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위암

한국인 胃力 왜 발휘 못하나

bthong 2008. 1. 9. 17:22

위암 男 발병률·女 사망률 1위로 세계 꼴찌 수준

헬스조선은 대한암협회(회장 안윤옥)와 함께 '10대 암 완전정복' 기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헬스조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06년 해당 암 수술 건수가 가장 많은 전국 20개 병원의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In-depth interview)'를 실시해 해당 암의 최신 진단·수술법과 예방법을 집중 조명한다.

위암 발병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 꼴찌 수준이다. 선진국은 물론 국민소득이나 보건·위생 지수가 훨씬 열악한 나라들보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병률은 더 높다.

전체 암 중 위암의 발병률은 남성은 1위(24%), 여성은 2위(15.3%)다. 매년 위암으로 진단 받는 사람이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남성 4만1375명, 여성 2만4104명 등 총 6만5839명. 이중 위암 사망자는 남성 7183명(남성 암 사망자의 17.4%), 여성은 3807명(여성 암 사망자의 15.8%)이다. 남성의 위암 사망자 비율은 폐암, 간암에 이어 3위, 여성의 위암 사망자는 전체 암 사망자 중에서 1위였다. 그나마 위암은 조기발견이 많아 사망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1990년대에 일부 암 전문가들은 "위암은 10~20년 뒤에 발병률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선진국의 전례 때문이다. 위암은 과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무척 높은 발병률을 보였으나, 소득증가와 보건·위생 상태 개선 등에 따라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소득이 점점 늘면서 선진국의 경로를 따라 위암 발병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였다. 하지만 위암은 여전히 발생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위암이 왜 줄지 않는지에 대해 전문가들도 딱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본도 위암 발병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미뤄, 식습관 등 환경 요인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헬스조선의 전국 20개 병원의 위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은 위암 발병 원인 1위(복수응답)로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90%)'과 '높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률(90%)'을 들었다. 이어 '탄 음식이나 염장 식품의 과도한 섭취(70%)' '폭음·폭식·흡연(50%)' 등이 꼽혔다. '과도한 스트레스(25%)'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15%)' 등의 응답도 있었다. 생활습관, 특히 잘못된 식습관이 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란 의견이었다.

이는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의 연구에서도 입증돼 있다. 안 교수는 서울과 미국 LA의 한국인, 일본 미야기현의 일본인, 미국 LA의 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인구 10만 명 당 위암 발생률은 서울 한국인(68명), LA한국인(43.4명), 미야기현 일본인(69명), LA백인(7.3명) 등이었다. 4지역 연구결과 위암의 주요 위험 인자는 비슷했다. 위암 위험 인자에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노출됐는가 하는 것이 위암 발생의 가장 큰 변수였다.

연구결과를 보면 담배를 피우고 가족력이 있으면 위암 발생률이 2~3배 높았다. 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자는 비 감염자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1.7배 높았다. 반면 냉장고 사용 기간이 길수록 위암 위험도가 낮았다. 음식 중에서는 '과도한 소금 섭취'가 문제가 됐으며, 조리법으로는 '육류나 생선을 불에 굽는 것'이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는 "소금에 절인 음식 섭취를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 섭취, 적절한 운동 등으로 위암을 예방하는 한편,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위축성 위염 10% 위암 진행… 담배 끊고 술 자제해야

 

위암, 이것이 궁금하다

위암 수술을 받으려면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할까? 위암으로 위를 절제하면 음식은 소화를 시킬 수 있나? 부모나 형제 중에 위암 환자가 있으면 나도 위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일까? 위암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전국 20개 병원 위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제공

Q1 서울의 큰 병원이 좋을까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그 가족은 어떤 병원에서 수술 등 치료를 받아야 할 지가 최대 고민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굳이 서울의 큰 병원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의 85%(17명)는 '요즘 웬만한 대학병원(종합병원)은 일정 수준 이상이므로 굳이 서울 큰 병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가능하면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경기에 있는 대학병원 전문가 10명 중 8명이 '서울 큰 병원을 고집할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06년 위암 수술 많이 한 병원 20곳' 중에서도 서울·경기가 10곳, 지방이 10곳으로 반반씩을 차지했다.

위암 수술에 앞서 다른 의사에게 '2차 소견(seco nd opinion)'을 들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듣는 것이 좋다(50%)'는 의견과 '들을 필요가 없다(40%)'는 의견이 팽팽했다. 지방의 위암 전문가 10명 중 6명이 '가능하면 듣는 것이 좋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환자들이 확진 후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Q2 위염 놔두면 위암 되나

위염에는 '미란성 위염'과 '표재성(表在性) 위염' '위축성(萎縮性) 위염' 등이 있다. '미란' 이란 말은 '썩거나 헐어서 문드러짐'이란 뜻이다. 미란성 위염은 출혈과 염증을 동반한 위염으로 위 점막이 약간 붓기도 한다. 표재성 위염은 위 점막 표면에 생긴 비교적 가벼운 염증이지만, 심하면 위 점막 일부가 훼손되기도 한다. 미란성이나 표재성 위염은 위암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점막이 위축돼 얇아지고 혈관이 투명하게 보이는 위축성 위염은 그러나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위축성 위염에 '장상피화생'이 나타나면 위암이 잘 생긴다. 장상피화생이란 위 점막의 위액 분비샘이 없어지고, 위 점막에 작은 돌기가 생기며, 붉은 점막이 회백색으로 바뀌는 증상이다.

