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젊은 시절의 꿈은 늙은 시절의 후회가 됩니다.
삶이 끝나 가기 때문이 아니라, 그 꿈을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멋지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하루를, 그리고 하나의 계절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삶을 산다면, 우리는 그날들을 다시 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후회를 가져다주는 것은 살지 않은 삶입니다. ―본문 중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전하는 삶의 충고. 이보다 더 진지하고 확고한 인생 지침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는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일들을 떠올린다.
“우리 바닷가에 간 일 기억나?” “시골길에서 자전거 타던 거 기억하니?”
절대로 “더 빨리 승진했어야 했는데…”와 같은 종류의 일들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죽음에 이른 사람들이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이런 것이다.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빛을 느낄 수 있는 건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헛된 욕심과 경쟁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아진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
그들은 인생의 숙제란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복해지는 것뿐,
그게 다라고 입을 모아 전한다.
이 책은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의료계에 불러일으켰고 죽음을 연구해 온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자신의 제자와 함께 죽음 직전의 사람 수백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펴냈다.
그러나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죽는 과정이 곧 삶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기에 오히려 ‘인생 수업’의 주요 과목인 사랑, 관계, 용서, 행복의 정의는 더욱 선명하고 따뜻하다.
질투, 분노, 두려움, 이별조차도 부정적 의미만은 아니다.
그 무엇보다 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세상과의 부대낌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졌다고 여긴 우리 삶이 아직은 행복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는 믿음을 얻는 데서 받는 위안이 크다.
인간을 ‘죽음에 붙여진 존재’로 규정한 하이데거의 명제처럼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시간뿐이다.
생의 어느 자리에 서 있건 여기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 수업’의 교사들은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의 삶을, 단 하루일지언정 억지웃음이나 거짓 관계가 아닌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라고 가르친다.
온전한 경험, 온전한 자기감정으로 채워지는 삶.
그러나 그것이 꼭 심각한 것일 필요는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삶을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수업’이라고 보는 한, 시간은 계량되는 수치로서가 아니라 그 밀도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가슴이 설레는 기쁨, 가식 없는 동정심, 남의 시선이나 평판을 의식하지 않는 선택, 솔직한 질투(그 정도는 솔직함을 드러내는 정도에서 그쳐야겠지만), 진솔한 사랑, 사람과의 관계(이것은 때로 두려움이나 절망, 극심한 슬픔을 이겨 내게 한다), 꿈, 용서,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의 피로와 무게로 잊고 지냈던 가치들을 떠올려 보라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하게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고 저자들은 권유한다. ‘인생 수업.’ 이 책은 죽음의 순간에 부른 삶의 연가(戀歌)다.
신동호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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