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VIETNAM

베트남, 달러를 팔아라

bthong 2008. 7. 7. 00:22
앤디 무커지 (Andy Mukherjee)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안정성이냐, 유연성이냐?
겁먹은 내·외국인 투자자 잡으려면 외환시장 강제로 통제하려 들지 말고 외환보유고 내다 팔아 동貨 자산에 대한 신뢰 심어줘야
베트남 중앙은행이 환율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것을 추구하는지가 뚜렷하지 않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베트남의 통화 위기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말이다.

지금 베트남이 고민하는 것은 고평가된 환율과 이로 인한 무역적자, 그리고 감내하기 어려운 물가 급등으로 겁을 먹은 외국 투자자들이 돈을 베트남에서 빼가고, 여기에 베트남 사람들도 동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환율을 타이트하게 통제하고 있다. 사실상 달러에 페그(peg)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지난달 26일 베트남 통화인 '동(dong)' 화(貨)의 달러 대비 환율 하루 변동폭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로 올렸다. 일견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조치는 동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수용함과 동시에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올 상반기에만 150억 달러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의 거의 3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지금 베트남으로선 취하기 쉽지 않은 정책이다. 수출은 지금 큰 문제가 아니다. 무역적자는 베트남이 수입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화의 가파른 평가절하는 수입 가격을 높임으로써 이미 크게 치솟은 인플레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6월 베트남의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7% 급등했다.

■두 개의 시장

베트남 중앙은행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공식 환율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비공식 시장이 있는 한 공식 환율이란 거의 의미가 없다. 이번 주 공식 환율은 달러당 1만6615동인데, 그 가격에서는 누구도 달러를 팔지 않을 것이다. 비공식 시장에서는 1만7500~1만8500동에 팔 수 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외환시장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동을 원한다고? 그렇다면 공식 환율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달러를 원한다고? 그럼 다른 시장으로 가야 한다. 호찌민시 소재 자산운용사인 PXP베트남의 펀드매니저인 케빈 스노볼(Snowball) 씨는 이 비공식 시장에 대해 "암시장(black market)과 유사 암시장(gray market)의 중간쯤 된다"고 표현한다.

이 같은 이중시장(parallel market)이 존재하는 것은 3개 통화 간 거래가 가능했던 데도 기인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동을 주고 유로나 엔을 산 뒤 아무런 제한 없이 달러로 다시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비상구가 막혀 버렸다. 중앙은행은 최근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동화와의 교환을 금지했다.

이 조치에 대해 호주·뉴질랜드 은행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폴 그룬월드(Gruenwald)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잘못된 조치"라며 "시장을 보다 효율적이고 유동성이 많게 만드는 재정거래(arbitrage)를 막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식환율과 비공식환율의 갭을 줄이는 보다 효과적인 조치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꺼내 시장에 내다 팔아 동화 가치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달러 부족 우려를 완화시키면서 베트남 사람들이 안심하고 동화 자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룬월드는 이를 "베트남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핫 머니 논란

베트남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대개 장기 직접 투자를 위한 것이다. 핫머니(hot money)의 비중은 낮다. 따라서 베트남으로부터의 대규모 자금 이탈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노무라 증권이 최근 리포트에서 전망했다.

단기 외채(外債)는 베트남의 외환보유고 207억 달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동화는 1997년 태국 바트화에 비해 더 잘 버틸 수 있다. 베트남은 또한 자본 이동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베트남이 통화 위기로 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동화가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다고 지난달 초 주장했다. 도이치방크와 다이와 경제연구소는 베트남 경제 정상화를 위해 긴급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정부는 그러나 IMF나 다른 기구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런데베트남 정부는 시장의 예상을 바꾸려하기보다는 이를 지하(地下)로 억누르려고 하고 있다. 3개 통화 간 거래 금지 조치가 의도하는 것도 이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외면한다고 해서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환율을 정해 밀어붙이고, 시장은 이를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면, 이런 환율은 결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