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귀농

◆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 은퇴 후 주거지 고르는 법

bthong 2011. 8. 23. 14:18

 

 

◆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

은퇴 인구는 많아지고 있는데 평균 수명도 늘고 있다. 은퇴한 사람들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은퇴 후에도 40~50년 살 것을 계획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노후에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사는 주거형태를 가리켜 ‘멀티해비테이션’이라고 한다. 복수, 여러 개란 뜻의 멀티(Multi)와 주거란 뜻의 해비테이션(Habitation)이란 말의 합성어로 여러 개의 집을 옮겨 다니며 사는 주거유형을 말한다.

2009년 10월 14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한 ‘CEO Information’에 ‘주택의 미래변화와 대응방안’이란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선진국에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주말이나 휴가 때 머무는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정기적으로 두 집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스플리터(Spliter)’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은퇴자들의 세컨드하우스가 대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은퇴 후 정착해 살기 위한 용도든 아니면 멀티해비테이션용도든 은퇴 후 입지를 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둘 것은 토지와 주택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원주택·토지 환금성 약해

은퇴한 후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평생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모든 재산을 투자하게 된다. 거기에 자식 생각도 한다. 자녀들이 오면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염두에 둔다. 이런 이유로 집도 땅도 커지고 결국 투자규모도 커진다.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집을 크게 지었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후를 보낼 집을 계획한다면 자식은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자식들 자주 오라며 공간을 추가해놓아도 실제로 자식들은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비어 있는 공간이 되고 결국 비용만 발생한다. 이렇게 전원주택을 짓고 살아 보면 애초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닌 때가 많다.

평생 살겠다는 생각으로 터와 집에 많은 투자를 해 덩치를 키워놓았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를 해야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전원주택이나 토지의 환금성은 도심지 부동산과 다르다. 빨리 움직이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시작할 때 반드시 팔 때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작게 시작해 자신이 생기고 익숙해지면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땅과 화려한 집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지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땅을 찾고 그 일을 하기 적당한 집을 짓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입지 선정을 할 때는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목적이 선명해야 한다. 남들이 모두 계곡을 찾고 강변을 찾는다고 똑같이 따라간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자신의 목적과 맞는 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지 고를 때 땅 용도부터 고려해야

사례 하나를 보자. 50대 후반에 접어든 안정숙 씨가 전원주택을 짓고 강원도로 이사한 것은 은퇴한 남편의 건강 때문이었다. 담당의사가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살라고 권해 아파트를 팔고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다. 그런데 살면서 안 씨 부부는 터를 잘못 잡은 것에 후회하고 있다. 공들여 짓고 정성들여 가꾼 전원주택을 팔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이들의 목적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관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보고 터를 잡다 보니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 입구였다. 아름다운 산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아주 좋은 터라 생각했다.

게다가 마당 앞쪽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계곡 건너편으로는 등산로가 있어 두 부부는 산에도 자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등산객들이 많이 오는 주말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등산로 입구에 집이 하나 생기자 등산객들은 수시로 관심을 보인다. 관심이 지나쳐 마당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만져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에 올라가겠다며 차를 마당에 세우려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 빌려 쓰려는 사람, 물 얻어 먹으러 오는 사람 등이 수시로 들른다. 게다가 가끔은 관광버스로 오는 단체 등산객들도 있는데 흥이 오르면 계곡에 모여 시끄럽게 손뼉을 치고 노래도 부른다.

안 씨 부부는 토, 일요일만 되면 새벽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차가 들어와 주차하지 못하도록 마당 입구를 막는 일부터 해야 한다. 안 씨 부부가 실수를 한 것은 목적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을 상대로 동동주를 팔고 파전을 팔면 딱 좋은 곳, 여행객들을 상대로 펜션을 하면 좋을 곳에 경관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조용히 살겠다며 자리를 잡은 것이 실수다.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 중에서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원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전원주택을 팔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하면 제대로 된 터를 잡고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전원주택지를 선택할 때는 내가 그 땅을 어떤 용도를 쓸 것인가에 대한 현미경적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며 살 터전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휴식을 취할 전원주택인지 펜션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농사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인지 등 어떤 목적으로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해 거기에 맞는 땅을 찾는 것이 답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인접한 홍천 강변지역 제격

또 하나 사례를 보자. 60대 초반 장정수 씨는 은퇴 후 조용한 시골 마을 입구에 펜션을 지었다. 노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펜션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다. 마을 입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홍보가 돼 좋은 입지란 생각을 했다. 휴가철이나 주말은 펜션 이용객들로 늘 북적인다. 그런데 종종 마을 사람들과 마찰이 생긴다. 조금만 소란스러워지면 이웃 사람들이 찾아오고 전화를 한다.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는 것이다. 펜션사업을 포기하든가 팔고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후생활을 위한 전원주택 입지로 가장 우선적으로 꼽는 것이 자연경관이다. 경관이 좋은 곳을 최고로 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고려다. 도시와의 연계성, 생활편의시설 이용의 편리성, 이웃 등이 중요하다.

고속도로IC에서 가까운 곳, 30분 이내 거리에 중소도시가 있는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 의료시설이나 생활편의시설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편하게 전원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경관이 좋은 곳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서울, 수도권을 기준으로 경기도 지역이 우선 손꼽히겠지만 이미 개발이 많이 됐고 땅값도 비싸 만만한 땅을 찾기도 힘들다. 조금만 벗어나면 좋은 지역들이 많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가 닿는 강원도 홍천의 강변지역과 횡성, 원주 등이 좋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계되는 충북 충주 인근,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진천 등도 인기가 있다. 서해안에서는 충남 태안 해변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은퇴 희망도시는 어디
고베 행복촌, 국내 지자체 벤치마킹 1순위


일본은 세계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즉 고령화율(22.7%, 2009년)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 비율(10.8%)은 단연 세계 최고다. 그만큼 은퇴자 주거지가 잘 마련돼 있다. ‘단카이(團塊) 세대’ 은퇴가 진행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각 지자체들이 ‘고향유치센터’를 개설하고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해왔다.

일본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고베시는 은퇴자들을 위한 ‘행복촌’을 만들었다. 총 205만㎡ 면적에 다양한 복지시설과 여가시설, 공원 등이 구현된 통합모델이다. 재활병원, 노인치매병원을 비롯해 장애인 통원시설 등 10여개 의료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다. 도시공원에서는 온천, 승마, 골프 등 레저를 즐기고, 복지시설에서는 지적장애인 통원시설, 노인성 치매질환 전문병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연간 국내외 관광객만 약 20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유명해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곤 했다.

물론 은퇴 후 오히려 대도시로 몰리는 경향도 엿보인다. 대표적인 도심 주택단지인 도쿄 미드타운에는 고급 레지던스들이 즐비하다. 미드타운 주거지의 대형 주택은 월 임대료가 4500만원이 넘지만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가까운 미드타운 쇼핑센터에서 명품 쇼핑을 즐긴다. 경제력 있는 고령층들이 생활하기 편리한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힐스, 마루노우치 지역 등 도심으로 몰리고 있다. [김경민 기자]

[김경래 OK시골 사장 oksigol@oksig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