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BDS

미 의료진에 건강 검진… 외국화폐도 함께 사용

bthong 2007. 6. 6. 13:41
  • 2020년 송도, 40대 직장인의 하루

    중학생 아들은 국제학교로 등교 사무실에선 터치스크린으로 회의
    인천공항에 15분이면 도착하고 운하 달리는 수상 택시로 퇴근
  •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입력 : 2007.06.04 23:38 / 수정 : 2007.06.04 23:43
    • “좋은 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오전 6시, 부드러운 목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방안 가득 감미로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저절로 열린 커텐 사이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자동으로 켜진 LCD화면에는 오늘의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에 맞는 옷차림과 챙겨야 할 물건들도 착착 정리돼 있다. 2020년 6월, 송도 ‘쿨타운’에 사는 김모(40)씨의 하루가 시작됐다.


       

    • ▲미래의 송도는 어떤 모습일까. 사무실에선 터치스크린으로 영상회의를 하고, 최첨단 국제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도심 한복판 중앙공원에선 달리는 수상택시를 보며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조선일보 DB
    • ‘쿨타운(cool town)’은 미국의 IT(정보기술) 업체인 HP(휴렛팩커드)가 송도에 세운 일종의 유비쿼터스 마을이다. 모든 사람과 사물은 유·무선을 통해 웹에 연결돼 있다. 사람은 모바일로, 기기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어디를 가나 웹페이지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전 7시. 출근 준비를 마친 김씨가 아들과 함께 승용차 곁으로 왔다. 모든 사물도 첨단기술로 무장한 이곳에선 차에 입력된 센서가 김씨의 지문을 인식한다. 그래서 손가락만 누르면 자동차 문을 열 수 있다. 김씨가 차에 오르니 내장된 전자 장치를 통해 차량 상태가 곧바로 김씨에게 전달된다. 이상 여부를 자동 점검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김씨의 목적지는 송도국제학교. 중학생인 아들을 내려주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의 외국교육기관인 이곳에서 아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영어로 수업을 받으며 경쟁하고 있다.

      오전 8시. 김씨는 사무실이 있는 인천타워로 향한다. 151층, 610m 높이의 쌍둥이 빌딩이다. 사무실 출입문 앞에 서자 김씨의 지문, 홍채, 얼굴 형태 등 3단계에 걸쳐 신원이 자동 확인된 후, 스르륵 문이 열린다. 사무실에는 스마트 책·걸상이 설치돼 있다. 웹에서 김씨의 취향과 습관을 알아내 의자 높이, 등받이 각도 등을 김씨의 인체공학적 특성에 맞춰 자동 설정하는 것이다. 김씨가 책상 앞 대형 터치스크린 버튼을 누르자 그날 회의 관련 유인물과 주제 등이 나타나며 저절로 영상회의가 준비된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 내용과 문서 내용이 별도의 입력 절차 없이 자동으로 웹에 보관된다.

      오전 11시. 유럽에서 오는 손님을 맞으러 인천국제공항으로 간다. 인천대교를 타고 서둘러 가니 영종도의 공항까지 15분만에 도착했다. 길이 12.34㎞인 인천대교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긴 교량이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45분. 점심 시간이 끝나려면 15분의 여유가 있다. 김씨는 동료들과 함께 151층 최고층 전망대에 올랐다.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어느새 오후 2시다. 암 특별검진이 예약돼 있는 날이라 송도국제병원에 가야 한다. 600병상 규모, 암·심혈관 질환 등 6~7개 특화 클리닉을 갖춘 병원이다. 김씨는 미국 코넬대 의과대학의 부속병원격인 NYP가 파견한 전문의료진에게서 검사를 받는다. 검사를 마친 김씨는 서둘러 컨벤션센터로 향했다. 4시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학회에 회사 대표로 참석해야 한다.

      오후 7시. 저녁 약속이 있는 65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밥도 먹고, 간단히 쇼핑도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첨단 오피스 빌딩인 이곳은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와 있어 쇼핑을 하기에도 좋다. 이 도시 어디에서나 영어와 한국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외국 돈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오후 9시. 하루 일과를 끝낸 김씨,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앙공원에 갔다. 국내 최초의 도심지 해양공원. 1000만 그루의 나무가 심겨져 있어 삭막한 도시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공원이다. 천천히 산책하면서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이곳을 김씨는 제일 좋아한다. 눈 앞에선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수로 위로 수상 택시가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저 멀리 인천대교 위에는 수많은 차량이 바다 위 고속도로를 오가고 있다. 12만평 규모의 이 공원 주변에는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박물관, 해양생물생태관 등 없는 게 없다.

      주말엔 아들을 데리고 중앙공원 안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했다. 국내 최대 수족관. 4m 깊이의 물속에서 물개들이 조개를 잡는 것을 볼 수 있다는데, 기대가 된다. 다음달에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 갈 예정이다. 세계적인 골프 거장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한 골프클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