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04 22:37
- 증권맨들의 영어 학구열이 여의도 증권가에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영어학원 10여 곳은 지금 직장인들이 많이 듣는 새벽반·저녁반이 초(超)만원입니다.
W어학원은 올해 초 규모를 2배로 확장했는데도 밀려드는 증권맨들 때문에 금세 자리가 꽉 차, 추가 확장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점심시간 여의도 커피전문점에선 삼삼오오 모여 원어민 강사에게 과외를 받는 모습도 자주 눈에 보이고요.
그런데 웬 영어 바람일까요? 이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해외로 진출하는데다, 외국계 회사와 M&A(인수합병) 사례도 늘면서 ‘영어를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이달 초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영어 잘하는 사람 위주로 승진시켰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하네요.
최근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와 합작한 대한투자증권의 한 과장급 직원도 “엘리베이터 같은 데서 외국인 임원을 만나면 혹시 말을 시킬까봐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하더군요.
이뿐 아닙니다. 네덜란드계 ING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 랜드마크자산운용 직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우증권 직원들도 ‘외국계에 팔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영어 열풍이 불었다고 합니다.
아예 회사 내부에서 어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미국·호주·영국 등에 현지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미래에셋은 주2회 영어회화 교실을 운영하며 출석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여의도의 영어 학구열. 동북아 금융허브로 가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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