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찔레꽃 - 김윤배

bthong 2008. 7. 6. 15:03

  

여인이 숨어 살던
자연촌을 떠나고 있다
 
모시치마자락
달맞이꽃으로 젖었다
 
가슴에 품고 떠나는 목계강
 
여인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목계강 지류가 새롭게 흐른다
 
여인이
뒤돌아보는 강물 위로
소쩍새 초여름 강물 물어 온 산에 뿌린다
 
는개에 젖는
여인의 십수 년 길이 강물에 잠긴다
 
여인은
길섶 찔레꽃 흰꽃무덤 앞에서
머뭇거린다
 
연인을  보내는 남자는
알코올 중독 십 년 세월을 살고 있다
 
연인의 길이 낙화처럼 무너진다
 
후르륵
날리는 찔레꽃잎,
여인의 파스름한 어깨가 꽃비에 기운다
 

 

김윤배(1944)
충북 청주 출생
1986.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
 
1986. "겨울숲에서( 열음사)를 시작으로
꾸준한 글을 발표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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