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은 단지 잠을 못 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잠이 안 든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
주위에 불면의 밤을 호소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괴로움 자체보다 괴로운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기 불안’이 실제보다 더 큰 고통을 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긴긴 밤을 혼자서 말똥말똥 깨어있으리라는 불안감이 불면 자체보다 더 큰 괴로움이고, 이러한 불안감이 다시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시작되면 오랜 기간 불면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 또한 ‘잠 한 번 푹 자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기에 잠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유독 공감이 된다.
우리 몸이 나타내는 증상 중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며 소홀히 지나치지만 향후 심각한 문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불면과 변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변비는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장 건강이 안 좋다는 첫 신호이고, 불면은 우리 몸의 리듬이 깨졌다는 첫 신호로 다른 중한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는 예비 신호라고 생각해야 한다.
불면은 단지 잠을 못 자는 것만이 아니라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생산성의 문제, 우울과 불안 등 정신 건강, 과체중과 비만,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신체 질환, 몸의 전반적인 건강을 지켜주는 면역 기능의 저하까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인위적으로 몸의 리듬을 바꿔야 하는 경비직, 간호사 등 시간 교대 근무자(shift worker)들의 건강 문제는 오랫동안 의학적 추적 연구의 대상이었다.
불면증 극복하려면 생체리듬 회복이 우선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몸의 생체 리듬을 찾는 것이 기본이다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임의로 복용하곤 하는 약이 바로 변비약과 수면제이다. 여러 시사 뉴스를 통해 수면제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수면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예전보다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어르신들 중에는 무심코 시작한 수면제로 인해 수년간, 또는 수십 년간 약을 끊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변비약을 장기 복용할 때 흔히 호소하는 부작용이 변비약 없이는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게 되는 것처럼, 수면제 역시 단기간 잠을 잘 수 있게 해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켜 수면제 없이는 잘 수 없는 의존적인 상태를 낳는다.
수면제의 문제점은 내성과 의존성이다. 내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예전과 같은 약효를 얻을 수 없어 약의 용량을 점점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의존성은 수면제 없인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항불안제제들은 의존성이 굉장히 심하다. 최근에 졸피뎀과 같이 의존성을 낮춘 약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여전히 모든 수면제는 의존성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환각이나 우울과 같은 수면제의 부작용이다.
쉽게 약에 의존하기보다 생체 리듬을 되찾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 건강수면환경(sleep hygiene)이라는 것이 있는데 실제로 이것만 잘 지켜도 수면의 문제는 많이 해결된다. 건강수면환경의 핵심은 몸의 생체 리듬을 찾을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 생활 습관을 살펴보고 바꾸는 것이다. 몸의 생체 리듬을 찾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 예전 전기가 없던 시절, 자연에 순응해 살았던 시절의 몸의 리듬을 떠올려 보면 된다. 밝을 때 활동을 하고 어두우면 자는 것이다.
아래 시간에 따른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생체 리듬 시계를 보면 부엉이족, 야식 문화 등 현대인의 삶 자체가 불면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불면은 어쩌면 현대인의 삶이 만들어낸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한국에서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삶의 요소들을 배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