항공기 노선분배에서 국제선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정부와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되면서 해외 항공사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자 양대 항공사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선 비행기를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선 탑승률을 높이고 국제선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선 이 방법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제주를 비롯한 국내선은 사실 ‘돈 되는’ 노선이 아니다. 김포-제주노선(280마일) 평일 왕복요금은 14만원대인 반면 인천-웨이하이(247마일), 인천-다롄(292마일) 구간은 비슷한 거리인데도 22만~35만원으로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운행시간이 비슷하다면 항공기를 국제선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특히 제주노선은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요일·시간대별 여객 수 편차가 심해 항공편을 무조건 넉넉히 배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양대 항공사는 지난 3~4년간 제주노선 항공료를 거의 올리지 못했다. 항공요금 책정은 항공사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아직까지 국내선은 여행용보다는 ‘교통수단’이란 인식이 강해 요금인상에 따른 승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 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성항공,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사들은 양대 항공사가 저가항공사의 경영정상화를 늦추기 위해 제주노선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5~2006년 문을 연 저가항공사의 제주노선 요금은 현재 양대 항공사 요금의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대 항공사가 제주노선 요금을 올리면 저가항공사도 지금보다 요금을 올려 보다 빨리 경영정상화 단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양대 항공사가 수익이 낮은 국내선을 운영하면서도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저가항공사 측의 주장이다.

      이처럼 제주노선 좌석난이 심각해지자 건설교통부는 14일 대한항공 202편(4만6100석)과 아시아나항공 123편(2만1303석)을 임시로 투입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제항공 운수권을 배분할 때 국내노선 활성화에 기여한 정도를 고려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국제선에 항공기를 투입하기 위해 국내선을 폐지·축소하는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항공사에 수익이 높은 국제선을 줄이라고 강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제주도청과 항공업계는 여행사들이 김포-제주 이외의 노선을 최대한 활용하고 비교적 한가한 평일 낮 시간대로 여행객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여행상품을 적극 구성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항공기 공급은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에 ‘빈틈’을 활용하는 것 외엔 당장 대책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제주도청은 인천-제주노선을 운항하는 모든 항공기의 인천공항 시설사용료를 최대 70%까지 감면하기로 인천공항공사와 합의했다. 김포-제주노선으로 몰리는 단체수요를 인천-제주노선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다. KTX와 배편을 연계하는 여행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다양한 분산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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