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내기 직장인 1억 프로젝트

bthong 2008. 1. 4. 15:13
새내기 직장인 1억 프로젝트
눈 딱 감고 5년 노력하면 가능하다

1월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어둑어둑한 아침 거리를 힘차게 내딛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그 힘들다는 취업 관문을 뚫고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신입사원들 발걸음이다. 그들 얼굴에는 새 출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신감이 가득하다.

첫 월급을 받으며 느끼는 경제적 자유로움 때문일까. 쇼핑, 연애, 어학공부 등 하고 싶은 일도 넘쳐난다. 그중에서 재테크는 대부분 신입사원이 첫손에 꼽는 도전 대상이다. 월급 중 절반을 재테크에 사용하겠다는 다짐부터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려 보겠다는 욕망도 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은행에 넣기만 하면 연 15%대 이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꿈만 같은 이야기다. 어느덧 원금손실 위험 없이 연 10%대 수익을 올리는 게 불가능한 세상이 돼 버렸다.

그러나 2008년 대한민국 신입사원들에겐 강점도 많다. 사무실에 앉아 홍콩 H증시에 투자할 수 있고, 가 보지도 못한 브라질 증시 성장성에 베팅할 수도 있다. 투자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연 20% 수익률의 주가지수연계증권(ELS)도 등장했고, 선물옵션보다 더 적은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주식워런트(ELW)시장도 활짝 열려 있다. 적립식 투자를 통해 주식형펀드에 좀 더 편안한 맘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 얼마나 공부하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분산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304개사의 2008년 신입사원 초임 연봉 평균이 3093만원(대졸 기준ㆍ성과급 제외)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은 1800만~2200만원 선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월급 수준은 크게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월 100만원은 반드시 재테크에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5년 정도에 1억원을 모았다면 할 만큼 한 셈이다. 8000만원을 만드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꼭 1억원이 아니라도 좋다. 주식, 펀드, 저축, 보험 등을 적절히 섞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차근차근 목돈 만들기에 접근해도 된다. 바로 지금 도전을 시작해 보자.

 
종자돈 3천만원 만든뒤 고수익 상품에 눈돌려라

신입사원 입사부터 대리 직급에 오르는 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작 5년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 H증권 박봉훈 대리(34)는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술만 안 마시고 인덱스 펀드에만 넣었어도 대박 터졌을 텐데…."

그도 그럴 것이 2003년 1월 입사 당시 630이었던 코스피가 4년 만에 1897로 급등했다. 연평균 50% 수익률. 주가가 급히 올랐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 수익률은 연 25~30%대로 낮아지지만 입사 초기부터 월 100만원을 인덱스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했다면 이미 1억원은 모을 수 있었다. 이런 증시 급등기가 다시 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을 수도 없다. 절약, 저축, 그리고 투자의 3개 항로를 따라 5년간의 재테크 항해를 시작해 보자.

재테크 전문가들은 '실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는 신입사원도 한 달에 100만원을 확보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 과정에서 빛을 발휘하는 게 바로 처절한 절약이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하루만 방심해도 20만원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처음 만든 신용카드로 백화점에서 몇 번만 쇼핑하면 30만원이 없어진다. 이런 식으로 입사 후 몇 달 동안 월 100만원 확보에 실패할 경우 재테크 항해 출발 자체가 늦춰질 수 있다.

처절한 절약을 위해 '재테크 일기'를 써보라는 권유가 많다. 단순 수입과 지출항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산과 부채 항목, 주식 및 펀드 투자, 예금 등 금융상품의 순익표까지 만들어 1주 단위로 꼼꼼히 정리해보라는 조언이다.

막상 100만원을 확보하고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중요한 건 본인의 위험선호 수준이다. 연 5~6%대 은행정기예금에 월 100만원을 저축할 경우 원금손실 위험은 없지만 1억원을 모으는 시간이 7년을 훌쩍 넘어선다. 펀드와 주식, 보험, 저축을 골고루 섞어가며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연 10%대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

