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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의 시대 혼전 성교는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었다고?

bthong 2014. 5. 1. 05:31

 

토머스 하디 '더버빌가의 테스'

‘더버빌가의 테스’는 읽고 싶지 않은 책 중에서도 가장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나는 그 책에 대해 지겹도록 들어왔던 것이다. 순결을 빼앗긴 여자가 심판받는 이야기라고.

독자로서 나의 무의식은 이랬던 것 같다. ‘뭐라고? 순결을 심판한다고? 할 테면 해보라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9세기에는 농장 노동자의 생활이 오늘날과 전혀 달랐다. 예를 들어 도싯의 농민들 사이에서는 혼전 임신이 정상적인 것이었고, 오히려 임신이 분명해져야 결혼을 했다.”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읽다가 나는 멈췄다. 숨도 멎었다. ‘더버빌가의 테스’는 내가 생각해왔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존 파울즈는 빅토리아 시대 - 그러니까 테스의 시대 - 영국 시골의 혼전 성교에 대해 이렇게까지 서술한다. 그것은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었노라고.
토머스 하디 작 '더버빌가의 테스'
토머스 하디 작 '더버빌가의 테스'

‘아, 테스는 ‘규칙’이 아니라 ‘예외’로 살고 싶었던 여자구나!’ ‘더버빌가의 테스’를 읽기 전에 예감할 수 있었다. 테스는 가난한 소작농의 딸. 그녀가 계급과 시대의 순리대로 살았다면, 그러니까 소작농가의 아들과 혼전임신을 했다면, 이 이야기는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왜? 빅토리아 시대 영국 농민들에게는 그게 자연스러운 삶이었으니까. 테스의 비극에는 부모와 조상이 있었다. 테스의 아버지는 그들의 집안 더버필드가(家)가 지역 유지 더버빌가의 후손임을 알게 되자, 테스를 그 집에 보내려고 한다. “그 젊은 친구가 자기 혈육 중에 이런 미인이 있는 걸 기쁘게 생각하면 좋겠다!”거나 “인제 언니는 신사 사촌하고 결혼해서 좋은 옷을 입게 될겨!”라고 말하는 게 그녀의 부모라는 사람들이다. 테스에게 작위를 팔아보라고도 한다. “말을 잘 넣어봐, 천 파운드에 팔겄다고.” 이런 이유로 테스는 눈물이 맺히고 목이 메인 채로 그 친척 집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테스가 누굴 만나는가? 더버빌가의 아들 알렉이다. 알고 보니 친척이 아니라 가짜 친척. 알렉네는 돈을 주고 가문을 산 것. 그의 주선으로 테스는 더버빌가의 양계장에서 닭을 친다. 그리고 알렉은 테스에게 시시때때 달라붙는다. 테스가 밀어내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골 색시치고는 너 꽤 까다롭구나!” 알렉의 지속적인 구애에 테스는 몸을 허락하고 -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 얼마간 그의 여자로 지내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애를 낳는다. 애는 얼마 후 죽고 테스는 다시 동네를 떠나기로 한다.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이제 테스는 이전의 테스가 아니다. “깊은 사색의 흔적들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갔고, 목소리에는 이따금 비장함이 묻어났다.(중략)
그녀는 사람들이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여자가 되었다.” 몸과 마음의 고난으로 단순한 처녀에서 복잡한 여자가 된 자신의 주인공을, 작가는 이렇게까지 묘사한다. 그녀가 겪은 일들을 “인문교육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라고.
'젖 짜는 처녀'일 때 테스는 에인젤을 만난다.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젖 짜는 처녀'일 때 테스는 에인젤을 만난다.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그리고 에인젤을 만난다. 테스는 젖을 짜다 그를 만난다. 신부 집안의 아들인 에인젤은, 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농가 출신임에도 총명한 테스에게 매혹된다. 에인젤은 테스에게 구애한다. 그리고 청혼한다. 테스는 거절한다. 테스도 에인젤이 미치도록 좋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은 결혼한다. 테스는 초야에 고백한다. 자신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그는 돌아선다.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랑한 여자는 네가 아니야.” 그들의 사연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기로 하자. 테스는 에인젤을 원망한다. ‘모든 불행이 일어나기 전에 그가 나를 선택했더라면!(그들은 잠시 스친 사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테스가 에인젤을 매혹시킨 것은, ‘인문교육’을 받은 후라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불행 때문에 매력을 얻은 불행한 여자, 테스다.

 한은형의 성격채집

테스의 시대 혼전 성교는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