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억 있다면 난 이렇게 불리겠다"

bthong 2008. 1. 4. 15:39
증권사 CEO 3인 재테크 기법 들어보니

새해에도 역시 고민은 재테크다. 새롭게 계획을 짜보지만 증시나 부동산 모두 뾰족한 답이 안 나온다.

매일경제는 독자들의 이 같은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주요 3개 증권사 CEO들이 계획하고 있는 재테크 설계도를 들여다봤다. 이들은 20~3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적지 않은 부를 축적했고, 지금도 매달 월급을 받고 있다. 쌓아 놓은 목돈과 월급 중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어떻게 굴려야 할지 똑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차이점이란 최첨단 증권산업을 이끌고 있어 일반투자자보다 시장 흐름과 상품정보를 보다 빨리 접하고 정확하다는 것.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정태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 증권사 CEO 3명에게 △당장 쓸 필요가 없는 여윳돈을 어떻게 운영할지 △월급 중 생활비로 쓰고 남는 여유자금을 어떻게 관리할지 두 가지를 동시에 물었다.

이들이 짜고 있는 포트폴리오의 공통된 특징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

전체적으로는 여윳돈 규모를 1억원으로 가정할 때 이들은 한결같이 7000만원 이상을 주식과 관련된 부문에 투자한다. 다만 안정성도 높이기 위해 연간 목표수익률은 20% 이하로 맞춰놨다.

특히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에 골고루 투자하면서도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랩어카운트에도 일정 부분을 할당했다.

ELS는 주가 하락시 원금보장이 가능한 특성이 있고, 랩어카운트는 펀드와 유사하지만 본인 돈만을 전문가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수시로 운용상황을 점검하고 시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등 '잰걸음'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지난해에 비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기보다 큰 폭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올해 증시 전망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해외 펀드 중에서는 2명이 브릭스펀드를 고려하고 있다. 1000만원 정도는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두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랩어카운트에 40% 해외펀드엔 10%만"

박 사장은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지만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99년 대우증권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8년간 증권사 CEO를 역임한 증권 전문가 실력으로 직접 투자대상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 직접투자에도 20%를 할애했다. 포스코 대한항공 현대차 세 종목을 투자대상으로 꼽았다.

주식 직접투자를 하느라 높아진 위험은 랩어카운트(40%)와 ELS(10%)에 총 50% 비중을 둠으로써 상쇄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사장이 꼽은 자사 랩어카운트인 옥토랩은 전문가들이 펀드, 채권, 대안자산 등에 분산투자를 해주는 상품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또 조기상환형 ELS를 통해 주가 하락시에도 원금이 보장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놨다.

해외투자 비중은 10%로 다른 CEO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슈로더의 브릭스 주식형 펀드를 선호한다.

나머지 20%는 채권이나 단기상품 등 고정형 수익에 배정할 계획인데 이때 펀드가 아니라 직접 AAA급 우량 회사채를 살 예정이다. 선진국형 CMA인 자사상품 옥토에도 10%를 넣어두고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도록 대비해 놨다.

박 사장은 "정기적인 이자수익을 받으면서 변동성 높은 장세에 대응해 유망 투자처가 나타나면 곧바로 대응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라면 올해 15~20% 수익은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그는 기대했다.

월급 중 여유분에 대한 재테크에서는 88%를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넣어둔다.

매월 30만원(6%)은 연금펀드인 '우리CS 행복연금 코리아인덱스'에도 가입할 계획이다. 그는 "은퇴 후 미래 설계를 위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현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매월 30만원씩은 CMA에다 꾸준히 모아놓을 생각이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국내ㆍ해외펀드 40% ELS에는 30% 투자"

김 사장 포트폴리오는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여윳돈 1억원에 대한 포트폴리오에서 70%를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40%를 주식형 펀드에 넣지만 이 중 20%는 해외투자펀드(신한BNP 브릭스 플러스)에 넣고 20%는 주식형 펀드인 '산은 SRI 좋은세상 만들기'에 투자한다.

이 펀드는 수익 자산 등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투명성 윤리성 환경기여 등 비재무적 요인까지 함께 평가해 편입종목을 선택한다.

김 사장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해가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단기 시장 흐름에 흔들림 없는 꾸준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건부 ELS에 30%를 투자하는 것도 높아진 증시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30%는 3개월 미만 확정금리 상품인 만기매칭채권형 펀드에 20%, 대우증권 CMA에 10% 등으로 나눌 계획이다. 투자금 30% 정도는 고정금리를 받는 상품에 넣겠다는 전략이지만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때에 대비해 만기 구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김 사장은 이 같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연 12%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매월 월급 중 여유분을 투자할 때는 50%만 주식 부문에 넣을 계획이다.

국내 주식형과 해외 주식형에 절반씩 투자하는데 여기서도 또다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대우증권 '포트폴리오 적립식 펀드'라는 상품으로 자신이 5개 펀드를 선정하면 매월 선정된 펀드에 일정 비율대로 자금이 자동으로 분산투자된다.

나머지 50%는 저축성 보험과 보장성 보험 등에 20%를 넣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호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20%), 대우증권 CMA(10%) 등도 활용하면서 미래에 대비한다는 게 김 사장 전략이다.

■ 김정태 하나대투증권 사장 "주식형에 모두 넣되 안정형상품 60%로"

김 사장은 올해에도 국내 증시가 성장흐름을 지속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최적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증시 변동성은 지난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마찬가지. 따라서 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짰다.

하지만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에 다른 CEO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현금이나 채권형 상품보다는 주식형 상품 내에서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작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투자금 전부를 주식형 상품에 넣지만 안정형 상품에 60%, 고성장형 상품에 40%를 분산함으로써 고수익과 안정성을 함께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연초에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식랩이나 배당형 펀드 편입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각 30%를 주식랩과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그는 자사 상품인 하나UBS배당60펀드를 꼽았다. 나머지 40%로는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동유럽 지역을 눈여겨 보고 있다. 최근 정치적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다른 CEO들이 관심을 갖는 브릭스펀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투자지역이다. 전체 자산 중 10%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엔 기후협약에 따라 향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뉴에너지펀드에 투자한다.

김 사장은 생활비를 제외한 자투리 자금은 국내 주식형과 해외 주식형에 각각 절반씩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 투자는 매입단가가 평준화하는 효과로 인해 장기투자시 수익성과 리스크 헤지 기능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가 꼽은 펀드는 하나UBS연금주식과 하나UBS부부사랑주식으로 각각 10%와 40%를 투자한다. 해외 주식형으로는 슈로더브릭스펀드와 하나UBS글로벌성장포트폴리오를 유망 펀드로 꼽았다. 김 사장은 올해 20%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임상균 기자 / 이재화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