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축의금ㆍ화환ㆍ예단은 사절…가족ㆍ친지만 모여 조촐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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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곳에는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결혼식이 예정돼 있었다. 금융가에서 그가 차지하는 무게로 짐작하건대 호텔 주변은 하객과 화환으로 넘쳐나야 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너무나도 조용했다. 화환은 물론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청첩장이 아닌 `초청장`을 받은 양가 친지와 금융계 인사 등 300여 명만 자리를 같이했다. "가까운 친척과 회사 임원들 몇 분만 모시고 정말 조용하게 치르고 싶었다"는 것이 라 회장의 계획이었다는 후문이다. 얼마 전 유망 건설기업과 금융가 자녀 Y군과 L양은 1년간 연애한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역시 경기도 인근에 있는 Y군의 전원주택 앞뜰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화환이나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검소한, 그러면서도 남에게 알리지 않는 조용한 결혼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얼마 전 김황식ㆍ이홍훈 두 대법관이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소박하게 자녀들의 혼사를 치렀다. 두 사람 모두 서울중앙지법 연금매장 결혼식장에서 혼례를 치렀으며 피로연은 법원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하객은 양측 모두 200~250명으로, 일가 친척과 후배 판사를 제외하면 외부 인사는 거의 없었다. 김황식 대법관은 장녀 결혼식에 친분 있는 몇몇 법원장만 초대했다. 청첩장을 생략해 법원에서조차 결혼식이 있는지 몰랐을 정도였다. 양가 합의 아래 결혼 축의금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홍훈 대법관도 마찬가지다. 극소수 친분 있는 법원장들을 빼고는 이 대법관 자녀의 결혼식을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을 세워 축의금을 받거나 체면치레를 위해 호화롭게 자녀들을 출가시키는 사례는 여전하다. 최근 현직 장관인 L씨는 장관들이 자녀 혼사에서 축의금을 받지 않는 관행을 깨고 하객들로부터 축의금을 당당하게(?) 받았다. 1000명이 넘는 하객이 찾아오는 통에 L씨 부부는 예식 40분 전부터 길게 늘어선 하객을 맞느라 정신이 없었고, 장관 자녀 결혼식임을 과시라도 하듯 예식장 입구는 70여 개의 화환으로 넘쳐났다. 대다수 상류층 자녀들의 결혼식은 아직도 신랑 신부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 아닌 그들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서서히 간소하고 검소하게 변해 가고 있는 상류층 결혼 풍속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고성훈 기자 / 조한필 기자 / 이범준 기자]m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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