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 한라산 - 어머니의 이름

bthong 2008. 1. 2. 18:06



태풍은 오키나와 해상을 지나 제주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중이었습니다. 거센 비바람이 태풍보다 먼저 제주를 흔들었지요. 움직일 수 있는 크고 작은 동물들은 다들 어디론가 몸을 숨기고, 바람소리에 묻어오는 것은 굵은 몸통의 나무들과 여린 풀들이 몸을 흔들며 질러대는 두려운 비명 소리뿐입니다. 나뭇잎이 뜯겨나가고, 뿌리가 들썩이고, 가지가 툭툭 부러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나는 방 한구석에 숨어 숨을 죽인 채 태풍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소리는 더 난폭해지고 위험해져서 두려움이 증폭되고, 눈을 뜨면 그 소리의 실체가 똑똑히 보여 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됩니다. 이미 태풍을 겪어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한 몸인데, 조금 편안해지려 도망치듯 이곳에 왔는데, 나는 괜히 화가 납니다.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 무언가 큰 사단이 나고야 말 것 같습니다. 그 옛날, 한라산이 처음 솟아나던 날에도 이랬을까요?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숨죽이고 붉은 피를 토해내는 대지를 훔쳐보았을까요? 그 포효하는 신음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말았을까요? 나는 가까스로 잠을 청해 봅니다.




아침이 왔습니다. 태풍은 밤사이 제주를 관통해 동해 쪽으로 이동중이라고 하는군요. 마당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이 지난밤 태풍의 강력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바람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멀리 파란 하늘이 드문드문 보이는 걸 보니 안심이 됩니다. 나는 그 손바닥만한 푸른 하늘에 기대어 한라에 오르기로 합니다. 계획대로 백록담까지 오를 겁니다. 백록담에 오르면 태풍이 할퀴고 간 내 마음도 치유가 될 겁니다. 멀리 자태를 드러낸 한라산을 보니, 버선발로 마중나온 어머니를 본 것처럼 벌써부터 가슴이 울컥합니다.
햇살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물을 잔뜩 머금은 흙이 따사로운 냄새를 피워올립니다. 비바람에 짓이겨진 풀냄새도 묻어옵니다. 나는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이고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성판악에서 시작한 산길은 그리 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솔길을 걷고 있는 기분입니다. 밤새 내린 비에 산길은 여기저기 물길을 터 작은 계곡을 이루었습니다. 어쩌면 넉넉히 물을 받은 백록담을 보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반짝 햇살이 번진다 싶더니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위는 어둡고 희미하기만 합니다. 하산을 생각하면 서둘러야 합니다. 나는 발길을 서둘러 돌계단을 오릅니다. 검은 화강암들을 밟을 때마다 구멍 숭숭 뚫린 내 마음을 지르밟은 것처럼 시큰시큰 아파옵니다. 안개비는 어느새 제법 굵은 빗방울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바닥만한 햇살에 속아 우비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내리는 비를 모조리 맞아야 합니다. 태풍의 늦은 걸음을 미처 생각지 못한 탓일까요? 아니면 한라산을 너무 만만히 생각했던 걸까요? 한라는 쉽게 제 몸을 보여주지 않는군요. 진달래대피소가 가까워질수록 빗방울은 더욱더 거세지고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할까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봅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은 운무에 쌓인 듯 아득하기만 하고, 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상처받은 내 몸은 여전히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산을 내려가려는데 문득 누군가 내 허리를 툭 건드리고 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 한번의 가벼운 스침이었지만 생생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가볍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스침. 그것은 내 옷깃을 잡아끌며 나를 인도하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세진 비바람에 가까스로 눈을 떠가며 백록담 정상을 향해 걸어갑니다.
신선들이 흰 사슴과 노닐던 곳이라 했습니다. 어머니 병을 고치기 위해 사슴 사냥을 나선 아들에게 사슴 대신 연못물을 건네주어 병을 고치게 해 주었다던 신령. 신령들이 사슴과 함께 노닐던 땅에 내가 너무 쉽게 발을 들여놓은 탓일까요? 바람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졌습니다. 백록담에 올랐지만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귓등을 후려치는 바람과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퍼붓는 비에 서 있기조차도 힘들었습니다.




