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펀드

미래에셋 신드롬…펀드 르네상스 주도

bthong 2007. 11. 4. 23:18
주식투자 따라하기·새펀드 가입 폭풍

A증권사 대구 수성지점에는 최근 `미래에셋 상품 팝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미래에셋증권 경쟁사이고,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A증권사뿐만 아니라 BㆍC증권 대전 둔산지점에서도 같은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미래에셋 상품을 팔아야 영업이 되기 때문이다.

D은행 창구 직원은 "펀드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종종 미래에셋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와 난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마치 `스카치테이프`나 `크리넥스 티슈`처럼 `미래에셋 펀드`가 펀드의 대명사로 인식되면서 펀드와 미래에셋을 동의어로 오해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펀드시장의 지나친 쏠림 현상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제기되지만 미래에셋은 이른바 `펀드 르네상스`를 주도하면서 펀드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이 `미래에셋 신드롬`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셋이 국내에 처음 도입한 글로벌 스윙펀드(외국 유망 지역에 올인하는 방식) 개념의 `인사이트 펀드`도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달 말 명동과 여의도에 위치한 대부분 증권사와 은행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봐도 승객들이 미래에셋 펀드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에 인사이트 펀드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인사이트 펀드는 운용도 하기 전에 1조6000억원어치가 팔리며 신생 공모 펀드로는 단기간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최근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5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도 인사이트 펀드로 자금이 몰린 것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셋 신드롬은 지난달 29일과 30일 미래에셋 전환사채(CB) 공모에 8조원에 육박하는 시중자금이 몰린 것과 맞물려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해외펀드 상품이기도 하지만 다름 아닌 미래에셋 브랜드 인지도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만나자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래에셋 위상은 한층 격상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업계 경쟁사들 사이에서도 미래에셋 포트폴리오는 투자지표가 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E사 주식운용본부장이 "미래에셋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가 사는 종목을 매도하려 한다"고 하자 운용사 대표가 책상을 치면서 "무슨 재주로 미래를 앞선다는 말이냐. 미래가 사는 걸 따라서 사라"고 호통을 쳐 머쓱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업계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황이 들쭉날쭉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래에셋의 영향력 때문"이라며 "미래에셋이 사는 종목과 파는 종목이 무엇이냐에 따라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 정철진 기자]
 
직장인도 주부도 모였다하면 펀드 얘기
국내 주식형 수익률 상위 10개중 5개 차지
중국펀드 1년 수익 177%로 외국사 압도
인사이트펀드 운용전 이미 1조6천억 몰려

◆미래에셋 신드롬◆

자산운용업계에서 미래에셋 위상은 호칭에서도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을 통상 `M사`로 부른다. 한 펀드매니저는 "결국 자산운용업계가 `M사`와 `비M사`의 양분 구도이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M으로 부르는 것은 단순히 회사의 이니셜일 뿐 아니라 메이저(Major)나 머니(Money)라는 뜻도 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만난 최 모씨는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도 종종 펀드 얘기를 한다"며 "집사람도 친구들과 모이면 어떤 펀드에 들었는지, 수익률이 얼마인지가 회자된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시중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곧바로 미래에셋 계좌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돈다. 그만큼 미래에셋은 시중자금을 무서운 속도로 흡인하고 있다.

최근 4550억원 규모 전환사채 공모에 청약자금 7조6327억원이 몰리고 새로 출시한 인사이트 펀드가 10여 일 만에 1조6000억원을 끌어모은 것이 단적인 예다. `공룡펀드` 출현으로 인해 주식형 펀드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펀드 시장이 출렁거렸다.

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전일 대비 1305억원 감소한 93조6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5월 11일 이래 처음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아져서 기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이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 순자산총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맵스자산운용을 합쳐 55조3820억원에 달한다.

2위인 삼성투신운용(26조2800억원)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압도적 우위다.

순자산총액은 지난 7월 31일 39조5020억원에서 불과 3개월 사이에 40%가 넘는 15조88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래에셋이 돈을 끌어모으는 것은 무엇보다 미래에셋 수익률이 다른 운용사보다 단연 높다는 시장의 신뢰 때문이다.

1일 현재 국내 성장형 펀드 1년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가 상위 10개 중 5개를 차지하고 있다.

1년 수익률 2위를 기록 중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1년 수익률은 92.74%다. 해외 주식형 수익률은 이보다 한층 두드러진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법인주식1(약칭 미차솔) 클래스A는 1년 수익률이 160%에 달했다. `미차솔1 종류A` 수익률은 177.1%를 기록했다.

