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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고르는 법

bthong 2007. 6. 14. 21:16

과거 인기 아이템들인 떡, 갈비, 한과, 위스키가 최근엔 와인에게 ‘대권’을 넘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위스키에 비해 상대방의 건강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선물을 받는 사람의 사회적인 위치, 성격, 기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지인들에게 항상 와인을 선물하는 연극배우 박정자씨는 “와인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아이템은 없다”며 “상대방에게 맞는 와인을 고르는 안목만 갖춘다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와인은 줄잡아 5000여종에 이른다.

그만큼 받는 사람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을 와인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의 기호를 잘 파악하고 몇 가지만 염두에 둔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감동을 안길 수 있다.

먼저 와인을 선물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예산이다.

와인 가격은 5000원짜리 칠레산 와인부터 1000만원이 넘는 프랑스산 특급 와인까지 천차만별이다.

재계의 소문난 와인 마니아 박병룡 파라다이스그룹 전무는 “와인을 선물하기 전 예산을 정해 놓으면 와인을 고르기가 한결 수월하다”며 “5만원 이하의 와인에선 칠레나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시칠리아 와인이 괜찮고, 5만~10만원에선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의 고급 와인, 10만원을 넘어서면 프랑스 와인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충고했다.

예산이 정해졌다면 상대방의 기호에 맞는 와인을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당뇨를 걱정하는 거래처 이사에게 당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선물하거나, 와인 맛을 전혀 모르는 장모에게 떫은 맛이 일품인 프랑스 와인을 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상대방 기호나 취미에 맞는 에피소드까지 갖춘 와인이라면 금상첨화다.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40대 이상에겐 레드와인이 좋아 ■ 상대방이 건강을 걱정하는 40~60대 남성이라면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이 좋다.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콜레스테롤 산화도 억제해 심장에 좋은 작용을 한다.

심장병뿐 아니라 고지혈증, 고혈압 등에도 뛰어나다는 것이 각종 임상실험에서 증명된 바 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와인을 마신다는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은 “최근 혈액검사를 했는데 담당 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로 혈액이 깨끗한 것으로 나왔다”며 “매일 마시는 와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컬럼비아 크레스트 와인은 KBS에서 방송된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임상실험에 사용돼 화제가 된 와인이다.

오상용 주한미국대사관 상무관은 “가격은 2만원대지만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과일향을 맛볼 수 있는 미국 와인”이라고 적극 추천했다.

상대방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이라면 화이트 와인이 좋다.

국내에선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모스카토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이 인기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빌라M이 대표 주자다.

화이트 와인치곤 비교적 비싼 2만원대로 97년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맞았다.

수입업체에선 재고처분을 위해 세일기간 동안 백화점 주부고객에게 시음행사를 벌였는데, 이 때 달콤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동이 났다.

국내 연예인 중에선 술을 전혀 못하는 영화배우 한석규씨가 빌라M을 즐긴다.

빌라M 외에도 모스카토로 만들어진 와인 중 모스카토 다스티, 모스카토 달바 등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상대방의 취미와 연관된 와인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가 1865다.

1865는 이를 만든 칠레 산페드로사의 설립연도지만 골퍼들에겐 다르게 해석된다.

서홍진 삼성에버랜드 식음료 팀장은 “1865를 주문하면서 18홀을 65타에 치는 날까지 마시겠다는 골퍼들이 많다”고 전했다.

가격은 3만원대지만 골프 애호가에게 1865를 건네면서 18홀 65타를 기원하는 카드까지 첨부하는 ‘센스’라면 몇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5만원대 이하에선 1865와 같은 칠레산 와인이 인기가 좋은 편.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을 뿐 아니라 다소 매운 듯한 감칠맛이 한국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1865 외에도 몬테스 알파, 카르멘 리저브, 에스쿠도 로호, 칼리나 리저브 등에서 칠레 와인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받는 사람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올 초 화제가 된 영화 ‘다빈치 코드’에 등장한 닛포짜노 리제르바가 훌륭한 선택이다.

이탈리아 와인업체 프레스코발디의 와인으로 가격은 4만원대지만 맛과 향이 일품이다.

5만원 이상의 와인을 선물할 때는 상대방의 와인기호와 사회적인 위치에 맞춰 와인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와인 마니아들에겐 최근 국내 와인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만화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와인들이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1권에서 주인공이 20만원이 넘는 캘리포니아의 명품 오퍼스원보다 높게 쳐준 5만원대 샤토 몽페라 정도를 선물한다면 상대방을 충분히 감동시킬 것이다.

상대방이 CEO라면 10만원대 초반인 이탈리아 와인 티냐넬로가 좋다.

티냐넬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자신의 생일때 임원들에게 나눠줘 ‘이건희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인 안티노리가 토스카나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기존 이탈리아 전통 와인 양조방식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슈퍼 투스칸 와인으로 불린다.

칠레 와인 몬테스의 최고급 라인인 몬테스 알파M도 CEO들에게 선물하기 제격이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전 회장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 2006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만찬에선 공식 와인으로 지정돼 ‘CEO의 와인’으로 명성을 높였다.

