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MegaTrend

사고의 리더십

bthong 2007. 10. 26. 09:36
[포커스] 사고의 리더십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2005년 `에코매지네이션`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을 때 반응은 시큰둥했다. 에코매지네이션이란 생태학을 의미하는 Ecology의 eco와 GE 슬로건인 Imagination at work(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의 Imagination을 합쳐서 만든 조어다. 글로벌 넘버원 기업 회장이 돈이나 들어가는 환경을 부르짖고 나섰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월가는 고개를 돌렸다. 정치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의 공화당 행정부는 레이건시절 환경 예산을 대폭 삭감할 정도로 환경에 관해서는 한쪽 눈을 감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멜트 회장은 배짱 좋게 밀어붙였다.

뒷이야기가 들린다. GE는 정기적으로 크로톤빌연수원에서 고객사들과 만난다. 이른바 드리밍세션이다. GE 수뇌부와 고객사 CEO들이 만난다. GE는 이 자리에서 물었다. "당신 회사가 앞으로 부딪힐 고민이 뭡니까."

돌아온 답은 물 부족, 화석연료 고갈, 오염배출 저감, 인프라스트럭처 등이었다. 환경ㆍ에너지 문제가 공통적 고민이었던 것이다. 고객이 기업인 B2B기업의 숙명은 고객사의 수익성을 높여 주는 것. 이멜트 회장은 여기서 기회를 포착했다.

고유가와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던 항공사를 위해서는 연료 효율성을 크게 높인 항공기 엔진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이멜트 회장의 에코매지네이션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해의 경우 항공기 엔진, 조명기구, 친환경 발전설비 등 45개 제품에서 1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숫자는 2010년에 가면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멜트 회장 본인도 최근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환경영웅 45인에서 기업부문 영웅으로 뽑혔다.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 주면서 회사는 돈을 벌고, CEO는 칭찬을 받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 역시 환경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만든 하이브리드카(프리우스)는 그 자체만으로는 여전히 적자다. 그런데도 도요타 미국법인의 CEO는 "옳은 일을 하니까 결국은 시장의 반응이 오더라"고 말한다.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 정도로 기술적으로 뛰어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확 올라갔다는 것이다. 때마침 고유가시대가 열린 건 보너스였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전체가 전환기(turning point) 이상의 중대한 전환점(tipping point)을 거치고 있다는 말을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대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를 읽고 재빨리 선점해서 사업화하는 역량을 보여주느냐가 글로벌리더와 추종자의 갈림길이 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급진전되고 에너지 고갈, 물 부족 등이 예견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웬일인지 장기트렌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 트렌드는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GE의 경우 2001년 이멜트 회장 취임 후 2004년까지 새 트렌드를 읽어내는 작업을 벌인 끝에 2005년 에코매지네이션을 내걸었다. 4~5년간 심사숙고를 한 셈이다. GE가 말하는 `Green is green`(환경이 돈이다)은 이제 유행어가 됐다. 물 부족이 심각하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왔지만 우리는 손을 놓고 있었다. 반면 GE는 이 기간 중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수처리에 관한 모든 기술을 확보했다.

시장을 주도하려면 당연히 경쟁이 덜한 사업을 찾아 사업화해야 한다. 환경과 에너지를 신호등 삼아 달리고 있는 레이스에서 우리 기업들 역시 핵심역량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다.

`가격리더십` `시장리더십` 시대를 넘어 이제는 `사고의 리더십` 시대라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은 웃으며 말하고 있다.

[산업부 = 윤구현 차장 kyune@mk.co.kr] [ⓒ 매일경제 & mk.co.kr, ]

2007.10.25 18:09:5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