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배터리 '한 우물'…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90년대 초 구본무 회장이 "배터리에 미래 걸겠다" 결심… 20여년만에 日 제치고 글로벌 1위
"4차 산업혁명 확산되면 배터리 시장이 반도체보다 커져"
"앞으로 5년 내 정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휘발유차 가격이 같아질 것입니다"
국내 최고 배터리 전문가로 꼽히는 김명환(61)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사장)은 "지금 전기차는 '1세대 전기차'에 불과하고 앞으로 5년 내에 한 번 충전으로 400~500㎞를 달릴 수 있는 '진정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년 동안 '배터리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판 김 소장은 최근 포스코청암재단으로부터 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신설된 기술상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상으로, 경쟁률이 200대 1에 육박했다.
- ▲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은“앞으로는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비용이‘0원’이 되기 때문에 전기차를 타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김 소장은 "앞으로 전기차는 생산 규모 확대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내릴 수 있지만 휘발유차는 환경 규제로 인한 부담금이 늘어 점점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사용하면 에너지 비용이 '0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정마다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솔라패널이 있으면 전기차를 굴리는 에너지 비용은 0원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배터리에 입문한 것은 1996년이다. 1992년 영국 출장길에 우연히 '충전식 배터리'인 2차 전지를 접했던 구본무 LG그룹회장은 귀국길에 충전식 배터리 샘플을 가져와 "미래를 걸겠다"고 결심했다. 럭키금속에 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주문했지만 지지부진하자, 김 소장이 있던 LG화학으로 '충전식 배터리 프로젝트'가 넘어온 것이다.
김 소장은 "처음에는 전문가들조차 'LG화학이 소니 등 글로벌 선두 기업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배터리 재료에서부터 제조 설비까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고, 기술·자원조차 없는 한국이 어떻게 일본을 이길 수 있겠냐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소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98년 청주에 첫 충전식 배터리 양산 라인을 설치했으나, 성능·수율 등 품질 확보에 실패했다. 그는 "우선 기술력이 일본에 한참 뒤져 해마다 적자가 계속됐다"며 "회사 내에서 '괜히 시작했다' '당장 접어야 한다' 등의 비판 여론이 많아 고개를 못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의 독려와 김 소장의 끈기가 합쳐져 2007년 일본과 차별화된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2009년 양산에 들어가 2015년에는 마침내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뽑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1위'에 올랐다.
김 소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누구나 1등을 베낄 수 있지만, 진정한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1등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면서 '차별화 전략'을 꼽았다. 당시 세계적인 기업들은 각형 배터리를 채택했지만, LG화학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선택했다. 김 소장은 "파우치형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인 고유의 구조 특허를 갖고 있으며,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쉬워 수명이 길고 안전성도 높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폴크스바겐, 르노, 볼보, 중국의 상하이자동차, 창청(長城)자동차 등 전 세계 30개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회사 중 가장 많은 자동차회사에 납품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무선통신 시대가 확산되면 2차 전지 시장 규모는 반도체 시장보다도 더 커질 것"이라며 "로봇이나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기기, VR(가상현실)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최고 배터리 업체 자리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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