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인중개사업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생기는 불미스러운 사건은 소비자, 중개 서비스 제공자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반증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대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회장을 만나 부동산시장의 전망과 업계의 현안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눠 보았다.
“부동산 제도, 개선 서둘러야”
공인중개사法 제정 최우선 과제
부동산거래 선진화 시스템 필요
김대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회장
- 지난해 10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대한공인중개사협회가 통합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 중개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협회 통합의 기본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한 목소리로 공인중개사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 이후 협회가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 즉 정관 등의 규약과 제도의 개선이 미비했다. 현재의 정관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지금보다 짜임새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협회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협회가 추진해야 할 사업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업이든 회원을 먼저 염두하고 회원을 위한 사업으로 모든 역량이 모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시세 정보제공의 경우 협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 중 하나이다. 현재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시세정보는 공인중개사가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를 협회가 앞장 서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공인중개사의 대국민 신뢰도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또 이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회원에게 되돌려준다면 이중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 역시 열린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대에 걸맞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바로 전속계약제도이다. 공인중개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국민에게 당당하게 다가서야 한다. 이는 부동산 중개업계에 선진화된 시스템이 도입됨으로써 가능해 질 수 있다. 구시대적인 관습으로는 무한경쟁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없다.
- 협회가 발전하려면 먼저 회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바라는 점을 짚어본다면.
언젠가 공인중개사 회원에게서 협회가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협회 불필요론’ 까지 나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협회가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협회의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공인중개사를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제도는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지도와 단속을 중점적으로 행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협회가 앞장 서 공인중개사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이 일을 담당할 것인가. 먼저 공인중개사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공인중개사法’이 하루 빨리 제정돼야 한다.
-‘공인중개사法’제정에 대해 얘기한다면.
전문자격사로서의 위상강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를 위한 공인중개사法 제정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필요 이상으로 과다 배출된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은 차치하더라도 먼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이어나가기도 어렵다. 오는 10월, 19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지지만 이미 우리나라 인구 대비 공인중개사의 수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매년 2만 명에 가까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양산(?)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정부의 왜곡된 시각과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는 모두 25만명에 이른다. 국민 200명 당 1명꼴로 공인중개사가 있는 셈이다. 실로 개탄을 금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공인중개사의 제도와 정책으로 어떻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바라며 경쟁력을 요구 할 수 있겠는가? 과다 배출은 중개 사고와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연결된다. 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다 배출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공인중개사시험의 매력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현재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공인중개사의 개·폐업은 정상적인 영업행위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향후 FTA협정이 체결 된다면 부동산 중개업계 역시 변화의 풍랑에 휩싸일 것이다.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기본적인 법률조차 없는 상태로 과연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공인중개사法’제정이다.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협회의 풍부한 인적자원, 즉 회원의 힘을 한 곳에 모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부동산은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된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아무나 다루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정책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공인중개사 역시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 시 정확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투자 시 예상되는 자금, 감가상각에 따른 투자가치 분석, 수익률 분석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컨설팅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중개업계에는 부동산과 관련된 법률적 기법이 주를 이뤘다. 이제는 기술적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 원가 개념과 수익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 지난 8월 21일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이라는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큰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 부동산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임시처방용 대책으로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일은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은 지가상승과 원자재 값 인상에 따른 고분양가, 종부세와 양도세 등에 따른 세금 부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와 고환율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많다. 먼저 부동산 유통시장의 기능회복이 중요하다. 주택공사 또는 국가가 주택공급의 근본적인 취지에 맞게 저가형 아파트, 양질의 중·대형임대주택 등의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수요의 분산을 통한 해결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우수한 상품성으로 자율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자연 퇴출되고 이를 통해 공급의 과다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원가 공개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적절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적절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시장 기능의 회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부동산 투기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공인중개사의 권익과 부동산 중개업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얘기해 달라.
회원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점은 제도 개선을 통한 공인중개사의 능력과 사회적 지위 강화, 그리고 회원에게 마땅히 제공돼야 할 복지이다. 적절한 규모의 예산편성을 통해 복지연금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것 같다. 공인중개사의 업무영역도 마찬가지이다. 단순 중개에서 벗어나 분양대행, 자산관리, 시공, 금융 부문 등의 종합적인 컨설팅으로 확대돼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능력 있는 부동산 컨설턴트의 저변 확대가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투기화 세력 등에 대해 민·관을 막론하고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듯한 현상은 이제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분양현장 또는 입주현장 등지에서는 아직도 떳다방 형태의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중개업자들도 다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인중개사들은 이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인해 도매 값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8년 6월13일 개정령을 살펴보면 부동산거래 당사자 중 일방이 실거래가 신고를 거부할 경우 나머지 일방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를 거부하는 일방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중개업자가 주택거래계약서를 작성·교부한 경우에는 중개업자가 부동산거래를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부동산거래 신고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 밖의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 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특히 공인중개사의 주택거래신고는 공인중개사에게 막중한 업무를 위탁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률적 지원이나 수수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법무사의 업무 중 부동산 등기업무는 그야말로 단순한 업무일 수도 있지만 법무사의 보수에는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주택거래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까지 한다고 한다. 거래대금지급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 요청조항에서는 공인중개사에겐 정부에서 그 어떤 사법적 권한 등을 이양해 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무슨 권한으로 거래대금에 대한 증빙자료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또 시행령·시행규칙의 개정 중 중개법인의 개설등록 기준 완화(입법예고시행령 13조)에서는 현재 부동산 중개법인 설립 시 공인중개사 비율이 과반수 구성요건이었으나 입법예고안에서는 1/3 이상으로 완화됐다. 공인중개사는 최소 2인 이상으로 완화함과 동시에 중개법인의 분사무소 설치기준 완화(7월29일 입법예고)를 통해 중개법인의 분사무소는 등록관청 관할 구역(주된 사무소 소재지) 외에만 설치가 허용됐다. 중개수요에 맞는 영업활동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관할 구역에도 분사무소 설치를 허용한다는 것은 중개법인에 고용된 무수한 무자격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만으로도 과잉 공급으로 인한 시장 쪼개먹기에 급급한 실정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식 입법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들의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 대응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공인중개사는 전문자격사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냉대까지 경험한 적이 있다. 공인중개사가 하루 빨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 직업인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재혁 기자 (jjhyuk@remagaz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