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MegaTrend

30년 후의 한국모습

bthong 2011. 3. 25. 01:47

 

30년 후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 질문의 정확한 답은 2039년이 되기까지 어떤 이도 제시할 수 없겠지만, 인류가 발견한 두 가지의 장기 순환에 주목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대략적인 전망은 가능할 것 같다.  이 두 가지 장기 순환의 원천은 바로 기술혁신과 인구구성의 변화이다.



기술혁신이 경제의 장기적인 순환 촉발시켜


 1926년 러시아의 경제학자 콘트라티에프(Kondratieff)는 경제에 약 60년 주기의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가 순환적인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는 콘트라티에프의 주장은 자본주의 경제의 직선적인 하강(과 파멸)을 믿고 있던 공산당 지도부에게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져, 결국 강제수용소에서 생을 마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의 예측은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으로 확인되어, 경제사에 잊혀지지 않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1929년의 대공황은 신기술의 발명과 보급이 경제의 장기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890년대 초를 고비로 운송기기와 통신 분야에 혁신적인 신기술이 차례로 출현했으며, 이 기술들은 세계 1차 대전을 계기로 급속도로 실용화의 단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여러 신기술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자동차로서, 1914년 당시 미국 가계의 자동차 보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928년 말에는 50% 선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장’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보급률 50%선을 돌파하면서부터 자동차 산업의 공급과잉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또한 새로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신기술의 발전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물론 1929년 세계경제 대공황의 원인이 ‘기술혁신의 지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세계경제는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었기에 각국 중앙은행은 자산시장의 붕괴에 대응해 시의 적절한 경기부양정책(=금리인하)을 펼치지 못했으며, 또한 관세장벽을 높게 쌓아 세계교역의 붕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이 기술혁신과 이의 전파, 그리고 새로운 기술 발전의 지체라는 커다란 순환에서 상당한 부분이 설명된다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약 60년 전후의 주기를 갖는 콘트라티에프 파동은 먼 미래를 설명하려는 사람에게 빼놓을 수 없는 분석 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콘트라티에프 파동을 장기전망에 활용하는 데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주기성’에 대한 것이다.  콘트라티에프는 프랑스의 연료 소비량 그리고 영국의 철광석 소비량 등을 조사한 후, 주기의 정점과 바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확하게 60년 마다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약 7년 전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너무 ‘60년’이라는 주기에 집착하기보다는 기술의 혁신이 시작된 후 약 30년에 걸쳐 그 기술이 대중화되며, 다시 약 30년에 걸쳐 새로운 기술의 혁신을 잉태하는 시기가 진행된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하다.



콘트라티에프 파동의 하강국면에 접어든 듯


 이런 점을 감안하며 현재의 ‘주기’를 살펴보면, 대체로 콘트라테이프 파동의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많은 듯 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제분석가 헤리 덴트는 그의 책 “불황기 투자 대예측(2008년)”에서 1950∼60년대 동•서 냉전과정에서 개발된 각종 신기술(무선통신, 인터넷, PC 등)이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민간부문에 전파되며,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2000년 초에 발생한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주가 붕괴와 그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황은 이 같은 콘트라티에프 파동의 정점에 도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 나노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신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냉전시대에 개발된 컴퓨터와 인터넷을 압도할만한 신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더 나아가 2000년의 정보통신 버블의 붕괴에 이어 2008년 선진국 부동산시장의 폭락사태까지 겪은 입장에서. 콘트라티에프 파동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적어도 기술의 장기순환 관점에서는 1971∼2000년 사이에 세계경제가 누렸던 연평균 3.3%의 고성장을 상당기간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참고로 2001∼2008년 연평균 성장률은 2.9%이며, 2009년 통계를 포함하면 성장률 평균은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다).

 


인구변화가 경제의 추세를 바꾼다


 콘트라티에프 파동의 흐름대로라면, 세계경제는 향후 20여 년에 걸쳐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은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20년의 전반부에는 상당한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결정 짓는 또 다른 요인 인구구성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구구성의 변화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인간의 생활 패턴은 일단 결정되면 강력한 지속성을 가지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까지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 이런 현상이 5∼10년 사이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1970년대 초반부터 약 40년 가까이 지속된 장기적으로 추세인 데다, 높은 사교육비와 기혼 여성의 출산 후 재취업 문제 등 한국 사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구구성의 변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또 미래 우리 경제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의 경험을 직접 거론하기에 앞서, 미국과 일본 등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현상을 겪은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은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약 7천 5백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대대적인 베이비 붐을 경험했지만, 피임약의 발명과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증가 영향으로 베이비 붐이 급작스럽게 소멸된바 있다.  특히 미국 베이비 붐 세대는 이전 세대(대공황 세대)에 비해 인구의 규모도 갑절이상 컸을 뿐만 아니라, 소비 성향도 높아 연령 변화에 따라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1910년 이후 미국의 신생아 출산 추이


