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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멋진 과학] 섹스에 대한 개인차

bthong 2010. 4. 6. 12:36

 

사람마다 섹스에 관심을 갖는 정도가 다르다. 어떤 남자는 바람둥이로 악명이 높은가 하면 어떤 여자는 열녀문이 설 정도로 정조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 이처럼 성에 접근하는 태도가 천차만별이므로 개인적 차이를 수치로 나타내지 못할 것도 없다. 1991년 진화심리학자들은 '사회적 성(sociosexuality)'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개인이 성적으로 구속받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을 사회적 성이라고 한다. 개인의 성적 태도를 측정하기 위해 7개 항목의 질문을 하고 점수를 매긴다. 가령 ▲얼마나 많은 상대와 성행위를 하는가 ▲사랑 없는 섹스도 좋은가 ▲우연히 만난 여러 상대와 성관계를 즐기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는가 따위의 질문이다. 사회적 성 측정결과 섹스 상대가 많은 사람일수록 사랑이나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고 물질적으로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마다 성적 태도가 다른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의 문화, 개인의 성격, 가정환경, 외모 등이 사회적 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문화적 요인으로는 남자와 여자의 구성 비율, 곧 성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2005년
미국 브래들리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슈미트는 격월간 '행동 및 뇌 과학(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4월호에 48개 나라의 성문화를 연구한 결과 한국, 일본, 중국처럼 남자가 여자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혼외정사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성격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영국 뉴캐슬대 심리학자 대니얼 네틀에 따르면 성적으로 방종한 사내들은 외향성이 두드러진 반면에 정서적으로 안정성은 낮은 편이다. 여자들도 엇비슷하다.

개인의 사회적 성은 어린 시절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 버크벡칼리지 발달심리학자 제이 벨스키에 따르면 아버지가 없거나 부모가 곧잘 다투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 특히 여자일 경우 사춘기가 빨리 오고 15살쯤 되면 제멋대로 성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모가 사회적 성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영국 더햄대 심리학자 린다 부스로이드는 격월간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 5월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대부분의 남녀가 단지 상대 얼굴의 사진만을 보고서도 그가 오래 사귈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불장난 같은 성관계에 더 집착하는 사람인지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스로이드는 좀 더 남자다워 보이는 얼굴의 남자와 좀 더 매력적인 용모의 여자가 사회적 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보고했다. 말하자면 잘 생긴 남녀가 바람기가 많아 여러 상대와의 성관계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여성의 외모 못지않게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사회적 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를테면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에서처럼 남녀가 사회적으로 동등해짐에 따라 여자들이 자신의 성적 선호를 자유롭게 표출하게 되어 남녀 모두 대등하게 섹스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임신을 하고 자식을 양육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남자와 똑같이 성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