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테크

글로벌 환율전쟁은 왜 일어나죠?

bthong 2015. 6. 23. 08:59

전세계 경기침체로 초과 공급
각국 수출 가격경쟁력 높이려 자국통화가치 떨어뜨리기 경쟁

中·日 돈풀어 경기부양… 뒷짐진 한국만 '골병' 〈조선일보 2015년 6월 5일자 B3면〉

일본과 중국이 글로벌 환율 전쟁에 가세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한·중·일 환율 전쟁에서 가장 뒤처지며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최근 3년 반 사이에 3.6% 올라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뒤늦게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75%까지 끌어내렸지만, 중·일 양국의 막대한 돈 풀기와 금리 떨어뜨리기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 기사

민성환·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민성환·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엔·달러 환율 200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25엔 돌파', '글로벌 환율전쟁의 본격화'…. 올 들어 환율과 관련된 뉴스가 신문 지상에 빈번하게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환율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환율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환율은 무엇이고, 어떻게 결정되나요?

환율은 두 나라 통화 간의 교환 비율을 의미합니다. 환율은 외국 통화 1단위와 교환할 수 있는 자국 통화 단위로 나타내는데,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라는 것은 미화 1달러를 사는 데 우리 돈 1100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진다면 같은 원화로 더 많은 달러를 살 수 있게 되므로 '원화의 가치가 올랐다' 또는 '원화 강세'라고 하고,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 또는 '원화 약세'라고 표현합니다.

통화는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됩니다. 따라서 환율도 주가처럼 매 시각 변합니다. 상품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움직이듯 환율도 두 나라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국가 간 거래가 많지 않고 외국 통화도 거의 통용되지 않아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국가 간 무역 및 금융 거래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외국 통화의 사용이 일반화되고, 환율의 자유로운 변동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대다수 나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12월부터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 운용해 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환율전쟁은 왜 일어나나요?

'환율전쟁'(currency war)은 각 나라가 자기 나라 수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일 수 있도록 통화정책 등을 이용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환율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통화 약세)을 통해서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한국의 장난감 회사가 미국 시장에 장난감 1개당 5달러의 가격으로 수출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르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한국 회사는 장난감의 판매 가격을 그대로 유지(5달러)시키면서 500원의 환율 차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가격을 내려 판매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즉, 환율이 1000원으로 오르게 되면 개당 판매 가격을 4.5달러로 낮추더라도 그와 동일한 매출(4500원)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 인하에 따른 판매량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율 상승으로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 통화의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면서 이른바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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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필 왜 지금 환율전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 내수가 충분할 때는 굳이 수출이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부진으로 전 세계적으로 초과 공급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자 한정된 수출 시장을 놓고 각국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 유럽, 일본 등 세계적으로 많이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하는 기축통화국은 인위적으로 돈을 찍어내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여력이 있는 반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로섬 게임(한쪽이 얻으면 한쪽이 잃는 게임) 시장인 무역 시장에서 기축통화국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낮추면 결국 신흥국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엔화 약세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한국이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 my neighbour policy)'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환율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통화가치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 하락의 장점보다는 타격이 훨씬 더 크다는 의견이 일반적입니다. 결국 환율 변동을 둘러싼 대외 여건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