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아! 딸들아!
사랑하는 우리 친구가족의 아들 딸들아
마음도 심란한데 날씨마저 차갑구나
그 동안 긴긴 세월을
오직 이날 하루를 기다리며 준비하여 왔나니
보이는 것도 보지 아니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아니하고
먹고픈 것도 차마 마음껏 먹지 못하면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고뇌의 덫 속에서
정제되지 아니한 가치관의 어줍잖은 틀에 박제 된 채
가시적 목표만이 지상과제였던 지나온 나날들
이제
그 숱한 나날 동안 갈고 닦은 인고의 붓 끝으로
꿈에서도 뇌리를 떠나지 못해 어른거리던 상아탑을 향하여
한 점 한 점 찍어야 하는 날이 왔나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향하게 하여 주시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부모들로 하여금
걱정 붙들어 놓을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성숙했으되 가녀린 어린 우리의 자식들에게
마음 속 긴장을 풀도록 하여 주소서
그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과
어머니 품 안에서처럼 정상적인 맥박과 심장의 움직임으로
부담 없이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자신만만하게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주소서
옷은 비록 두껍게 입었을망정
마음 한구석은 찬바람으로 냉랭하고
손가락은 뻣뻣하게 굳어 있을 것입니다
몸이 떨리고 사지가 뒤틀릴지라도
강한 오기와 명석한 판단력으로
정답을 꾹꾹 찍어낼 수 있는 현명한 지혜를 준비하여 주소서
슬기를 주시옵소서
그들의 판단력이 정답과 오답의 주변에서 서성거릴 땐
신의 가호와 솔로몬의 지혜를 주시어 어렵잖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기막힌 순간 순간을 마련하여 주소서
피곤하고 지친 몸, 가누기 힘들 지라도
마지막 순간 까지
냉정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강한 끈기와 에너지를 주소서
시험이 끝나고 정문을 나설 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그리고 아무런 부담 없이
오직 밝은 표정으로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노랑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의 정취를 뒤늦게나마 맛볼 수 있도록
젊음을 일깨워 주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아들딸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 동안 잠재웠던 젊음과 낭만과 추억을
환히 웃으며 되찾을 수 있도록 좋은 결실을 만들어 주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영광의 날이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