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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車·휘발유車 가격, 5년 내 같아진다"

bthong 2017. 2. 13. 17:24


[20년간 배터리 '한 우물'…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90년대 초 구본무 회장이 "배터리에 미래 걸겠다" 결심… 20여년만에 日 제치고 글로벌 1위
"4차 산업혁명 확산되면 배터리 시장이 반도체보다 커져"

"앞으로 5년 내 정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휘발유차 가격이 같아질 것입니다"

국내 최고 배터리 전문가로 꼽히는 김명환(61)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사장)은 "지금 전기차는 '1세대 전기차'에 불과하고 앞으로 5년 내에 한 번 충전으로 400~500㎞를 달릴 수 있는 '진정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년 동안 '배터리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판 김 소장은 최근 포스코청암재단으로부터 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신설된 기술상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상으로, 경쟁률이 200대 1에 육박했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은“앞으로는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비용이‘0원’이 되기 때문에 전기차를 타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김 소장은 "앞으로 전기차는 생산 규모 확대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내릴 수 있지만 휘발유차는 환경 규제로 인한 부담금이 늘어 점점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사용하면 에너지 비용이 '0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정마다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솔라패널이 있으면 전기차를 굴리는 에너지 비용은 0원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배터리에 입문한 것은 1996년이다. 1992년 영국 출장길에 우연히 '충전식 배터리'인 2차 전지를 접했던 구본무 LG그룹회장은 귀국길에 충전식 배터리 샘플을 가져와 "미래를 걸겠다"고 결심했다. 럭키금속에 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주문했지만 지지부진하자, 김 소장이 있던 LG화학으로 '충전식 배터리 프로젝트'가 넘어온 것이다.

김 소장은 "처음에는 전문가들조차 'LG화학이 소니 등 글로벌 선두 기업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배터리 재료에서부터 제조 설비까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고, 기술·자원조차 없는 한국이 어떻게 일본을 이길 수 있겠냐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소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98년 청주에 첫 충전식 배터리 양산 라인을 설치했으나, 성능·수율 등 품질 확보에 실패했다. 그는 "우선 기술력이 일본에 한참 뒤져 해마다 적자가 계속됐다"며 "회사 내에서 '괜히 시작했다' '당장 접어야 한다' 등의 비판 여론이 많아 고개를 못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의 독려와 김 소장의 끈기가 합쳐져 2007년 일본과 차별화된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2009년 양산에 들어가 2015년에는 마침내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뽑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1위'에 올랐다.

김 소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누구나 1등을 베낄 수 있지만, 진정한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1등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면서 '차별화 전략'을 꼽았다. 당시 세계적인 기업들은 각형 배터리를 채택했지만, LG화학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선택했다. 김 소장은 "파우치형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인 고유의 구조 특허를 갖고 있으며,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쉬워 수명이 길고 안전성도 높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폴크스바겐, 르노, 볼보, 중국의 상하이자동차, 창청(長城)자동차 등 전 세계 30개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회사 중 가장 많은 자동차회사에 납품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무선통신 시대가 확산되면 2차 전지 시장 규모는 반도체 시장보다도 더 커질 것"이라며 "로봇이나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기기, VR(가상현실)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최고 배터리 업체 자리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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