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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자, 면역물질 몸 곳곳에 전달 안 돼… 면역세포 힘 부족

bthong 2015. 6. 23. 08:01

같은 병원균(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세균 등)에 노출돼도 누구는 병으로 이어지고, 누구는 괜찮은 이유는 면역세포의 힘, 즉 면역력(免疫力)이 다르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낮은 사람은 병원균이 처음 몸으로 들어왔을 때 이를 막아내지 못 해 병으로 이어지기 쉽고, 감염병이 생긴 뒤에도 병원균의 활동을 억제하지 못 해 증세가 심하다. 영유아·노인·만성질환자·임신부는 대표적인 면역력 취약군(脆弱群)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감염병이 돌 때마다 영유아·노인·만성질환자·임신부에게 더욱 주의를 당부하는 것은 면역력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면역력이 낮은 걸까?

영유아는 면역세포 수 적고 힘 약해

면역력은 태어날 때부터 형성돼 있는 게 아니다. 백신을 맞아서 항체가 생기거나, 감기 등에 걸려 병원균에 노출된 적이 있거나, 상처가 난 뒤 아무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면역력이 길러진다.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면역력은 10세 전후부터 병원균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 높아진다"며 "그 전에는 면역력을 결정 짓는 면역세포의 수가 적고, 힘도 약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감기·장염·중이염 같은 각종 감염병에 쉽게 걸린다.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 노인은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손씻기나 마스크 사용 같은 감염병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 노인은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손씻기나 마스크 사용 같은 감염병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아이들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서는 모유 수유, 숙면 등이 도움이 된다. 반면, 항생제를 과도하게 복용하거나 오염된 공기에 많이 노출되면 면역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 감염병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인은 온몸 세포 기능 저하

나이가 들면 온몸의 세포 기능이 저하되는데, 면역세포도 예외가 아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면역세포가 몸속에 침투한 병원균을 빠르게 인식하지 못 하고, 인식하더라도 제대로 못 무찌른다"고 말했다. 수분이 부족해지는 것도 원인이다. 수분이 많은 근육이 체지방으로 바뀌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혈액량도 약간 줄어드는데, 혈액 속에 있는 면역세포가 필요한 곳에 적절히 가지 못하고, 면역물질도 면역세포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다양한 영양소 섭취, 스트레스 관리, 적당한 운동 같은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 말고도, 물을 충분히 마셔야 좋다. 나이가 들면 수분이 부족해도 갈증을 잘 못 느끼므로, 하루에 8잔 이상의 물을 마신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만성질환자·임신부, 면역세포 할당 에너지 적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면역력이 낮다. 혈관벽이 두꺼워져서, 온몸에 혈액이 잘 돌지 않기 때문이다. 혈관 문제가 없더라도, 병을 극복하려고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라서 면역세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적다. 임신부도 비슷한 이유로 면역력이 낮다. 유태호 과장은 "태아를 보호하려고 심장 등의 장기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쓰므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유지할 여력이 없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는 자신의 병을 잘 관리하는게 최우선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조절되면 면역세포 기능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임신부는 명상, 임신부 요가 같은 정적인 운동이 좋다.


☞면역세포와 면역물질

혈액 속에 있으면서 몸속으로 침투한 바이러스·세균 같은 이물질에 대항하는 기능을 한다. T세포(바이러스를 공격), 과립구(세균을 공격), B세포(T세포·과립구를 도움), 대식세포(T세포·과립구가 못 없앤 병원균 공격), NK세포(감염된 세포 죽임) 등이 면역세포다. 각각의 세포가 제 역할을 잘 수행해야 면역력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그래픽 참조〉. 면역물질(사이토카인·라이소자임 등)은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스스로 병원균이나 감염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지병 없는 젊은층이 감염병 걸리는 이유… 과로·스트레스로 면역력 낮아진 탓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35번 환자(38·삼성서울병원 의사)와 119번 환자(35·평택경찰서 경사)가 폐 기능이 악화돼 에크모(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 공급 후 다시 몸속에 주입하는 기기)를 부착하는 등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지병이 없고 젊은 성인은 보통 면역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데, 감염병에 왜 걸리며 병에 걸린 후에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는 이유는 뭘까?

지병(만성질환)이 없고 젊은 성인이라도 갑자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를 하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음주·흡연을 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병에 걸리기 쉽다. 피로물질이나 독성물질(아세트알데히드·일산화탄소 등)이 몸에 쌓이고, 이를 없애기 위해 간 등 여러 장기가 무리를 해서 면역세포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병원균(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몸속에 들어오면 쉽게 병으로 이어진다.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메르스 확진자 중 지병이 없으면서 노인·임신부·영유아가 아닌 사람이 포함돼 있는 것은, 그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던 시기에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균에 감염된 후 면역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병의 예후(豫後)도 안 좋다. 면역세포는 병원균이 맨 처음 몸에 들어왔을 때 이를 막는 일도 하지만, 미처 막지 못 한 병원균이 온몸을 활개하며 온갖 장기를 공격할 때에도 나서서 이를 제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능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바이러스가 대량 증식해 증세가 심하고 병이 잘 안 낫는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이 감염병에 걸리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란 게 일어나 예후가 안 좋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면역력이 낮아서 초기에 바이러스 증식을 막지 못 하면, 대량 증식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조절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대량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중앙대 약대 설대우 교수는 "사이토카인 폭풍은 꼭 젊은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사이토카인은 적당히 분비되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다 분비될 경우 오히려 여러 장기의 조직을 망가뜨리고 패혈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한편, 면역력이 정상 수준이어도 감염병에 걸린다. 병원균의 힘이 워낙 세거나, 한 번에 많은 수의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등이다. 이 경우에도 병의 예후가 안 좋은 편이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