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는 여자에게서 나왔고 여자는 남자에게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여자와의 관계가 온전치 못한 남자는 황폐하고 남자와의 관계가 온전치 못한 여자 또한 황폐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자를, 여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랑한다면 투쟁하라"에서 안셀름 그륀이 말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떤 실수도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한껏 사랑하면서 실수를 하는 편이 낫다. 사랑하면서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사랑한다면 투쟁하라"는 성서 속 남자들 이야기입니다. 아담에서 예수까지 그륀의 남자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진짜 남자가 되는 길은 투쟁과 사랑이라는 양극을 통합해내는 일이라 믿게 됩니다. 사랑 없는 투쟁은 우리를 경직되게 만들고, 투쟁 없는 사랑은 쉽게 권태로워지니까요. 그륀은 사랑만 하는 연인의 원형으로 솔로몬을 들고 있네요. "애초부터 솔로몬은 왕의 지위를 이용해 여자를 얻었다. 이런 사실로 보아도 그의 애정관계는 기반이 약했다. 솔로몬은 여자를 얻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좋은 연인이 되기에는 그에게 전사(戰士)의 측면이 없었다. 그는 그저 다윗이 투쟁을 통해 건설한 왕국을 물려받는다. 그렇게 좋았던 출발이 그에게 전사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분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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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측면이 없었어도 연인의 원형으로 솔로몬은 정말 매혹적이지요.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의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뜨겁고 소중한 사랑의 노래 솔로몬의 〈아가〉는 에로틱한 사랑의 근원이 아가페임을, 아가페와 에로스가 둘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륀은 이렇게 썼습니다. "성애 없이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도 힘을 잃는다. 그런 사랑은 상상력의 다채로움과 열정의 힘을 잃게 한다."
솔로몬이 연인의 원형이라면 삼손은 전사의 원형입니다. 삼손은 힘센 전사지만 힘만 센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수수께끼를 즐기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싸우는 사람이었다는 뜻이지요. 싸운다는 것은 지킬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이고, 패배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투쟁에 나서는 사람 누구나 언젠가는 상처입기 마련이다.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만들어놓은 방패 뒤에 숨는 남자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결국 이무 것도 할 수 없다."
실패가 두려워 자신이 만들어놓은 허약한 방패 뒤에 숨는 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륀은 투쟁하는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복자와 보호자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랑이 허약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싸울 줄 알아야 하고 투쟁이 맹목적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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