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MegaTrend

디자인의 메가트렌드는 `미(me)`

bthong 2007. 10. 12. 20:59
`나(me)를 위한 디자인을 하라.`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9일 매경창조포럼 강연에서 던진 화두다.

그는 "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클 실버스타인의 저서 `트레이딩-업`에서 프라다 백과

구찌 신발에 벤츠를 타고 코스트코 할인점으로 가는

미국 주부를 사례로 들며

"3000달러 백을 사기 위해 1달러를 아끼는 소비자에게 주목하라"

는 메시지를 던졌다.

`트레이딩-업`은 보스턴컨설팅 컨설턴트인 실버스타인이

 `자기만의 독특한 감성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분에 넘치는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을

트레이딩-업(Trading-Up)으로 규정해 쓴 화제의 책.

 

그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나의 모습과 느낌이 전부다.

디자인은 항상 있어 왔지만 `나`가 중심이 된 것은

 최근의 트렌드"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년 올해의 인물로

`You(당신)`를 선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를 중시하는 소비성향은 30대 중반 여성이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결혼도 늦게 하거나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 전문직 여성들이 번

그 엄청난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기업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 소비시장의 변화를 통한 한국 기업이 갈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소비시장은 가격을 기준으로 크게 3등분할 수 있는데,

 미들마켓은 죽고 하이엔드와 로 마켓만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도 미들마켓을 겨냥한 기업들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급 속옷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특별한 날에만 자사 제품을 사는 여성들에게 섹시하고 좋은 속옷은 날마다 입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광고로 성공한 고가 시장 사례를 들었다.

더불어 도요타와 이베이가 저가 시장에서 성공한 데 반해 중가시장을 공략해 고전하고 있는 CTM과 시어즈 사례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품질과 가격을 넘어 디자인이 중요해진 시대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기술적 차별화가 있어야 하고, 그 기술적 차별화가 사용자에게 도움을 줘야 하며 마지막으로 감성적 접근에 의한 마술적 요소(매직 팩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회사가 작업을 위해 많은 리서치를 하지만 나는 여러 사람에게 묻지 않는 게 노하우이자 원칙"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묻는다고 히트 상품이 나오는 건 아니며 오히려 제품을 팔고자 하는 `어느 한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하면 그와 똑같은 사람이 수백만 명이 된다는 게 매스 마케팅의 비결"이라고 전달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이노디자인이 화장품, 카드, MP3, 신발, 심지어 쓰레기처리기까지 영역없이 디자인할 수 있는 건 제품이 아닌 그 `한 사람`을 연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한 사람이 먹고 자고 쓰는 것에 대해 완벽하게 연구하면 세상에는 수백만 명의 동일인이 있다는 논리다.

 

이노디자인이 디자인해 연간 200만개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라네즈 슬라이딩 이펙트`는 한 사람에게 집중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콤팩트 케이스를 거울로 만든 이 제품은

김영세 대표의 부인이 "매번 식사 후 치아를 보기 위해 콤팩트를 열고 닫기 귀찮은데 거울로 되어 있다면 살짝 보기 편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부인 `한 사람`이 콤팩트와 거울을 동시에 갖고 다니기보다 콤팩트 거울을 원한다면 많은 여성이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김 대표는 "예전 CEO들은 디자인은 비용이 많이 드는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경영자들이 디자인이 돈을 벌어준다는 점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만들면 소비자들은 매력적인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많이 팔 수 있고 대량생산을 하면 가격을 내릴 수 있어 더욱 많이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에 대해서 그는 "정보기술(IT)업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

지난 3월에 만든 세 번 접는 노트북이나 90도 회전하는 전화기처럼 재미있고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대가 김영세 대표는 "디자인의 기초는 나의 꿈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언젠가 날으는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머지않아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이고

결국 미친 짓, 미친 생각이 디자인을 만들어낸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김지미 기자]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