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정호승 수선화외

bthong 2011. 12. 8. 01:21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내가 사랑하는 사람/바닥에 대하여/산산조각/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속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잘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된 사람을 사랑한다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 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속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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