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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함께 찾아온 갱년기… `건강 적신호`

bthong 2015. 12.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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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낙엽이 지고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 주로 발생해 겨울철에 최고조에 달한다.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은 성기능 장애(발기부전)다. 성생활은 의사와 환자, 부자지간, 친구들과도 터놓고 얘기하기 껄끄러운 주제지만 건강의 상징이라고 알려져 있다.

의사가 건강을 체크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진(問診)은 '잘 먹고 잘 싸고'와 함께 '밤일 잘하십니까?'이다. 밤일을 잘한다는 것은 호르몬 분비와 혈액순환이 아주 건강하다는 의미를 넘어 남성으로서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활력(vitality)과 정력(virility)이 넘친다는 얘기다. 잘 먹고 배변을 잘 보는 사람은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별로 없어 대부분 속이 편안하다. 속이 편안하면 혈색과 피부가 좋고, 나아가 정신건강까지 좋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40대 이후 성생활은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심장·뇌혈관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성생활을 가로막는 발기부전의 발병 위험은 고혈압이 있으면 1.5배, 당뇨병이 있으면 1.6배,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1.7배, 나이가 10년 증가하면 2.3배, 우울증이 있으면 3.1배나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성행위는 성욕→흥분→평부(흥분이 쾌감 수준을 유지하는 단계)→오르가슴→만족 또는 이완 단계를 거친다. 사랑 행위는 일반적으로 평균 24분가량 걸리지만 건강에 적지 않은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잠만 자는 남자, 메마른 여자의 성영양 플랜(김청호,김천규, 엄수려 공저)'에 따르면 1회 성관계는 약 200㎉를 연소시킨다. 이것은 30분 동안 힘차게 달리는 것과 비슷한 칼로리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동안에는 옥시토신(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여성의 경우 자궁 수축과 젖 분비 촉진) 영향에 의해 심박동 수와 호흡 속도가 증가하고 혈압이 올라간다. 맥박 수도 1분에 140~180회(평균 정상은 70회)로 증가하고 성기 및 주변 근육은 일련의 수축을 일으킨다. 또한 육체적 접촉은 만성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농도를 떨어뜨린다. 성교 시에는 골반, 허벅지, 엉덩이, 팔, 목, 흉부 근육에 수축이 일어나 근골격계의 운동 효과가 있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뼈와 근육을 증가시키고 심장과 뇌를 건강하게 해준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떨어진 사람은 알츠하이머 질환 위험이 2배나 높다.

성생활은 심리적, 정신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앨프리드 킨제이 보고서는 성관계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성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사람들은 불안, 폭력, 적개심이 더 적어진다고 밝혔다. 미국 정신신체의학에 발표된 눈문에서도 일주일에 3회 또는 그 이상의 성관계를 가지면 남성의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켰다. 특히 오르가슴에 자주 도달하는 남녀는 어떤 약보다 심장질환을 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주일에 3회 사랑을 나누면 신체나이가 10년 더 젊어진다고 한다. 여성들도 성행위를 자주 하면 동안(童顔)에 가까울 정도로 피부가 좋아진다. 성적 활동은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순환을 촉진시켜 영양소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행동내분비학자들도 규칙적인 성생활을 즐기는 여성들은 이따금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 여성들보다 혈중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농도가 현저히 높다고 지적한다. 에스트로겐은 알려진 것처럼 건강한 심혈관 유지, 나쁜 콜레스테롤 저하, 좋은 콜레스테롤 증가, 골밀도 증가, 탱탱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함께 성생활은 오르가슴에 의해 감염증과 싸우는 면역세포를 20%까지 높여준다. 20~50세 남성들은 종종 사정을 할수록 전립선암이 발현될 경향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르가슴은 우울증, 편두통 등과 같은 통증을 완화시켜 주기도 한다.

한지엽 한스비뇨기과 원장은 "성행위는 호르몬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고 긴장 완화와 진정작용, 면역력 증강, 통증 경감에 도움이 된다"며 "사랑은 최고의 의약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성관계도 횟수가 줄고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바로 40대 이후 시작되는 갱년기와 그에 따른 성기능 퇴화로 발기부전이 나타난다.

김청호 박사('성영양 플랜' 공동저자)는 "남성들은 건강이 퇴화하는 40·50대가 되면 성(性)도 고개를 숙이기 시작해 에너지(power), 목적의식(purpose), 열정(passion), 정력(potency)의 상실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남성의 갱년기가 찾아오면 4P를 서서히 잃어간다는 얘기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남성 갱년기의 평균 유병률은 28.4%이며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24.1%, 50대 28.7%, 60대 28.1%, 70대 이상 44.4%로 나이가 들면서 그 유병률이 점차 증가한다. 발기부전은 40대 남성의 약 33.2%, 50대 59.3%, 60대 79.7%, 70대 82%가 겪고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여성의 폐경이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듯이 남성 갱년기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하락하면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주로 고환에서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의 혈중농도는 40세 이후 매년 1%씩 감소해 70세 남성은 40세일 때보다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30% 저하된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 하락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복부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 발생 및 그 정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노화에 따른 점진적인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막을 필요도 없겠지만 정상 이하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들면 여러 남성 갱년기 증상이 발생한다.

사랑도 유통기한이 있다. 사람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90초에서 4분 사이로 알려져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파민(호르몬)이 분비되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등이 분비되어 열병을 앓게 된다. 하지만 18개월에서 30개월이 지나면 이런 호르몬의 영향력이 줄어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게 된다. 결혼 후 2~3년 사이 이혼이 많은 것도 이 같은 호르몬 변화가 한몫하고 있다.

사랑을 지속하려면 재충전이 필요하듯이 발기부전도 치료가 필요하다.

발기부전은 여러 질환의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해 본인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만성질환이 있다면 현재 복용하는 약물, 혈압 등 여러 가지 기저 질환에 대한 고려와 함께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발기부전에 무조건 효과가 좋다거나 혹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치료제 선택의 기준으로 삼기보다 오랜 기간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추운 겨울과 함께 찾아오는 남성 갱년기와 발기부전을 그저 '기분 탓'이라고 가볍게 넘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은 물론 배우자와 행복한 성생활을 위해 보다 현명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