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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사회생활 무기"… 육체 '업그레이드'

bthong 2008. 1. 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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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임원인 박모(53)씨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볼 때마다 돋보기를 꺼내 들어야 했다. 노안(老眼)이 와서 가까운 글자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원래 근시로 안경을 썼던 그는 회의 도중 보고서를 보기 위해 수시로 돋보기 안경으로 바꿔 써야 하는 자신을 부하 직원들이 '노인네'로 인식하는 것 같아 왠지 주눅이 들었다. 그는 결국 지난달 노안 수술을 받고 돋보기를 던져 버렸다.

    사회 활동이 왕성한 50대 장년층이 검버섯을 없애고 주름살을 펴는 피부과·성형외과 문턱을 넘어 최근에는 기능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의료 시술을 받는 데까지 손을 뻗고 있다. '젊게 보이자'에서 더 나아가 '젊게 살자'로 '업 그레이드'(Up Grade)하려는 현상이다.

    ◆돋보기는 싫어…노안 수술 유행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새로 나온 노안 수술법의 효과를 승인한 이후 국내에서도 노안 수술이 확산되고 있다. 노안 수술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하는 특수 렌즈를 넣거나 레이저로 각막을 정교하게 교정하여 같은 효과를 보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술 다음날부터 돋보기 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 수술을 국내에 도입한 아이러브 안과 박영순 원장은 "지금까지 수술 받은 103명 중 50대 환자가 80%를 차지한다"며 "주로 사회 활동이 많은 전문직 종사자나 회사원,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안 수술은 강남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도 도입돼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잘 씹자…너도 나도 임플란트

    임플란트는 치아를 잃은 자리에 인공치아를 나사 못 끼우듯 잇몸 뼈에 박아 씹는 힘을 원래 상태로 유지하는 수술이다. 직장인 환자가 많은 서울 여의도 마이스터 치과 최수원 원장은 "나이든 환자일수록 예전에는 임플란트를 주저했는데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졌다고 알려지면서 중년 환자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시술을 받으려 한다"며 "잘 씹어야 사회 생활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임플란트 시장은 최근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2004년 956억 원이던 것이 2007년에는 1767억원으로 뛰었다〈'오스템 임플란트(주)' 보고서〉.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00년도에 임플란트 시술을 할 줄 아는 국내 치과 의사 비율은 5%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5%선까지 올랐다(치과의사협회 분석). 시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플란트 비용도 하나당 400만~600만원 대에서 150만~2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남성호르몬 주사로 삶의 활력 재충전

    여성의 '폐경'과 같은 급격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남성도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생산이 점차 줄면서 갱년기 증상을 앓는다. 근육이 감소하여 활력을 잃고, 성욕도 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호르몬을 약물로 투여하는 것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최근에는 3개월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남성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주사 요법이 등장하면서 중년 남성들 사이에 인기다.

    아담스 비뇨기과 이무연 원장은 "재작년에는 120명 정도 남성호르몬 요법을 받았는데 작년에는 280명으로 늘었다"며 "다들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50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이 주사제를 제조하는 제약사 바이엘쉐링에 따르면, 주사제가 처음 나온 2005년에는 한 달에 400개 정도 팔렸는데, 지난해에는 매달 2000개씩 나가고 있다.

    ◆갑갑하다, 처진 눈꺼풀을 올리자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이 처져 시야가 좁아졌다. 이 때문에 사람을 바라볼 때 눈썹을 치켜 뜨는 버릇이 생겼다. '안검하수' 증상이다. 그는 고객에게 '깐깐하고 졸린 인상'으로 비치는 게 싫은 데다 갑갑해서 최근 눈꺼풀 성형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밝은 明(명) 안과' 최웅철 원장은 "지난해 50대 환자 눈꺼풀 수술 건수가 전년에 비해 2배 늘었다"며 "미용보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대표원장은 "눈 밑 지방을 빼거나 피부 탄력을 올려주는 '리프팅'시술을 받는 중년 남성 환자가 매년 약 30~40%씩 늘었다"며 "'젊음'이 사회 생활 무기가 된 요즘 '회춘 의료'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