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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축제…똑같은건 싫다!

bthong 2007. 7. 21. 10:28
간소하나 품격있게  
우리끼리 특별하게

◆Cover Story / 상류층 결혼 신풍속도◆

초특급 호텔에서 치르는 화려한 결혼예식은 과거 상류계층 전유물로 인식됐다. 재벌가나 고위 공무원 자녀가 결혼하는 날이면 호텔 인근에는 때 아닌 차량홍수로 교통마저 막히곤 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상류층 결혼예식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가족과 친지 등 100~200명 정도 하객만 참석하는, 작지만 품격을 갖춘 자신들만의 간소한 예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 상류지도층 결혼문화가 변하고 있다.

결혼 축의금을 정중하게 사양하는 것에서부터 축의금을 받아도 사회복지시설에 일부를 기부한다거나 친척과 지인(知人)을 최소한만 초대하는 철저한 비공개 결혼식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녀를 출가시킨 이현재 중소기업청장도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이 청장은 친척들과 오랜 지인들 200여 명을 초청해 조촐한 결혼식을 치렀다.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은 물론 청 직원들도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야 눈치챘다고 한다.

이 청장은 "일부 지인들이 `좋은 날 이런 거(화환) 하나 없으면 되느냐`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통에 결국 화환 한두 개는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장남 결혼식을 치른 박찬욱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현 서울지방국세청장)도 국세청에서 보낸 화환 서너 개를 빼고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았다. 박 청장은 개인적으로 찾아온 기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직장 선후배와 동료, 향우회 등 지인들 축의금까지 거절했다. 이에 앞서 윤종용 삼정전자 부회장 아들 윤태영 씨(배우) 결혼식은 축하객을 위해 사실상 호텔을 통째로 빌려 화제를 뿌리긴 했지만 이들 역시 축의금과 화환을 사절해 화제가 됐다.

과거엔 축의금 액수와 본인 지위, 명예가 비례한다고 생각해 수백 명이 넘는 하객들이 결혼식장 문전성시를 이루며 억대 이상 축의금이 모인 사례도 더러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정치인이나 장관급 고위 공직자 사이에선 축의금이 `뇌물`로 악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것이다. 물론 현행 공직자윤리법엔 장관이 화환과 축의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축의금을 한사코 거절하는 처지에서 보면 주위 시선에 노출돼 있는 공인 신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받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청첩장, 축의금, 혼수, 예단 등을 모두 생략한 `초 간소 결혼식`도 이런 트렌드에 합류하면서 상류층의 또 다른 결혼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친척 지인 등 수십 명만을 초대해 철저히 비공개 결혼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손봉호 서울대 교수, 고건 전 서울시장, 봉두완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송복 연세대 교수 등이 대표적인 실천사례로 꼽힌다.

◆하우스 웨딩 바람

= 주위 눈과 귀에서 자유롭고 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우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상류층들이 떠들썩한 호화결혼식을 피해 소규모 또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용한 예식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식형태는 바로 `하우스 웨딩`이다.

하우스 웨딩은 고급주택이나 레스토랑 등 독립된 공간에서 소수 하객을 초대해 진행된다. 특급호텔 별관, 레스토랑 등에서 이뤄지는 결혼식도 여기에 해당되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소유한 별장이나 전시관 등에서 야외예식을 올린다.

하우스 웨딩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은 하객과 긴 예식 시간, 신랑신부와 양가 집안 가풍 등을 고려한 맞춤형 예식을 꼽을 수 있는데 보통 일반인 결혼식 하객 수보다 적은 200명 이내 소수정예 하객만 참석한다. 따라서 파티 형식으로 조용히 진행되며 통상적으로 화환이나 축의금 등 예식 선물은 일절 받지 않는다.

◆축의금 1% 사회 기부

= 축의금 문화는 이제 더 이상 고위 공직자나 사회 저명인사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최근 결혼한 개그맨이자 사업가인 박승대 씨는 "연예인들은 축의금을 안 낸다. 참석해 주는 것만으로 굉장한 축의금이기 때문"이라며 연예인 축의금 관행을 설명했다.

