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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보는 위치, 계절, 날씨, 시간, 그리고 보는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맑은 날에도 정상 주변에는 거의 언제나 구름으로 쌓여 있어 제주 사람도 정작 한라산의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손을 들어 은하수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높다는 뜻을 지닌 한라산(漢羅山)은 그래서 그런지 많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주봉우리가 솥에 물을 담아놓은 것 같다 하여 부악(釜岳), 그곳에 오르면 하늘 모양이 둥글게 보인다고 원산(圓山), 신선이 산다고 선산(仙山), 봉우리마다 평평하다고 하여 두무악(頭無岳), 설문대할망의 전설에서 비롯된 여장군(女將軍) 등 한라산만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산도 드물다. 한라산은 또 금강산, 지리산과 함께 한국의 삼신산(三神山)으로 여겨져 왔다.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으로 흙을 퍼 날라 한라산을 만들다 떨어진 부스러기로 만들어졌다는 설화를 갖고 있는 오름은 ‘오르다’의 명사형으로 ‘산’ 또는 ‘봉우리’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 한라산 자락에 기생하는 오름(기생화산)은 모두 368개로 한라산이 솟은 이후인 후화산기인 10만 년~2만5천 년 전 사이에 생겨났다. 제주의 오름은 한라산 자락 어디서나 쉽게 보고 오를 수 있지만 특히 동부 지역 중산간 지대에 밀집돼 있는 오름들은 서쪽으로 한라산, 동쪽으론 우도와 성산 일출봉들을 배경으로 거의 언제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아부오름, 당오름, 알밤오름, 체오름, 안돌오름, 새별오름, 샘이오름, 비치미오름, 어슬렁오름, 다래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누군가 그랬다. “일년 동안 제주에서, 하루에 한 개씩 오름만 오르고 싶다.” 그래도 미처 오르지 못한 세 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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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에 고루 걸치는 한라산의 지리적·지형적인 특이함 때문에 한라산은 국내는 물론 동양의 어느 곳보다 다양하고 특이한 자연 식생을 보여주고 있다.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무려 1800여 종, 한라산 일대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식물만도 305종이나 된다. 그 중 가장 독특한 식물상을 보이는 곳은 1500m 위쪽의 고산지역으로, 구상나무, 주목, 시로미, 눈향나무, 털진달래, 섬매자나무, 마가목, 바늘엉겅퀴, 나도옥잠화, 설앵초, 흰그늘용담, 섬바위장대, 한라돌창포, 한라솜다리, 한라구절초, 돌매화. 두매대극, 좀민들레, 갯취, 한라황기, 솔비나무…, 이름도 예쁘고 귀한 식물들이 가득 자라고 있다.
한라산에는 6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다. 어리목과 영실 코스로는 해발 1700m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오를 수 있다. 성판악, 관음사 코스 모두 정상까지 8시간 이상 걸리고 일일 등산이 원칙임으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성판악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지루해하지만 않는다면 어린이들도 오를 수 있다. 계절별로 입산 통제 시간이 있고, 산 아래는 멀쩡해도 오를수록 기후 변화가 심해지니 방수재킷이나 우의를 준비하는 게 좋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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