문득 누군가의 심장을 향해 겨누었던 활들을 떠올립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타인을 향해 겨누었던 활들. 상처받은 것은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부러 상처를 받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결국 나는 자리에 주저앉고 맙니다. 그때 내 볼을 핥는 따뜻한 훈기가 느껴졌습니다. 내 앞에 입김을 내뿜고 있는 것은 희디흰 사슴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모든 것을 다 용서해준다는 듯 너그러운 표정입니다. 미안해. 나는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미안해. 그 말을 하는 순간 뱃속에서 무언가 찌르르하게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조금쯤 가벼워집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지만, 짙은 구름 속 어딘가에 백록담이 있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치유의 물을 찰랑이는 백록담. 백록에 오른다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향했던 활을 거두기 위한 것입니다. 이곳은 치유와 반성의 호수입니다.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지더니 어느새 비가 뚝 그쳤습니다. 땅이 진동하며 산이 솟아나던 7주야가 지난 후 이랬을까요? 산은 고요한 정적에 휩싸여 있습니다. 나는 바다를 향해 천천히 흐르던 용암처럼 천천히 산을 내려갑니다. 짙은 안개에 몸을 숨겼던 산도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바람 때문에 곰취와 제주조릿대 매발톱나무만이 겨우겨우 자라는 정상에서 벗어나자 벚나무 군락과 대죽나무들이 보입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참나무 군락이군요. 이렇게 식물들은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은 나무의 결을 벌리고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버섯들의 살은 얼마나 여린지요. 촉촉한 땅 위를 기어가고 있는 민달팽이의 몸놀림은 또 얼마나 한가로운가요. 노란 저 버섯처럼 화산섬에 포자를 박던 수많은 생명체들을 생각합니다.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땅을 일군 생명체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고 여린 생명들과 인사 나누며 길을 내려갑니다.


나는 조금 더 멀리 가려합니다. 바다를 향했던 용암들처럼 바다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멀어질수록 오름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오름은 한라산에 기생하여 산재해 있는 자그마한 화산체를 말합니다. 한라산 주변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지요. 함지박 형태의 화구호가 있는 물영아리, 성불천이라는 샘을 가진 성불오름,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은 당오름, 예로부터 임금이 타는 말이 났다는 어승생오름, 절물오름, 아부오름, 어슬렁오름, 사라오름, 다랑쉬오름…, 그중에서 용눈이오름에 오르기로 합니다.


오름은 그야말로 오르는 길만 있습니다. 오솔길도 계단도 없습니다. 결을 고른 잔디 사이로 미나리아재비며 할미꽃이 보일 뿐입니다. 정상에 올랐습니다. 바람, 구름, 하늘….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수많은 오름들이 보입니다. 방향을 틀어 바라보면 푸른 바다와 성산일출봉도 보입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용암들은 대체 어디로 가려 했던 걸까요? 생명이 시작된 바다 저 깊은 곳으로 돌아가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눈앞에 엉겅퀴가 보입니다. 한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가시엉겅퀴군요. 가시를 세운 엉겅퀴는 거센 바람에도 몸을 꺾지 않습니다. 낮게 포복을 하고 살아남은 저 가시엉겅퀴 꽃이 고맙기만 합니다. 나는 엉겅귀꽃을 매만지며 잔디 위에 누웠습니다. 이제 막 어머니 뱃속에 자리잡은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습니다. 물고기 모양의 나는 조금씩 생명의 진화를 겪어 사람의 모양을 갖춥니다. 촉촉이 젖은 잔디가 어머니 자궁 속처럼 따스하기만 합니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자라 태아에서 어린애가 됩니다. 오름에 누운 나는 아이처럼 어머니 젖을 물고 한없이 잠들고 싶어집니다.