피델리티, 뱅가드 등 미국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제시하는 20대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비중이 거의 90%에 달한다. 시간의 여유라는 장점으로 투자상품에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할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시기라는 뜻이다. 50대 가장이 주식관련 상품을 통해 원금손실을 경험했을 경우 채 1년도 기다릴 수 없지만 20대 후반의 싱글 샐러리맨은 3년 정도 버틸 수 있다. 신입사원 시기는 어쩌면 공격적 재테크를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1차 목표는 입사 후 2년3개월 정도에 종자돈 3000만원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연 10~12%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인데 쉬워 보여도 얕잡아 보면 안 된다. 기본적인 접근은 주식형 펀드에 대한 적립식 투자다. 2007년만 보고 연 60%대 수익을 올린 '미래에셋디스커버리'와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 펀드에 각각 50만원씩만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신이 아닌 이상 어떤 국가가 상승할지 예측할 수 없으며 어느 펀드가 가장 좋은 수익을 올릴지 알 수 없다. 2년 반 동안 월 100만원씩 적립식 펀드 투자로 연 10%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분산투자가 필수다. 전문가에 따라 국내와 해외펀드 비중을 6대4, 또는 5대5 정도로 추천하며 섹터펀드까지 합쳐 4ㆍ4ㆍ2 포트폴리오를 권하기도 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 연 5% 수익을 올리기도 힘들었던 2006년 증시를 떠올려 보자. 하지만 이 시기엔 중국펀드, 인도펀드 등 이머징펀드가 연 30% 이상 수익을 올렸고, 선진증시인 유럽펀드 역시 15%대 성과를 냈다. 2007년도 마찬가지다. 일본펀드에 투자했다가 5~9% 손실을 봤다고 크게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국내주식형 연 35% , 중국과 인도 주식형 40~50%, 천연자원 섹터펀드 20% 수익률을 통해 손실을 커버할 수 있었다.

3000만원을 모았다면 이제 좀 더 투자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일단 월 100만원을 갖고 여러 펀드에 분산해 적립식 투자하는 활동은 지속해야 한다. 다만 이제 수중에 갖고 있는 3000만원을 여러 경로로 활용해야 한다. 5년여 정도 기간을 가정하면 남은 시간은 2년 6개월~3년. 연 1~12% 목표수익률로 월 100만원을 계속 적립하면 이 기간에 약 4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목표는 기존 종잣돈 3000만원을 굴려 3000만원을 남기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3년 정도 기간에 총 100% 수익을 올리는 과정으로 연평균 30%가 넘는 수익을 내야 한다.

운좋게 최근 2년 동안 중국펀드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수익률 폭등을 만날 수도 있다. 연수익률이 최대 170%까지 기록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박의 꿈에만 사로잡혀 있어선 안 된다.

연 30% 고수익에 도전하기 위해선 일부 자금은 주식에 직접 투자할 필요가 있다. 배당주 투자, 공모주 투자 등 3개월여 만에 5%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회도 있다. 업종 ETF, 스타일 ETF(상장지수펀드) 등 적은 자금으로 대형 우량주군에 투자할 수도 있고 철저한 준비와 터무니없는 욕심만 버린다면 주식워런트(ELW) 소액투자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공부가 수반돼야 한다. 위험이 없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상존하는 위험을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CMA로 월급통장 바꾸고 '장마' 는 필수

혹시 5년 안에 반드시 1억원을 모으기보다 기간이 더 걸려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쪽이라면 다수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가장 먼저 시작할 작업은 월급 통장을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통장으로 바꾸는 것. 현재 시중 증권사 CMA 통장은 연 5%대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추천하는 상품은 '장마(장기주택마련상품)'다. 계약기간이 7년 이상이면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연간 납입액의 40%로 최고 300만원 한도)까지 가능하다. 소득공제 혜택을 정확히 채우기 위해 월 25만원을 장마상품에 넣도록 하자.

하지만 여기선 조금 고심할 문제가 있다. 은행권의 '장기주택마련저축', 증권사의 '장기주택마련펀드', 보험사의 '장기주택마련저축보험' 중 어느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다. '장마'만큼은 안정적인 이자율을 추구하는 저축상품에 가입해도 좋을 것 같다.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연 7%대 이자율은 챙기는 셈이니 수익도 괜찮다.

다음으론 적립식 펀드에 대한 투자다. 45만원 정도를 투자하는데 두 개의 상품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20대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 두 개를 선택하자. 국내주식형 펀드 두 개에 분산 투자하거나 '국내-해외' 각각 한 개씩 엮는 조합도 좋다. 해외주식형 펀드를 섞는다면 이머징 증시를 고려해보자. 위험이 높은 곳이지만 20대라는 점, 그것도 적립식 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전해볼 증시임엔 틀림없다.

내집 마련의 필수품인 주택청약상품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젊은이들에게 매우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부금, 청약예금 상품과는 달리 '청약저축' 가입자는 새로 바뀐 가점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기업에서 분양하는 85㎡ 이하 공공분양아파트 등에 도전한다면 청약저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를 노린다면 하루라도 빨리 300만원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월 10만원씩 한도를 채워 청약저축에 할애해야 한다.

이제 월 100만원 중 20만원의 여유가 남아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보장성 종신보험'에 눈을 돌려보자. 보장성 종신보험의 경우 주계약에 따라 보험료 규모는 다르지만 20년납 기준으로 월 10만원 안팎의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남아 있는 10만원 정도의 자금은 본인에게 투자하도록 하자. 영어학원을 수강해도 좋고, 헬스클럽을 다녀도 좋다. 본인에 대한 투자는 분명 포기할 수 없는 '급여 재테크'의 일부분이다.



[정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