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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생을 위한 기도

bthong 2006. 11. 7. 12:31
수능 시험생을 위한 기도


    아들들아! 딸들아! 사랑하는 우리 친구가족의 아들 딸들아 마음도 심란한데 날씨마저 차갑구나 그 동안 긴긴 세월을 오직 이날 하루를 기다리며 준비하여 왔나니 보이는 것도 보지 아니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아니하고 먹고픈 것도 차마 마음껏 먹지 못하면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고뇌의 덫 속에서 정제되지 아니한 가치관의 어줍잖은 틀에 박제 된 채 가시적 목표만이 지상과제였던 지나온 나날들 이제 그 숱한 나날 동안 갈고 닦은 인고의 붓 끝으로 꿈에서도 뇌리를 떠나지 못해 어른거리던 상아탑을 향하여 한 점 한 점 찍어야 하는 날이 왔나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향하게 하여 주시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부모들로 하여금 걱정 붙들어 놓을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성숙했으되 가녀린 어린 우리의 자식들에게 마음 속 긴장을 풀도록 하여 주소서 그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과 어머니 품 안에서처럼 정상적인 맥박과 심장의 움직임으로 부담 없이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자신만만하게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주소서 옷은 비록 두껍게 입었을망정 마음 한구석은 찬바람으로 냉랭하고 손가락은 뻣뻣하게 굳어 있을 것입니다 몸이 떨리고 사지가 뒤틀릴지라도 강한 오기와 명석한 판단력으로 정답을 꾹꾹 찍어낼 수 있는 현명한 지혜를 준비하여 주소서 슬기를 주시옵소서 그들의 판단력이 정답과 오답의 주변에서 서성거릴 땐 신의 가호와 솔로몬의 지혜를 주시어 어렵잖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기막힌 순간 순간을 마련하여 주소서 피곤하고 지친 몸, 가누기 힘들 지라도 마지막 순간 까지 냉정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강한 끈기와 에너지를 주소서
    시험이 끝나고 정문을 나설 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그리고 아무런 부담 없이 오직 밝은 표정으로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노랑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의 정취를 뒤늦게나마 맛볼 수 있도록 젊음을 일깨워 주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아들딸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 동안 잠재웠던 젊음과 낭만과 추억을 환히 웃으며 되찾을 수 있도록 좋은 결실을 만들어 주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영광의 날이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