오름에 오른다는 것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파고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곳 제주에는 수많은 어머니 가슴이 있습니다. 어머니 품속에 든 아이는 한없이 선하고 선해질 수밖에요. 오름에 오른다는 것은 그리하여, 어머니 대지의 양분을 빨아먹고 자라는 것입니다. 어머니 젖을 먹은 나는 조금 더 튼실하고 건강해질 것입니다.
용눈이오름에 한참을 서성이다가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멀리 돌담을 쌓은 무덤들이 보입니다. 무덤들 옆에는 소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죽음이 새로운 삶을 키워내는 순환의 공간, 그곳이 어머니 대지고, 오름입니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내 몸은 흰 사슴의 입김과 오름의 따사로움에 훈훈하기만 합니다. 나는 다시 한라에 오르기로 합니다. 차를 타고 영실 휴게소까지 갔습니다. 휴게소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입니다. 한없이 너그럽고 온화하다고만 생각했던 한라산에 저리 웅장한 바위병풍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날은 너무나 쾌청해 도무지 다른 세상에 서 있는 것만 같습니다.


영실기암은 백록담 물장올과 함께 한라의 3대 성소 중 하나입니다. 병풍바위라고도 하고 오백나한, 오백장군, 석라한 영실기암이라고도 부른다지요. 웅장한 모습이 마치 석가여래가 불제자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여 영실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 바위들이 슬퍼 보이는군요.


흙을 퍼 날라 한라산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할망에게는 오백 명의 자식이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바다에 나간 사이 할망은 자식들에게 줄 죽을 끓이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잘못해 그 죽 그릇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첫째가 돌아와 죽을 먹고, 둘째가 셋째가 죽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윽고 막내가 죽을 먹으려는데 죽 그릇에서 어머니의 신발을 보고야 만 것입니다. 자신이 먹은 것이 어머니의 살과 피였음을 안 막내는 멀리 도망치다 바위가 되었지요. 그것이 차귀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499명의 아들들은 그 자리에서 돌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지요. 그것이 저 오백장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가 빈 오백장군입니다. 위엄있는 장군바위가 슬퍼보인 것은 그 때문이었겠지요.


모든 어머니는 제 살과 피로 자식들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지요. 자식들이 바위로 굳어버릴까봐 어머니들은 그것을 애써 숨기고 있는 게지요. 내 어머니도 그랬을 겁니다.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살점이 떨어져나갔는데도, 걱정할까 연락도 못한 내 어머니. 그 손으로 김치를 담가 보내주시던 내 어머니의 얼굴이 한라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내 어머니의 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부끄러움에 몸을 숨기고 싶어집니다. 나도 바위가 되어 장군들 틈에 숨어야겠습니다. 오백장군은 어쩌면 부끄러운 자식들을 위해 일부러 자리 하나를 비워 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나무도 없는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는 동안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먼 계곡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물소리입니다. 한 계곡이 모자라 큰 인물도 나지 않고 맹수들도 없다는 아흔아홉 골짜기. 그 골짜기마다에는 큰 동물은 없지만 작고 여린 동식물들이 서로의 몸을 부비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리고 먼 데서부터 위안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푸른 하늘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구름들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나를 감싸줍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두툼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경사 급한 능선을 지나 평지가 나왔습니다. 도무지 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들처럼 너른 평원입니다. 평원 사이로 우뚝 백록담을 담은 정상의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노루샘에서 목을 축이고 윗새오름으로 향합니다. 윗새오름에서 올려다본 정상은 결코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오를 수는 없다고 하네요.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모두 폐쇄되었습니다. 진달래축제다 뭐다 해서 떼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시름시름 앓던 산이 제 몸을 헐어버린 것입니다. 언제 복구가 될지 알 수도 없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등산로를 복원하고자 왔지만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모두들 조화롭게 살고 있는데 끊임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유독 인간뿐입니다. 나는 차라리 등산로가 영원히 폐쇄된 채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야 어머니도 지친 몸을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제 몸을 깎아내려 인간들을 내친 어머니는 그래도 여전히 풍요롭습니다. 여전히 맑은 샘물을 뿜어주고 까마귀들을 키우고 애기나리꽃을 피워줍니다. 작은 애기나리꽃이 내게 말합니다. 산에 오르는 것은 진달래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야, 멋진 풍광을 보려는 것은 더욱 더 아니지. 산에 오르면 한 개의 바위가 되어보아. 바위가 되어 네 어머니의 한숨소리와 시름소리를 들어볼 일이야. 바위가 된다는 것은 네 어머니 대지의 진정한 자식이 된다는 것이란다. 나는 그저 고개만 주억거릴 뿐입니다. 내 어머니. 한라는 나를 키운 젖가슴,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바닥, 모든 것을 용서하는 그윽한 눈길, 내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 허리참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작은 바위일 뿐입니다.


