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BDS

200억대 자산가 가수 방미의 투자비법

bthong 2008. 1. 4. 15:44
강남 미련 이젠 버리세요 용산ㆍ종로가 돈 될겁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톱가수의 '끼'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선 '부자의 DNA'가 번뜩였다. '날 보러와요'를 노래하던 가수 방미(45). 그녀가 10년 만에 200억원대 자산을 가진 부동산 투자 전문가이자 부자되기 멘토로 컴백했다. 눈발이 흩날리던 2007년의 마지막 날. 이태원 커피전문점에서 방미를 만났다. 빅 사이즈 커피를 들고 활짝 웃으며 반긴다. 어깨 길이 단발에 전성기 때 외모 그대로였다. 잘 웃는 얼굴, 속사포 같은 빠른 말투, 물어보는 족족 툭툭 털어놓는 솔직함까지 사업가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돈 자랑은 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왜 갑자기 200억원대 자산가라고 소문이 났느냐'고 까칠한 질문부터 던졌다.

"미국 뉴욕에 머물다 2006년 6월 잠시 귀국해 한 월간지와 인터뷰를 했어요. 뉴욕 생활을 취재하겠다던 그 기자가 제가 머물고 있던 유엔빌리지 빌라에 감탄하다가 '이거 혹시 본인 거예요? 다른 건 뭐 있어요?' 하더니 기사 타이틀을 '200억원대 부동산 부자'로 둔갑시켜버리더라고요. '감' 좋은 그 기자 덕분에 한국에 올 때마다 10여 개 방송 요청이 몰려들고 부동산 투자서까지 내게 된 거죠."

암튼 부자라고 내세워 본 적 없고 부자라고 자랑해 본 적도 없다는 거다. 사람들이 200억원대 방미에 열광하는 것은 부자를 죄악시하던 시대 분위기가 어느새 부자를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는 시대로 바뀐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돈을 쌓아 놓고 사는 줄 아는데 빚이 30억원은 되거든요. 이자만 한 달에 1800만원 이상 내야 하고 뉴욕과 토론토, 서울을 오가다보면 제 생활비로도 1000만원은 들죠. 부동산이 200억원대라면서 구질구질하게 버스 타고 종이컵 모은다고 뭐라고들 하는데 이자부담 때문에 생활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아직도 더 큰 꿈을 위해서 절약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미 씨는 2월 뉴욕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4년간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이모부가 27년 넘게 꾸려 온 액세서리 가게를 최근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50만달러. 월매출은 9만달러 정도로 예상한다. 임대매장을 재임대하는 이른바 '알까기 세'를 통해 월 1만8500달러 정도인 임대료 가운데 8000달러만 본인이 부담한다. 영어에 능통한 세 조카에게 실질적으로 가게 운영을 맡길 예정. 월 2만~3만달러가량은 남을 것이라는 게 수십 번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얻은 결론이다.

4년 정도 사업을 해서 뉴욕 맨해튼에 상가 빌딩과 집을 하나 장만하는 게 목표다.

"2001년부터 계속 빌딩 공부를 했는데 렉싱턴 에버뉴 쪽 빌딩은 150만달러하던 게 지금 500만달러, 뉴욕곰탕빌딩은 280만달러하던 게 지금은 600만달러를 호가합니다. 요즘 급매물이 좀 나와요. 눈여겨보고 있던 콘도만 해도 80만달러를 호가하던 게 65만달러까지 떨어졌는데 50만달러까지 떨어지면 살 거예요."

요즘은 캐나다 토론토에 필이 꽂혀 있다.

홍콩계 개발회사가 다운타운 전체를 뒤집어 엎고 있는 중이란다.

"외국에 나가면 여행사 사장, 유학원 사장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 3인방을 제일 먼저 만납니다. 유학생 수요가 많기 때문에 25만달러 내외 콘도를 사면 연 6% 수익은 거뜬할 거라고 생각해요."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는 것 그리고 항상 수익률을 먼저 계산해 보는 것. 방미 씨의 오래된 투자 습관이다.

그녀는 서울에 부동산을 딱 3개만 남겨놨다. 논현동에 4층짜리 상가(대지 200평), 이태원에 99㎡(30평형) 오피스텔, 320㎡(97평형)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빌라가 '구조조정'에서 살아 남았다. 아파트는 없다.

