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 지식

목숨이냐 섹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bthong 2007. 9. 2. 15:20

"혈압이 높으시다고요?"

"약을 먹었기 때문인지 160/100 정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앓고 계신 병 때문에 계속 드시는 약이 있습니까?"

"강하제를 복용한 지 2년쯤 되었을 겁니다. 사실은 혈압보다 더 고민되는 게 있어요. 약 때문인지 발기가 잘 안돼요."

개인사업을 하는 L씨(46)는 난감하다는 듯 혼자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면 내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혈압강하제를 줄여 보시고, 짜게 들지 마시고,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해보세요."

병을 고치려면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 약이 성적 장애를 일으킨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약을 끊을 수도, 계속 먹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한 셈이다. 그런 환자에게 시원한 해답을 줄 수 없는 것이 의사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한 달 후 환자를 다시 만났다.

"박사님 권유대로 동네 테니스 코트를 뛰면서 운동을 시작했지요. 약 안 먹고도 혈압이 조절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지 해 볼 겁니다. 아주 조금 희망이 보입니다."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도 혈압이 조절되지만 방심하면 또 나빠질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합니다."

L씨처럼 `약 끊기`가 수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K씨(43)와 같이 장기간 약물 복용으로 성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

"1~2년 사이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욕이 떨어졌어요. 약을 먹으면 종일 나른하고 기운이 없어 꼼짝하기가 싫지요. 방법이 없을까요?"

혈압강하제를 끊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발기력도 좋아지지만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였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했다. "악성 고혈압이니 약을 끊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생명이 우선일 테니까요. 약을 복용하면서 원만한 부부생활도 원하신다면 수술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K씨는 부인과 의논한 끝에 수술을 받았고, 잃어버릴 뻔했던 행복을 다시 찾았다. 몇 개월 후 인사차 전화를 걸어온 그의 말이 가끔 떠오른다. "혈압강하제가 성기능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도 설마 그럴까, 혹시 그러더라도 섹스가 대수인가 싶었습니다. 뭐, 혈기 왕성한 젊은이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참, 그게 아니더군요. 남자 구실 못하는 거, 그게 얼마나 사람 맥빠지게 하는지…. 이런 방법이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그냥 죽은 목숨처럼 살았겠지요?"

그는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쟁취해 낸 사람인 것이다.

사실 모든 약물의 장기 복용은 성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년 전 고혈압치료제인 이뇨제나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 의약품 중 일부가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외국 의학계에서 잇따라 발표돼 관심을 모은 적도 있다.

약을 과다하게 복용하면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가운데 남성은 성욕 감퇴와 발기 장애 등을, 여성은 성욕 감퇴는 물론 질 분비액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겪기 쉽다. 따라서 혈압강하제 이뇨제 위장약 항우울제 등은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복용하더라도 환자 연령과 증상을 감안해 상관관계를 면밀히 관찰한 다음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형기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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