일반인 역시 축의금을 받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비부부 장정훈(34)ㆍ김수연(29) 커플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신부 제의로 축의금 1%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식장 입구에 `축의금 1%는 저희와 여러분의 사랑을 담아 소중한 곳에 쓰입니다. 나누고 베풀면서 예쁘게 살겠습니다`라고 쓴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혼수장만을 하면서 기존에 각자 쓰고 있던 가구, 가전제품, 옷가지 중 충분히 쓸 만한 것들을 모아 예식 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주례대신 퍼포먼스

= 1년 반 전 결혼식을 치른 김종휘 문화평론가(39)는 나이가 차서 치른 늦은 결혼식답게 평소 소신대로 원하는 결혼식을 올렸다.

우선 어느 결혼식에서나 홀대받는 주례사를 없앴다. 김 평론가는 주례단상을 없애고 대신 축사시간을 만들었다. 신부 친구와 신랑 친구가 각각 새 부부에게 덕담을 해줬다. 뿐만 아니다. 사회자가 남자라는 편견을 깨고 신부 여자친구가 사회자 자리를 차지해 하객들 이목을 집중시켰다. 간단하게 치른 식 뒤에는 공연을 했다.

무대 위에는 `사랑은 서로 돕고 돌보는 것이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하객들은 10명이 펼치는 공연을 보며 식이 끝날 때까지 신랑신부와 함께했다.

◆극장에서 주연배우처럼

= 유럽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11m 높이 천장과 극장식 계단형으로 세팅된 예식홀, 신랑신부는 공중에서 샹들리에 곤돌라를 타고 식장으로 입장한다. 입장과 동시에 전면 대형 스크린에는 둘만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신랑신부 입장 동선에 따라 핀 라이트가 비치면서 멀티 사운드를 통해 웅장한 음향이 흘러 나온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주 결혼한 이정열(33)ㆍ이지선(28) 커플이 치른 `시어터 웨딩` 한 장면이다.

이 커플은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예식을 위해 이색적인 시어터 웨딩을 선택했다. 불필요한 혼수를 줄인 결과 전체 결혼비용은 오히려 알뜰했다는 이정열 씨 커플은 "결혼준비를 하면서 둘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의한 결과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예식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혼준비가 놀이

= 결혼준비 자체를 `놀이`로 생각하는 젊은 커플들이 늘고 있다. `이왕 할 바에는 즐기면서 하자`는 것이다. 신부 정주희 씨(28)는 결혼 전 모든 비용을 공동으로 마련해 보자는 의견을 신랑 김정후 씨(29)에게 제안했다. 신랑 김씨는 신부 의견에 공감하고 본격적으로 부모님 설득에 나섰다.

양가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은 이 커플은 "인터넷이나 웨딩업체 등을 통해 결혼정보를 수집했고 짜놓은 예산에 맞춰 뜻을 모아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놀이였다"며 "다른 커플보다 두 배로 바빴지만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일치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부부로서 살아갈 참뜻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결혼준비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겨 보관하거나 커플 홈페이지 등 그들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어색한 웨딩촬영에서 벗어나 여행을 접목한 웨딩 촬영을 선택하기도 하고, 결혼식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하며 예식장에 오는 하객들을 위해 행운복권 추첨 등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개성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두달에 한번꼴로 결혼식 참석

=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조사한 2006년 쌍춘년 결혼식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쌍춘년 결혼식 초대 횟수`를 묻는 질문에 평균 5.5회 결혼식에 초대받아 올 한 해 미혼남녀들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결혼식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6년 한 해 동안 지출한 결혼식 축의금`으로 남성은 `20만~30만원`(23.0%) 정도 지출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10만~20만원`(18.0%)을 지출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에 여성은 `10만원 이하`(25.2%)로 지출했다가 1위를 차지했다.

■도움말=듀오웨드

[강종효 기자 / 박동민 기자 / 안정숙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