홍콩계 자산운용사가 중국 펀드를 시판하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자신들 수익률이 100% 가깝게 나온다고 자랑하다가 기자들이 미래에셋펀드는 170%가 넘는다는 것을 지적하자 머쓱해진 나머지 "이제 고작 1년 남짓한 펀드와 비교하지 말라"고 역정을 냈다는 것도 시중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 수익률이 아직은 단기 검증을 받은 데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펀드분석팀장은 "인사이트펀드 모집 성공은 외국 운용사의 글로벌 펀드와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델이었다는 점과 함께 그동안 미래에셋 운용성과가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킨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래에셋 성과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막강한 자금 흡인력에 힘입어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한 연기금이 미래에셋증권 CB를 다량 확보하기 위해 미래에셋 측에 단독으로 CB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미래에셋증권이 부담스럽다며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시중에 떠돌고 있다.

통상 주식을 팔기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인 증권사가 칼자루를 쥔 연기금에 큰소리를 친 것은 증권ㆍ자산운용업계에서 미래에셋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 증권사 임원은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2위 그룹 간 격차가 너무 커서 기존 대형증권사들도 미래에셋증권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며 "워낙 시장 영향력이 큰 것에 대한 염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미래에셋 이름을 팔아서 주가를 띄우거나 이득을 취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어 회사 내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 김선걸 기자 / 정철진 기자]

미래에셋, 中ㆍ인도 증시 뜨기전 한발앞서 펀드 내놔
98년 폐쇄형뮤추얼서 최근 인사이트까지 연도별 히트상품 보면 투자미래 보인다

◆ 미래에셋 신드롬◆

미래에셋의 성공에서 얻은 힌트를 개인적 성공의 열쇠로 삼을 수 있을까.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래에셋 초고속 성장 비결로 정치ㆍ경제적 상황이 가져다 준 `운`도 부인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투자의 과학화`를 이룬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1998년 경쟁사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시도하지 않은 폐쇄형 뮤추얼펀드를 처음 내놓아 성공을 거뒀다. 이어 2001년 랩어카운트 업무와 채권펀드, 2004년 부동산펀드 출시와 사모펀드(PEF) 출자, 2005년 외국 현지법인 운용을 통한 외국펀드 출시 등 새로운 시도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섰고 그때마다 성공했다.

이를 통해 펀드 돌풍을 일으켰고 적립식 주식형 펀드 계좌 1000만개 시대를 열어 펀드를 국민투자수단으로 만들었다. 최근 출시한 인사이트 펀드 돌풍도 지금까지 실적이 쌓은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 때문이다.

미래에셋이 앞서 변화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남보다 한 발 더 들어간 분석과 빈틈없는 준비 덕분이다.

미래에셋은 2005년 10월 인도펀드를 중국펀드보다 한 달 앞서 출시했다. 2006년 인도 투자가 붐을 일으키기 한 해 전이었다.

인도법인을 설립한 직후인 2007년 1월에는 코친디아(한국 중국 인도 동시 투자) 펀드를 출시해 한 발 앞서 분산투자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이 출시한 상품을 시계열로 분석해 보면 앞으로 떠오를 유망 지역과 투자 대상을 미리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국외투자를 할 때 △성장률이 높은가 △설비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인가 △부존자원이 많은가 △환경이 좋은 나라인가 등 네 가지 기준을 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출시한 외국 펀드는 네 가지 개념 중 최소한 2~4가지 개념을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이 외국시장을 개척할 때 증권사가 투자은행(IB) 형태로 먼저 나가고 자산운용사가 동반 진출하는 일반적인 순서와는 반대로 먼저 운용사가 현지에 진출한 다음 증권사가 진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은 "자산운용사가 먼저 나가서 이름을 알려놓으면 외국 진출에 따른 불확실성과 위험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으로 촉발된 펀드 투자시대가 야기한 변화와 그 변화가 어디로 진행될 것인지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먼저 펀드 돌풍은 주식과 펀드 등 금융자산도 안정적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과거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구조를 금융자산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가계자산에서 80%를 상회하던 부동산 자산 비중이 76.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국내 주식과 외국 주식, 펀드 등 주식 관련 자산 비중이 60%를 넘고 부동산 자산은 10% 미만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둘째는 투자 대상과 지역 등 `투자의 지평`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넓어진 것이다. 기업 주식이나 채권만 아니라 금 철강 석유 미술품 등 다양한 실물자산들이 금융상품화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증가하기도 했다"며 "선택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투자자 학습이 갈수록 더 요구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사면 주가 올라…미래에셋 쏠림현상 가속
미래에셋, 中ㆍ인도 증시 뜨기전 한발앞서 펀드 내놔
미래에셋, 국내최대 증권사로… 삼성증권 추월
적립식 투자문화 등…99년 바이코리아 광풍과는 달라


[이창훈 기자 / 정욱 기자] 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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