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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혈구 하나가 돌아다니는 거리만 144㎞ … 위대한 '血의 여정'

bthong 2014. 8. 18. 00:28

 

 

혈액 속 적혈구의 모습. 가운데가 옴팡한 것이 도넛 모양이다.
혈액 속 적혈구의 모습. 가운데가 옴팡한 것이 도넛 모양이다. / pixabay 제공

혈액은 혈장(血漿) 55%와 혈구(血球·적혈구·백혈구·혈소판) 45%로 구성돼있다. 전자는 91.5% 이상이 물이지만 포도당·아미노산·지방산·무기염류·비타민·호르몬·항체가 녹아 있고, 특히 7%나 되는 단백질 때문에 맹물보다 5배 남짓 점도(粘度)가 높다. 0.9%인 생리식염수의 농도와도 얼추 같다. 그러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이고, 일가붙이끼리는 살갑게 피가 통한다.

아무튼 피는 생명 그 자체라, 핏줄을 통해 수시로 온몸을 돌면서(대동맥에선 초당 40㎝ 빠르기임) 힘겹게 새뜻한 산소와 영양소를 앞앞이 대주고, 이산화탄소·요소·젖산 등 노폐물을 신장(콩팥)에서 배설케 한다. 심장(염통)을 떠난 세찬 핏줄기가 전신을 돌고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데 채 1분이 안 걸리며, 적혈구 하나가 일평생 내리 144㎞를 냅다 돌아다니는 셈이다.

피가 물보다 걸쭉한 것엔 피톨도 한몫한다. 사람의 적혈구(붉은피톨)는 가운데가 옴팡한 것이 도넛 꼴인데, 지름 6.2~8.2㎛(1㎛는 1000분의 1㎜), 두께 2~2.5㎛, 우묵한 한복판은 0.8~1㎛로, 더디고 더딘 초속 0.03㎝로 겨우겨우 삐뚤거리며 모세혈관(실핏줄)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적혈구는 체세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5조 개가 되고(피 한 방울에 물경 3억 개가 들어있음), 전체 적혈구를 이어 줄을 세워보면 그 길이가 거의 17만㎞에 달하며, 더군다나 총면적은 거의 3200㎢에 달한다고 한다. 정녕 적혈구 하나도 적이 놀랍고 자못 예사롭지 않구나.

그리고 적혈구는 다른 포유동물이 다 그렇듯, 골수에서 만들어질 때는 알찬 핵(核)이 있으나 성숙하면서 핵을 잃고 대신 그 자리에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들어찬다. 적혈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헤모글로빈은 산소 98%를 운반하기에 결국 핵이 없어진 것은 되레 유리한 적응이라 하겠다. 게다가 적혈구에는 이례적으로 딴 세포들이 죄다 갖는, 산소호흡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없기에 막상 자기는 산소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적혈구는 산소 없이도 죽지 않기에 4℃의 냉장고에서도 달포 넘게 보관한다.

그럼 피는 왜 붉은가? 적혈구의 혈색소 헤모글로빈은 헴단백질과 철(Fe) 원소가 결합한 것으로, 체내의 2.5g 정도의 철분 중 65%는 헤모글로빈에 들었다. 그 때문에 피가 붉은 것은 궁극적으로 헤모글로빈 철분이 산화(酸化)한 탓이며, 늙음을 녹슴이라 하는데, 헤모글로빈에는 산소가 연신 붙었다가(포화) 떨어지기(해리)를 갈마드는 데 반해 녹슨(산화한) 쇠는 그렇지 못하다.

요컨대 적혈구의 임무는 애오라지 산소 결합이다. 적혈구 헤모글로빈은 물보다 60~65배 손쉽게 산소(O₂)와 결합하는 데 반해, 산소보다는 일산화탄소(CO)와 결합하는 힘이 얼추 250배나 더 세다 하니 그것이 가스중독이다.

세상에 생멸생사(生滅生死)치 않는 것이 없으매, 적혈구는 1초에 200만~300만 개가 죽고 그만큼 신생한다. 특별히 두개골·척추·골반·팔다리뼈 등 큰 뼈다귀에서 만들어지고, 100~120일간 살고 나서 목숨 거두면 간·지라(비장)·림프 마디에서 고스란히 파괴, 분해되면서 부산물인 빌리루빈(bilirubin) 색소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소장으로 빠져나간 것은 대변 색을, 신장에서 내려보낸 것은 소변 색을 결정한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그토록 더없이 선연(鮮姸)했던 붉은피톨도 어느덧 명을 다하고 나면 급기야 싯누런 시체 덩이인 빌리루빈으로 변해 가뭇없이 똥오줌을 물들이고 말더라!

여태 본 것처럼, 적혈구 하나만도 이럴진대…. 참 신비스러운 우리 몸이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