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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EO들은 얼마짜리 와인을 마실까?

bthong 2007. 6. 14. 20:44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얼마나 비싼 와인을 마실까. 흔히 CEO들은 신문에 난 것처럼 몇 백만원, 몇 십만원짜리 와인을 즐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아주 소박한 가격대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 전자 자동차 정보통신 증권 식품 등 국내 각 산업에 종사하는 CEO 33명을 대상으로 와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를 넘는 76%가 10만원대 미만 중저가 와인을 주로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응답자 중 43%는 3만원에서 5만원대 저가 와인을 애용한다고 답해 일반 와인 상식을 깼다. 나머지 33%는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 제품을 즐긴다. 이는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비싼 와인=좋은 와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CEO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와인을 선택할까.

정답은 `맛`에 있다. 전체 응답자의 48%(복수응답)가 와인을 고를 때 맛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이어서 `업무`상 와인을 마신다는 사람이 39%나 됐는데 이는 와인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사교로 마신다는 응답도 33%로 높게 나와 와인이 사교의 장에서 맥주나 양주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 즉 건강 때문에 와인을 마신다는 CEO도 27%나 됐다. 프렌치 패러독스란 프랑스 사람들도 다른 서구인들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만 심장병에 훨씬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알고 보니 와인을 즐겨 마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EO들은 한 달에 7번 정도, 평균 4일에 한 번가량 와인을 마신다는 사람이 70%로 가장 많았다. 세분하면 33%는 한 달에 4번, 36%는 한 달에 5~7번 와인을 마신다.

이번에 조사한 CEO의 와인 경력은 5~15년이 가장 많았다. 이 중 30%는 5~10년, 21%는 11~15년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와인의 본고장`은 프랑스다. 어느 나라 와인을 주로 마시는지 묻는 질문에 CEO 중 61%는 프랑스산 와인을 꼽았다. 우아하고 품격이 있어 와인 특유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프랑스산 와인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CEO 중 70%는 보르도지역 와인을 좋아한다고 했다. 보르도지역은 샤토 마고를 비롯해 샤토 무통 로칠드 등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신대륙 미국산 와인을 좋하하는 사람도 21%나 됐다.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으며 최근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이고 있는 칠레산 와인은 15%.

요즘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경영을 하려면 와인을 모르면 안된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한국 비즈니스 문화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당수 경영자가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심지어는 개인강습을 받는 이도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설문에 응한 CEO 과반수가 "와인 공부가 필요하다(79%)"고 응답했다. 61%는 와인 지식을 쌓기 위해 과외공부를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와인 공부를 해본 적이 있다"며 "회사 경영에 와인 공부는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A사장도 "비즈니스 모임에서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며 "틈날 때 와인 서적을 봐둔 것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와인 지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CEO도 많지는 않지만 30%나 됐다. 그러나 신헌철 SK주식회사 사장은 "와인 관련 기사나 상식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즐겨 보는 편"이라면서도 "와인은 즐기는 대상이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CEO 33명

■장 오디베르 신한BNP파리바운용 대표■강정원 국민은행 행장■강현구 롯데닷컴 대표■구영배 G마켓 대표■권기찬 웨어펀 대표■김기범 메리츠 사장■김상우 오리온 사장■김상후 롯데제과 사장■김수홍 인천대교 대표■김정만 LS산전 부회장■김진수 CJ 사장■김희건 신한카드 대표■박종수 우리투자증권 대표■박주만 옥션 사장■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송기룡 더페이스샵 대표■신헌철 SK 사장■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오남수 금호아시아나 사장■오상수 만도 사장■유민수 스위치코퍼레이션 대표■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유용종 워커힐 대표■유재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이희국 LG전자 사장■정미홍 J&A 사장■정수용 빙그레 사장■조생현 보령메디앙스 대표■조영주 KTF 사장■허정범 하이카다이렉트 사장■허태수 GS홈쇼핑 대표 (가나다순)



[이명진 기자]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