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는 '띠'가 없지만, 한자문화권에는 12개의 '띠'로 그해를 표시하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 올해는 말띠이다.
왜 띠는 12년 주기로 반복되는가? 목성(木星)의 공전 주기가 12년이기 때문이다. 목성은 대략 12년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돈다. 그런데 이 목성은 태양계 행성 가운데서 크기가 가장 크다. 크기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인력(引力)도 비례해서 크기 마련이다. 해와 달 다음으로 지구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별이 목성인 것이다. 목성이 어느 방향에 있느냐에 따라 지구에 미치는 미세한 영향력이 각기 다르다. 12지(支)는 목성의 공전 주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목성을 세성(歲星)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바꾸어 말하면 12개의 띠는 목성이 있는 위치를 가리킨다.
말은 12지로 표현하면 오(午)인데, 2014년에는 목성의 위치가 지구에서 볼 때 오방(午方)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午)는 정남의 방향이면서, 하루 시간 중에는 한낮인 정오(正午)에 해당한다. 정북 방향인 자(子)와 반대 방향이고, 시간으로 볼 때도 자정(子正)과 반대 시간이다. 방향으로는 정남쪽이고, 시간상으로도 정오에 해당하는 말띠는 양기가 충만하고 활동력이 뛰어난 기질을 가진다고 생각하였다. 대체적으로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이 추진력이 강한 데다가 화끈하고 뒤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말띠 해에 태어나고, 태어난 시도 말시(午時)인 팔자는 탄도치마(坦道治馬)라고 해서 '탄탄대로를 말 타고 달리는' 팔자로 본다. '말 명당'으로 유명한 곳이 전국 8대 명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전북 순창군 인계면 마흘리에 있는 천마등공(天馬騰空) 자리이다. 산세가 말안장처럼 생겼다. 광산김씨 사계 김장생의 선조 묘이다. 이 묘를 쓰고 사계 집안이 발복하였다고 전해진다.
12지에다가 뱀, 말, 양과 같은 12종류의 동물 상징을 갖다 붙인 시기는 언제인가? 왕충(王充)이 쓴 '논형(論衡)'으로 기준을 삼는다면 대략 기원 후 150년 무렵이 된다. 그 이전에는 그냥 자, 축, 인, 묘…만 사용하였지만, 2세기 무렵부터 동물 형상을 12지에다가 결부시켜 요즘 말하는 띠가 만들어진 것이다. 말은 가만히 있지 않고 뛰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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