위축성 위염의 증상은 윗배 불쾌감, 트림, 복통 등이어서 증상만으로 병을 진단하기는 어렵고, 위 내시경을 해야 한다. 위축성 위염이 있다고 당장 특별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요인을 피하고, 제산제 등으로 증상을 없애는 치료를 하고,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는 "심한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의 10% 이상에서 암이 발생하며, 위암까지 진행되는 데는 16~24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위궤양도 일반적으로 위암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위에도 대장처럼 용종(茸腫·폴립)이 생길 수 있지만 크기는 몇 ㎜에서 1㎝ 정도로 크지 않다. 대부분의 위 용종은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나, 선종성(腺腫性) 용종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시경으로 제거한다.

Q3 위암도 유전되나

부모·형제·자매 중 위암 환자가 있을 때 위암 발생률이 높은가에 대한 질문에 전문가의 70%(14명)가 '유전적 요인이 강하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1명)', '잘 모른다(2명)'는 대답도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이 강한 위암은 전체 위암환자의 5% 정도이다. 다만 집안에 위암 환자가 3명 이상이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Q4 어떤 수술이 좋을까

위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암의 진행 단계와 환자 나이 등에 따라 '내시경' '복강경' '개복수술' 등을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내시경 수술은 암이 위로 볼록 튀어나온 융기형일 때, 크기가 2㎝ 미만이고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희박한 조기 위암일 때 주로 적용된다. 복강경 수술도 조기 위암이고 위의 하부에 생긴 경우 많이 시행한다. 개복수술은 조기 위암이라도 위의 중간이나 윗부분에 있을 때, 또는 진행성 위암일 경우에 주로 적용된다.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김영우 박사는 "복강경 수술은 결과가 좋아 현재 조기 위암에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진행성 위암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개복 수술은 절개 부위를 적게 하는 최소 침습 수술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Q5 수술 뒤, 위가 자라나

위를 절제한 뒤 남아 있는 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진다. 물론 수술 전 크기만큼 커지지는 않지만, 커진 부분이 부분적으로 위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따라서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예전처럼 식사를 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위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위암 수술 후에는 하루 5~6회에 걸쳐 소량의 식사를 하며, 입에서 음식을 충분히 씹고 천천히 먹을 것을 강조했다. 또 소화가 잘 안 되는 딱딱한 음식보다는 부드러운 음식, 맵고 짠 음식보다는 저염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비를 잘 일으키는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Q6 수술 뒤 술과 고기 먹어도 되나

수술 후 음주와 관련, 전문가 20명 모두 '소량(1~2잔)의 음주는 가능하지만 3잔 이상은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걷기 등 무리하지 않는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꾸준히 하는 것도 수술 뒤 꼭 실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육류 섭취와 관련해선 대다수(95%)가 육류 위주 식습관은 좋지 않지만 1주일에 3~4회 정도 육류 섭취로 단백질 등을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 영양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주대병원 외과 조용관 교수는 "위암 수술을 받은 후 적절한 영양 섭취와 사회 활동, 그리고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위암 수술 뒤 항암치료를 하느라 체력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Q7 위암 예방하려면 뭘, 어떻게 먹어야 하나

위암의 대표적 위험인자는 탄 고기와 소금에 절인 지나치게 짠 음식, 가족력,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흡연, 악성빈혈, 고농도의 방사선에 노출된 경험 등이 꼽힌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1차로 이들 위험 인자를 주의하고, 2차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이중에서 가족력이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악성빈혈 등은 평소의 노력으로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위암 위험을 낮추는 식습관은 노력에 따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먹는 음식 자체가 위암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요리법 또는 보관법은 상관관계가 높다고 말한다. 불에 탄 고기나 생선, 자극성 강한 음식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식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훈증, 약품 처리한 경우도 위암 위험이 높아진다. 햄과 소시지 등 아질산염이 든 식품도 바람직하지 않다.

요리법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불에 구운 고기나 생선은 위암 위험도가 높은 반면, 고기전 생선전은 오히려 위험도를 낮춘다는 점이다.

헬스조선이 심층 인터뷰한 위암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짠 김치와 된장도 위암의 원인이 되므로 김치와 된장의 섭취량을 줄이거나, 싱겁게 담가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반대로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위암 발생률을 30~50%까지 줄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 속 비타민C와 카로틴 등이 발암물질을 분해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그 밖에도 ▲비타민C ▲셀레늄(해산물, 고기, 곡류, 우유, 브로콜리) ▲리코펜(토마토) ▲이소플라본(콩) ▲플라보노이드·카테킨(녹차) ▲알리신(마늘, 파) ▲오메가3 지방산(등 푸른 생선) 등을 위암 예방을 위해 권장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편식 습관은 위암 발병과 상관관계가 높다. 특히 비타민A, B, C, E와 칼슘, 칼륨, 엽산이 부족하면 위암 발병 위험도가 높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