"강남 아파트는 너무 올랐어요. 금리가 8% 이상으로 오를 것이고 세금도 엄청나죠.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매입가보다 200%는 올라야 제반비용을 빼고 수익이 나는데 강남 아파트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그녀가 9억원에 팔았다는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지금 22억원이다. 리모델링 후 이 아파트가 40억원이 됐다고 치자. 수익률이 연 6~7% 되려면 월세가 2500만~2800만원은 돼야 한다.

"누가 월세 2800만원을 내겠어요? 아주 싼 집이 아니면 승산이 없어요." 방미 씨의 결론이다.

방미 씨는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한다.

"대출이자며 각종 세금을 빼고 100% 수익은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한남동 빌라는 16억원에서 3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외국인에게 세를 주면 2년치 월세가 한꺼번에 나온다. 임대수익률이 11% 이상이다. 강남에 있는 상가건물에서 매월 4000만원가량 월세가 나온다.

최근 그녀가 눈여겨보는 곳은 용산, 을지로~종로~명동, 삼청동~가회동 등 강북 도심권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가회동 사무실 주변이 제법 움직였다. 용산은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3년이다.

방미 씨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쪽은 10년 후에 테헤란로를 능가할 것"이라며 "불과 10년 전에 테헤란로 땅이 3.3㎡당 2000만~3000만원 했는데 지금은 2억5000만~3억원 한다. 특히 대로변 뒤쪽 오피스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강로 쪽은 오를 대로 올라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반면 이태원 쪽은 오히려 승산이 있다는 게 그녀의 판단.

단국대 용지 쪽과 한남동, 이태원 1ㆍ2동 쪽을 주목해 보라고 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가 3.3㎡당 900만~1000만원 하다가 느닷없이 3000만~4000만원 된 것처럼 현재 1100만원 언저리인 평창동 성북동 등도 도심권 개발이 가속화되면 외국인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그녀의 예상.

"저는 이제 4년간은 한국에 없으니 솔직하게 말하는 거예요." 방미 씨는 몸을 젖히며 쾌활하게 말했다.

[부동산] 방미. "60 되면 장애아교육센터 만들 생각"

방미씨는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 사이트만 뒤지지 말고 무조건 직접 가봐라 △부동산 투자는 손발이 빨라야 한다 △집은 있어야 하니까 강북에 3.3㎡당 1300만~1500만원짜리 사고 나머지는 돈이 나오는 곳에 투자하라 △쓸데없이 연예기사나 스포츠기사 읽지 말고 경제신문을 읽어라 △부자들의 얘기를 열심히 읽으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 연예뉴스나 보고 남의 이혼기사 뒤져 읽고 그러는데 진짜 안타까워요. 그런다고 쌀이 나와요, 돈이 나와요. 싫은 인생 살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발로 뛰어야죠." 방미 씨는 메모장에 끊임없이 숫자를 적는다. 원ㆍ달러 환율, 금리 전망, 상가 크기, 부동산 시세, 수익률 모두 척척 나온다.

"숫자가 진짜 중요하거든요.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계산해요. 그래야 돈을 먹거든요." 그녀는 '부자아빠' 시리즈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와 뉴욕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책을 멘토로 삼아 투자감각을 익혔다고 했다. 기요사키 말대로 일찌감치 법인을 세워 투자에 활용했고 '절세'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20대 때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매일 아침 유산소ㆍ근력 운동 등 2시간 이상을 운동에 할애합니다. 그러고 나선 커피를 마시며 투자 관련 책을 읽죠. 웬만한 책은 1시간, 어지간한 책도 4시간이면 뚝딱이에요."

예순이 되면 자폐아, 뇌성마비 아이들을 위한 최고급 의료ㆍ교육 센터를 만들 생각이다. 투자자도 다 정해졌다. "제가 의심이 좀 많아서 기부는 체질에 안 맞아요. 제가 직접 참여하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잖아요. 무엇보다 나이 들어 '이사' 직함 달고 일하면 번듯하잖아요." 대답 한번 참 시원시원하다.

인터뷰를 끝내고 종이컵을 부지런히 챙겼다. 200억원대 부자 방미 씨도 종이컵을 꼭 챙기는데 우리 같은 샐러리맨들이 똥폼 잡을 이유가 없었다. '부자=실천'이라지 않는가.


[채경옥 기자 / 이유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