젊은 인구 비중 확대, 인플레이션 압력 높여


 베이비 붐 세대의 등장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경제변수는 물가였다.  60년대 후반부터 베이비 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미국 경제는 물가불안이 경험하기 시작했다.  일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20∼30대는 졸업과 취업 그리고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소비 성향이 절정에 도달하게 된다.  사회의 모든 설비가 베이비 붐 이전의 인구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었던 데다, 기업의 생산능력도 새로운 세대의 수요에 단기간 부응할 수 없었기에 서구 사회는 베이비 붐 세대가 20대에 진입한 1970년대를 고비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의 수급 불균형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한 것은 아니었다.  경제 전체에서 20∼30대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과 독일 영국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임금을 연령에 따라 조사해보면, 40∼50대의 임금수준이 20∼24세 근로자의 약 2∼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쓰타니 야키히코<2005년>의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경제공식"을 주로 참고하였다.).    40∼50대의 임금수준이 20대 보다 높은 이유는 숙련 수준이 월등히 높은 데다, 근속도 길어 노무관리의 어려움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전체에서 젊은 인구의 숫자가 증가하며 40∼50대 비중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 같은 생산성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이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경제는 향후 상당기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국의 15∼34세 인구 비중이 1990년(40%)을 고비로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40∼59세 인구의 비중이 2015년(34%)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유럽 그리고 인도 등 주요 교역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이뤄짐에 따라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지는 점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세계 석유생산량이 정점을 경과해 이제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른바 ‘오일 피크(Oil Peak)’가 발생한다면, 이런 전망의 토대가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티븐 립<2008년>의 "게임오버 - 자원고갈 시대 성공투자를 위하여"를 참고하라).   그러나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강력한 석유가격의 상승으로 석유 탐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데다, 풍력 및 태양열 발전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된 만큼 파국적인 석유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저금리 및 경상수지 흑자 기조 이어질 듯


 인구변화는 물가 수준뿐만 아니라 경제의 저축률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46∼1964년 중 태어난 서구의 베이비 붐 세대가 30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전반의 저축이 증가하고, 저금리 환경이 나타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25∼34세 가구주는 5만 2천 달러의 소득 중 1.9%를 저축하고 있지만, 45∼54세 가구주는 7만 달러의 소득 중 3.1%를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저축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40∼50대 인구 비중의 증가로 생산성마저 향상되자, 선진국 경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유례 없는 저금리를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서구 선진국보다 빠른 1930년대부터 베이비 붐이 발생했던 일본경제의 사례는 인구구성과 저축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1960년대 베이비 붐 세대가 30대에 진입하면서 일본의 저축률은 급격한 상승을 보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자녀의 탄생과 육아 비용의 증가로 인해 1970년대에 다시 저축률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40∼50대에 진입하면서 다시 저축률이 반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베이비 붐 세대가 시장에 진입한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30%선을 넘어섰으며, 현재까지도 이 수준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저축률의 상승은 금리하락뿐만 아니라 경상수지의 개선 효과를 아울러 가져오게 된다.  왜냐하면 경상수지는 국내 저축 수준보다 더 높은 투자가 이뤄질 때 적자를 기록하는 반면, 국내 저축보다 낮은 수준의 투자가 단행되면 흑자를 기록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0∼50대 인구의 증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저축률을 높여, 경상수지의 개선 및 저금리 현상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급격한 고령화, 경제의 재앙

 

 마지막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 경제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 살펴보도록 하자.  1990년 일본 그리고 2008년 미국은 모두 영광의 정점에서 ‘지옥’으로 굴러 떨어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자랑하던 두 선진국이 갑자기 급격한 위기를 경험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 번째 이유는 중앙은행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데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베이비 붐 세대는 일본과 미국 양국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세대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호황 속에 자산을 크게 축적한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선두주자들이 1990년(일본)과 2008년(미국)을 전후해 은퇴를 시작하면서 노동력 공급이 크게 감소한 데다, 60세를 넘어서면서 점차 보유 자산을 ‘안전자산’ 위주로 재편하며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수급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처럼 베이비 붐 세대의 2세(메아리 붐 세대) 규모가 큰 곳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이나 한국처럼 메아리 붐 세대의 규모가 미미한 곳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노동력 규모가 감소하며 경제 전체의 소비 활력이 둔화되고 자산시장의 수급 마저 악화되니, 경제 성장의 탄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2039년 한국경제, 1%대의 저성장 경제로 전환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30년 후 한국경제의 성장률 및 물가 수준을 예측해 보자.   먼저 향후 30년 동안 한국의 출산율이 1.40명이라는 ‘중립적 가정’을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8년까지는 3%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0년을 전후해 한국 경제성장의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2030년대의 잠재성장률은 1.6%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성장률이 크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1인당 GDP는 상승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바로 GDP 성장률의 하락 속도보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빠른 데다, 장기적으로도 1% 전후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추정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활동인구는 2016년 그리고 총인구는 2020년을 전후에 정점에 도달한 후 이후 지속적으로 하강하게 된다.    따라서 이상의 성장률 전망을 기준으로 2039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추정하면, 대략 5,800만원 전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선제적으로 대응(저출산 대책 시행, 외국인 노동자 유치, 정년 연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적 자본 투자 확대 등)이 이뤄진다면, 이상의 전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가 있다.  항상 미래에 대한 비관이 극에 달했을 때 사회의 구조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상기하며,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가 곧 이뤄지기를 기원해 본다

 

                     http://blog.daum.net/ssgjeon/1827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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