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 지식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bthong 2016. 10. 10. 09:42


엊그제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 무리 지어 꽃을 피운 구절초(九節草)를 보고 새삼 가을을 느꼈어요. 구절초는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 국화 종류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 산과 들에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온 토종 식물이자, 매년 가을을 미리 알려주는 식물이지요.

구절초를 보면 떠오르는 시가 있어요. 안도현의 '무식한 놈'이에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한 것을 자책한 나머지 자신과의 인연을 끊겠다고 노래한 시인의 마음이 너무 결연하다 못해 가혹해 보이기도 해요.

사실 구절초는 비슷하게 생긴 '사촌'이 많아 전문가도 헷갈리기 일쑤랍니다. 자라는 지역과 기후에 따라 약간씩 변한 변이종(같은 종의 생물이라도 특성이 다른 생물)이 여럿인데다, 비슷하게 생긴 쑥부쟁이 역시 변이종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시인이 구별 못 한다고 자책할 일은 아니지요.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피어 있는 모습이에요(위에서부터 아래로).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피어 있는 모습이에요(위에서부터 아래로).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우선 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요. 구절초는 9~11월에, 벌개미취는 6~10월, 쑥부쟁이는 7~10월에 꽃이 피어요. 그런데 9~10월에는 셋이 겹쳐서 피어나니 난감하지요. 그때는 먼저 꽃잎 색깔을 살펴보세요. 벌개미취는 진한 보랏빛을, 쑥부쟁이는 연한 보랏빛을 그리고 구절초는 흰색이나 연분홍색을 띱니다.

그래도 구별이 어렵다면 잎 모양을 보세요. 벌개미취 잎은 넓고 길지만, 쑥부쟁이 잎은 좁고 짧은데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있어요. 반면 구절초 잎은 마치 쑥처럼 잎새가 갈라져 있어서 구분할 수 있답니다.

정리하면 꽃색이 흰색이나 연분홍색이면 구절초, 보라색이면 벌개미취나 쑥부쟁이 중 하나인데, 잎이 넓고 길면 벌개미취, 좁고 짧은데 긴 톱니가 있으면 쑥부쟁이입니다. 벌개미취는 화단이나 길가 등 사람들이 심은 곳에서, 쑥부쟁이는 산기슭 등에서 저절로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중환 식물칼럼니스트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