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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Kalpa:劫), 영겁(永劫), 찰나(刹那), 인연(因緣).

bthong 2008. 10. 13. 00:54

 

 

 

우리는 겁이라는 말을 가끔 쓴다. 영겁의 세월 혹은 억겁의 시간 등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겁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말하는 것일까?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의하면 사방 40리의 城에 겨자씨를 가득 채운 뒤 100년에 한 알씩 꺼내어 그 겨자씨가 다 없어지는 시간보다도 더 긴 시간을 겁이라고 한다.

 

겁(kalpa)은 천지가 한 번 개벽하고 다음 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 채 만한 바위를 뚫어 없애거나 백년에 한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옷자락이 사방 40리의 바위를 닳아 없애는 시간을 말한다고 한다.

 

숫자는 1부터 시작하여 조, 경까지는 알고 있다. 경 다음에는 무엇일까. 해, 지, 양, 구, 간, 정, 재, 극의 순으로 극은 10의 48승(제곱)이다. 極 까지는 중국 고대 책에 나온 숫자라고 한다. 극 다음 숫자로는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로 이 숫자는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恒河沙의 항하는 인도의 갠지스 강을 말하는 것으로 항하사수는 갠지스 강에 있는 모든 모래를 합한 숫자를 말하고, 아승기는 10의 56승으로 산스크리스트語 아상가(asanga)를 음역한 말이며, 不可思議는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나 수를 말한다. 많이 쓰는 말이다.

 

無量大數는 불교에서 사용하는 시간의 단위 중 하나로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수의 마지막 단위는 무엇일까? 바로 겁이다. 겁은 정말로 겁나게 큰 숫자이다. 겁의 반대 숫자는 찰나이다.

1찰나는 대략 75분의 1초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비유하면 힘이 무척 센 남자가 손가락을 탁하고 한 번 퉁기는 사이에 65찰나의 시간이 지나간다고 한다.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에는 약 1000억개의 별이 있고, 우주전체에는 그런 은하가 다시 1000억개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별과 별사이는 성글기 짝이 없어 태양계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 알파 센터우리까지 거리는 4.3광년인 40조 7000억 Km나 된다.

 

우주의 나이는 150억에서 250억년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우주 탄생부터 이 시간까지를 1년으로 쳐서 달력을 만들어 보면 은하의 생일은 4월 1일, 태양계의 생일은 9월 9일이 된다. 지구에 공룡이 출현한 날은 12월 24일이고 최초의 인간이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30분전인 12월 31일밤 10시 30분이다. 11시59분55초에 부처가, 11시59분56초에 예수가 태어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태어났을까?

 

옛말에 옷깃을 스쳐도 삼세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三世는 전세 현세 내세를 말하는 것으로 因緣은 서로의 연분 혹은 사물에 관련되는 연줄이라는 뜻이다. 종교적으로는 직접적으로 결과를 낳는 인에 대하여 그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연이라고 하며,

일체의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하여 생기거나 그치며 또 변화하거나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다른 것으로부터 간섭하는 초월적인 작용을 배제한다. 또한 연은 인-과를 적극적으로 도울 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방해하지 않는다는 본연의 자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변방 중 변방인 지구에, 그것도 대한민국에 미물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 함께 살게 되는 인연이라면 분명 범상치 않은 인연이 있는 것이다.

같은 나라에 태어나는 것은 1000겁에 한 번, 하루길을 동행하는 것은 2000겁에 한 번,

하루 밤 함께 잠을 자는 것은 3000겁에 한 번,

부부로 맺어지는 것은 8000겁에 한 번, 형제로 만나는 것은 9000겁에 한 번, 부모나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 것은 1만겁에 한 번의 확률이라고 한다.

 

 

모두들 중년이라고 자조섞인 탄식을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것

염파는 팔십에 열근 고기를 먹고 120보 활을 쏘았고, 피카소는 나이 78세에 18세 아가씨와 결혼도 하였는데, 이제 50조금 넘었는데 벌써부터 탄식이라니?

 

 

각설하고, 모두들 삶의 무게에 지치고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는구나, 위와 같이 인연은 이렇게 소중한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마음만은 옛시절 그 때로 돌아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 보자.    

어쩌면 사람의 생애 불과 100년 미만인 찰나인데 우주의 시야로는 티끌 하나도 아닌 자기존재를 과신하면서 몇 백 몇 천겁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들을 너무 낭비하고 미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연 (앨토) - 서 정근 교수.(관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