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케팅

소상인들 함께 뭉쳐 "相生"

bthong 2007. 12. 4. 17:59
웬만한 중견기업 안부럽죠
공동구매등 비용절감으로 수익 쑥쑥

인구 56만명에 불과하지만 무려 6개 대형마트가 입주해 있는 제주도. 제주 지역 소상공인들은 2003년부터 공동물류센터 건설로 대형마트에 맞설 준비를 해왔다.

공사비와 시설비만 37억원이 드는 대형공사에 자체 자금 부담이 67%나 될 정도로 부담스러운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류센터 건립 후 제조업체와 직거래ㆍ공동구매를 통해 213개 회원사는 매입단가를 10~15%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류센터 오픈 후 3년 정도 흐른 올해 회원점포 매출액 중 70% 정도가 물류센터를 통해 조달한 상품이 차지하는 등 센터 비중이 커졌다. 물류센터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양곡 우유 건어물 등을 자체 PB 상품으로 개발해 회원점포에 낮은 가격으로 공급했다.

축협, 한라목장과 연계해 개발한 대표적인 PB 상품 `코사우유`는 월매출 60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상품이 됐다. 이 결과 전국 42개 지역에 확산돼 있는 슈퍼마켓 공동브랜드 코사마트도 다른 어느 지역보다 제주도에서 경쟁력을 획득하여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전계하 제주슈퍼마켓협동조합 상무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물류비용이 컸는데 소상공인들이 힘을 합치다 보니 자체적인 구매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내년에는 1차 신선제품들만 취급하는 물류센터를 또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16개 점포 1개로 통합

= 대전 중앙시장 그릇도매상가들은 과감한 점포 합병을 통해 공생한 사례다.

1993년 중앙시장에 그릇도매상가가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16개 점포 사장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각 점포 간 과열된 호객행위에 고객들은 부담을 느껴 발길을 돌렸다.

2년이 지난 후 16개 점포는 1개 점포로 합병했고 공동사장 5명으로 체제를 바꿨다.

임기 1년인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원처럼 일을 하며 월급을 받되 연말정산을 통해 이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이었다.

단일 대형 그릇도매점이 탄생하자 각 점포별로 별도 부담했던 차량운송비 등 물류비는 대폭 줄어들었고 대량구매를 통해 물건을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전체 40명이었던 직원도 16명으로 줄어들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

2001년에는 도매상가에서 100m 떨어진 혼수타운 지분을 인수하며 도매상가 분점을 오픈했다.

상가 매출이 월 2억원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주변 혼수품목인 한복과 이불 가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태원 중앙그릇상가 회장은 "소규모 점포로는 대형할인점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며 "재래시장도 점포 합병, 매장 인테리어,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상인 힘모아 시설 현대화

= 인천종합어시장은 시설 현대화로 효과를 본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1981년 상인들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시작한 인천어시장은 초기만 해도 500개 점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점포 700개에 상인 2000명을 넘어섰다.

인천 어시장은 서울 노량진, 부산 자갈치 시장 등과 함께 어물을 취급하는 국내 3대 시장 중 하나였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비켜가지 못했다. 이어 대형마트 등장으로 시장을 찾는 방문객도 줄자 시장상인들 사이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공명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05년 5월 인천어시장은 시설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다. 점포마다 제각각인 상품 진열대와 수족시설을 통일하고 바닥은 물 흐름이 원활하도록 구성해 자연배수가 되도록 했다. 시멘트 대신 석재타일을 사용해 미끄럼을 방지했고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200대 이상 비치했다.

상인들에 대한 교육도 빠뜨리지 않아 상인 700여 명을 1~2차로 나눠 3개월씩 경영마인드 함양교육을 실시했다.

중기청과 지자체 지원금 13억5000만원과 자체 자금 1억5000만원 등 15억원이 소요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결과는 대성공. 환경개선 사업으로 인천어시장은 주말에는 3만~4만명이 찾는 쇼핑명소가 됐음은 물론 각 점포 매출도 20~30% 증가했다.

어시장 관계자는 "매출 증대로 상인들도 자신감을 회복했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크게 신장됐다"며 "예정대로 2013년 인근 바닷가 용지로 이전하면 4만9500㎡에 이르는 세계적인 종합어시장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연기홍 차장 / 조한필 기자 / 강종효 기자 / 박동민 기자 / 서진우 기자 / 안정숙 기자 / 이상덕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