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보

된장

bthong 2017. 2. 5. 12:02

[39] 된장

된장
/조선일보 DB

가을에 담가 먹는 김치가 겨울 반찬의 왕이었다면 봄철에 담가 일년 내내 먹는 장(醬)은 한식의 근본이었다. 음력 4월까지 장을 만들었지만, 정초에 담그는 정월장은 그해 처음 담그는 장으로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 민족은 고대 중국 사서(史書)에 '동이족(東夷族)은 장을 잘 담근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오래전부터 장을 담가왔다. 한민족의 장은 콩장이 주를 이룬다. 장은 세계적으로 보면 액젓이나 젓갈처럼 생선으로 담그는 어장(魚醬), 고기로 담그는 육장(肉醬) 등이 있다.

콩장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소금과 함께 발효시켜 맑은 간장과 걸쭉한 된장으로 분리한다. 된장은 염시(鹽豉), 염장(鹽醬), 이장(泥醬), 토장(土醬)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평안도 덕흥리 고분(408년)의 비문에는 한반도 최초의 된장(鹽豉) 기록이 등장한다. 된장의 한글 표기는 1670년경 쓰인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나온다. 정조 임금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에는 '곡우(穀雨)가 부슬부슬 내려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기므로' 신하들에게 시를 짓게 했는데 황기천(黃基天·1760~1821년)은 '된장의 맑은 향기는 순채를 압도하네'란 시를 지어 봄날의 미각을 표현했다. 봄이면 된장국은 기본이고 미나리를 된장에 박아(1939년 4월 2일자 조선일보) 먹으며 겨우내 추위에 움츠러든 미각을 되살렸다.

집집마다 메주를 띄우고 된장을 만들어 먹던 풍습은 도시화·산업화 과정 속에서 급속도로 사라져갔다. 1960년대에는 메주를 직접 쑤지 않 고 사다가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1969년 3월 23일자 조선일보는 '서울에서는 이제 집에서 메주 쑤는 경우가 거의 없어질 정도라는 상인들의 얘기가 사실인지 가게마다 산더미처럼 메주가 쌓였다'고 보도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된장마저도 대부분 사먹는 시대가 됐다. 이맘때면 장독대에 가득 담긴 구수한 된장 내음이 봄바람에 실려 오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02/20160302000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