■ 61·82·2000년산 서너 배 비싸 ■ 정치나 역사를 좋아하는 교수나 정치인들에겐 역사 속 명사들이 즐긴 와인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윈스턴 처칠이 매일 마셨다는 폴 로저 샴페인이나 19세기 중반 러시아 황제 전용으로 만들어진 크리스탈 샴페인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내놓은 샤토 그뤼오 라로즈,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즐긴 와인으로 유명한 미국 와인 클로 드 발 등도 괜찮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즐겨 마셨다는 ‘샤토 탈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와인으로 명성이 높아 고급 와인 선물로 제격이다.

대부분 10만원 안팎이다.

10만원이 넘는 고급 와인을 선물할 때는 와인의 생산연도를 의미하는 빈티지가 중요하다.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품질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된 와인이라고 무조건 좋은 와인은 아니다.

프랑스산에서는 61년산, 82년산, 2000년산을 최고로 치지만 가격은 평년에 비해 몇 배나 비싸다.

이처럼 좋은 해에 생산된 와인을 선물하기 힘들다면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는 해에 생산된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 최고의 배려다.

상대방의 생년, 학번, 결혼기념일, 자녀의 생년 등에 맞춰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다.

예산이 다소 부족하다면 최근 와인나라에서 선보인 별자리 와인(3만9000원)이 좋다.

태어난 별자리로 본 사람의 개성과 포도 품종이 가진 개성을 조합해 만든 12개의 시리즈 와인으로 상대방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수십 만원이 넘는 프랑스 보르도산 특급 와인들을 10만원 안팎에 구입해 선물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이들이 생산하는 세컨드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다.

비슷한 지역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같은 양조자가 만들기 때문에 특급 와인 못지않은 품질과 자부심을 저렴한 가격에 선사할 수 있다.

보르도 1등급 와인인 샤토 마고는 최근 빈티지도 30만원이 넘지만 그의 세컨드 와인 파비용 루즈는 8만원대다.

김명진 호주대사관 상무관은 “10만원 이하에서 파비용 루즈와 같은 품질과 샤토 마고의 자부심을 한꺼번에 갖춘 와인을 마시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10만원이 넘는 비싼 와인을 선물할 때는 와인 전문가의 도움을 얻거나 와인숍에서 소믈리에를 통해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마다 좋은 빈티지가 다르고 보관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mk

 

 

`실버오크` 담긴 잔엔 아내의 미소 떠올라
◆명사의 와인이야기◆

"특별한 날에 와인을 따는 것이 아니라 그 와인을 따는 날이 특별한 날이다." 무엇이 먼저인가를 다툴 것까지는 없으나 와인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된 88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와인은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의 이 대사처럼 내게 수많은 특별한 날을 선물했다.

새로운 와인을 접할 때는 그 와인에 담긴 역사와 산지에 대한 호기심이 흥미를 돋우고, 같은 와인을 다시 접할 땐 지난번 그 와인을 땄을 때의 특별한 날이 생각나 즐겁다.

마데이라(Madeira)를 마실 땐 그 맛과 향기에 반해 와인에 입문하던 때가 생각나고, 캘리포니아산 실버오크(Silver Oak)를 마실 땐 아내와 멘도시노에서 이 와인을 열었을 때의 향이 코끝을 감돌며 당시 기억을 부른다.

북캘리포니아의 1번 도로에 있는 멘도시노는 인구 1000여 명에 특히 화가가 많이 모여 사는 곳인데, 20여 년 전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치면서 `다시 한번 꼭 와봐야지` 했던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몇 년 전 추석 연휴에 이틀 더 휴가를 내 오랜만의 긴 휴가를 계획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번 기회에 아내에게 점수를 따나`를 고민하다가 일주일 동안의 긴 가족 여행을 쪼개 부부 둘만의 1박2일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이곳을 찾았다. 근처 나파밸리에서 유명한 와인 농장을 몇 군데 둘러보고 멘도시노로 향했다.멘도시노는 신호등 하나 없는 마을을 차로 3~4분, 걸어서 20~30분이면 모두 돌아볼 정도로 정말 작은, 그러나 너무나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마을을 한 바퀴 거닐며 아내와 얘길 나누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 등,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 얘기를, 마치 고해성사하듯 했다. 직장생활로 손님들과의 약속 때문에 늘 집을 비웠던 나의 곁을 30년 넘게 지켜준 아내에게 울컥 고마운 마음이 솟았다. 그리고 그간의 감사와 사랑을 담아 실버오크로 건배를 했다. 허리가 약해 장시간 차를 타며 힘들었을 아내가 당시에 우리가 마셨던 실버오크를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꼽는 이유는 이 와인에서 당시 우리 부부가 나눈 긴 대화의 여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 내가 이 와인을 지금껏 아끼는 이유는 그날 와인 잔에 비치던 아내의 맑은 미소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이것이 와인의 매력인 것 같다.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다는 것.`



[오남수 금호아시아나 그룹전략경영본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