한라산은 보는 위치, 계절, 날씨, 시간, 그리고 보는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맑은 날에도 정상 주변에는 거의 언제나 구름으로 쌓여 있어 제주 사람도 정작 한라산의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손을 들어 은하수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높다는 뜻을 지닌 한라산(漢羅山)은 그래서 그런지 많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주봉우리가 솥에 물을 담아놓은 것 같다 하여 부악(釜岳), 그곳에 오르면 하늘 모양이 둥글게 보인다고 원산(圓山), 신선이 산다고 선산(仙山), 봉우리마다 평평하다고 하여 두무악(頭無岳), 설문대할망의 전설에서 비롯된 여장군(女將軍) 등 한라산만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산도 드물다. 한라산은 또 금강산, 지리산과 함께 한국의 삼신산(三神山)으로 여겨져 왔다.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으로 흙을 퍼 날라 한라산을 만들다 떨어진 부스러기로 만들어졌다는 설화를 갖고 있는 오름은 ‘오르다’의 명사형으로 ‘산’ 또는 ‘봉우리’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 한라산 자락에 기생하는 오름(기생화산)은 모두 368개로 한라산이 솟은 이후인 후화산기인 10만 년~2만5천 년 전 사이에 생겨났다. 제주의 오름은 한라산 자락 어디서나 쉽게 보고 오를 수 있지만 특히 동부 지역 중산간 지대에 밀집돼 있는 오름들은 서쪽으로 한라산, 동쪽으론 우도와 성산 일출봉들을 배경으로 거의 언제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아부오름, 당오름, 알밤오름, 체오름, 안돌오름, 새별오름, 샘이오름, 비치미오름, 어슬렁오름, 다래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누군가 그랬다. “일년 동안 제주에서, 하루에 한 개씩 오름만 오르고 싶다.” 그래도 미처 오르지 못한 세 개가 남는다.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에 고루 걸치는 한라산의 지리적·지형적인 특이함 때문에 한라산은 국내는 물론 동양의 어느 곳보다 다양하고 특이한 자연 식생을 보여주고 있다.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무려 1800여 종, 한라산 일대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식물만도 305종이나 된다. 그 중 가장 독특한 식물상을 보이는 곳은 1500m 위쪽의 고산지역으로, 구상나무, 주목, 시로미, 눈향나무, 털진달래, 섬매자나무, 마가목, 바늘엉겅퀴, 나도옥잠화, 설앵초, 흰그늘용담, 섬바위장대, 한라돌창포, 한라솜다리, 한라구절초, 돌매화. 두매대극, 좀민들레, 갯취, 한라황기, 솔비나무…, 이름도 예쁘고 귀한 식물들이 가득 자라고 있다.



한라산에는 6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다. 어리목과 영실 코스로는 해발 1700m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오를 수 있다. 성판악, 관음사 코스 모두 정상까지 8시간 이상 걸리고 일일 등산이 원칙임으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성판악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지루해하지만 않는다면 어린이들도 오를 수 있다. 계절별로 입산 통제 시간이 있고, 산 아래는 멀쩡해도 오를수록 기후 변화가 심해지니 방수재킷이나 우의를 준비하는 게 좋다.
편집실

글 천운영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2003년 신동엽 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바늘』과 『명랑』 등 두 권의 소설집을 냈고 계간 『문학동네』에 첫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를 연재하고 있다.

사진 이영균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두어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잡지사 사진기자 등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중이다.

출처 : Tong - justinKIM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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